[박상준] 정바비만이 쓸 수 있는 가사가 있다. “닫혀 있던 창을 열어/ 세상의 차가움에는 새로울 것도 없잖니/ 실망의 천재야” 같은 거. 삐죽 솟아난 마음 중에서도 가장 까슬한 곳만을 헤아리는 몇 안 되는 문장들. 「Plan B」(2010)보다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 걱정하던 듣는 이의 지레 걱정에 「옆집소년효과」(2014)로 응수하더니 이제는 「서교역」(2017)을 지나 「슬픔으로부터 가능한 멀리」까지 도달했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위해 노래들은 쉽사리 각오를 다지지만, 설득력 없는 각오는 되레 사람을 풀죽게 하는 법이다. 그래서, 이 노래는 참 가슴 벅차게 설득해주는 노래고, 줄리아하트의 가치는 여전히 한참 위에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

[차유정] 기억이 만들어낸 아픔으로부터 최대한 격리되고야 말겠다는 사람의 관점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수수하고 맑은 회복감이 몸을 깨운다. 차라리 세상이 왜 이러냐고 소리지르는게 더 자연스러워 보일만큼 범접할 수 없는 깨끗함과 동시에, 난 지쳤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차가운 살기도 동시에 느껴진다. 날아갈 듯한 팝사운드가 주는 고정관념이 때로는 녹진한 아픔 속에서 태동한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는 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