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2019, 음악취향Y의 선택》 필진별 결산 #2-1 : 솔직할 수 있도록

피싱걸스 (Fishing Girls) 『Fishing Queen』
999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9.03
Volume 1
장르
레이블 부밍 Ent.
유통사 오감 Ent.
공식사이트 [Click]
이 앨범은 시대착오적인 앨범이 아니다. 언제적 음악을 하는 거냐며 핀잔을 주는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혁신’을 믿는 광신도들이다. 자신들의 현재는 점검조차 않으면서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떼를 쓴다. 새로운 글이 부족하다. 새로운 메시지가 부족하다. 새로운 장르가 부족하다. 새로운 음악이 부족하다!

낡은 구호에 옷만 다르게 입는다고 새 구호가 되지는 않는다. 다소 격앙된 톤이긴 시작했지만 고칠 생각은 없다. 나는 다른 장르를 가져다 제 것인 양 포장하고 음악가들의 소화불량 앨범들에 질렸다. 결국 2차 담론에게 다 뺏기는 앨범을 왜 참고 들어야 하는가. 과거를 맥락 없이 가져다 쓰는 사람이나, 새로운 장르를 수입해서 쓰는 사람이나 줏대가 없는 건 다 똑같다. 담론에 취한 사람이나 과거를 동경하는 사람이나 나태한 건 매한가지인 것처럼.

이 앨범을 듣는 내내 나는 나를 포함한 그 모든 사람들을 생각했다. 우리들 중 누가 이 앨범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적이든 공적이든 마찬가지다. 「일초도 없단다」의 브릿지에 등장하는 멜로디는 나태한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반어적인 효과’니 ‘야누스적인 태도’라는 표현으로 발뺌해도 소용없다. 앨범 전체가 일단 당신을 ‘뜨거운 지옥으로 꼭 데려오고 말’ (「Disco from Hell」) 거라고 선언하기 때문이다. 그 말에 예외가 있을 거라고 보는가? 음악에도 조준이라는 게 있다면 피싱걸스의 조준은 거의 스나이퍼 수준이다. (그래서 「빠져든다」라는 ‘주문’이 상당히 훌륭하게 먹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자세를 바꾸고 좀 더 귀 기울인다. 팝 펑크나, 스윙이라는 장르는 '피싱걸스가 사는 세상' (「아이엠그라운드」)에 좀 더 귀를 기울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Disco From Hell」을 비롯해 앨범 전반에 도드라지는 메시지는 피싱걸스의 세련된 멜로디를 돋보이게 만드는 주석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메시지로 보나, 장르로 보나 이 앨범은 빚진 구석이 없다. 졌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천착하지 않는다. 그래서 연주와 멜로디, 그리고 메시지가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앙상블을 이룬다. 이 앨범은 피싱걸스라는 '밴드'의 케미스트리에 초점을 맞춘다.

이 앨범의 스포트라이트가 기타, 베이스, 드럼, 그리고 보컬에게 맞춰져있다는 점은 키보드 파트만 주의 깊게 들어도 금세 알 수 있다. 「어른이날」 후반부의 느릿한 대목, 「좋아요를 눌러주세요」의 훅과 파트를 이어주는 대목 등등에서 간신히 등장하는 키보드는 볼륨을 높이거나 화려한 솔로를 녹이는 식으로 밴드의 연주 안에 진입하지 않는다. (프로듀서이자 키보드를 몇 곡에서 연주한 이혁준의 선택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피싱걸스라는 '밴드' 세션 자체가 오롯하게 떠오른다.

기타 세션이 번갈아가며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실력에 앨범의 좌지우지 되지 않은 것은 송라이팅을 담당한 비엔나핑거의 공이다. 앨범 전반에 도드라지는 디테일과 멜로디는 피싱걸스에 더 할 나위 없이 잘 맞았다. 양다양다의 베이스는 오구구의 드럼과 겹쳐가며 때로는 태핑을, 때로는 라인 연주를 선보이며 표현력 넘치는 베이스 주법을 선보인다. 그 결과 기타와 드럼 사이가 붕 뜰 수도 있었던 위험성을 훌륭히 벗어난다. 오구구 또한 곡 안에 있는 필링을 꿋꿋하게 이어나가며 고정핀의 역할을 멋들어지게 수행했다. 이러한 장점을 단순히 보컬의 '재치'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가?

말 나온 김에 이야기하건대, 여기서 보컬의 역할이 음악에 제대로 나타한다. 뽕기를 곁들이며 노래하는 대목에는 풍자와 조곤함의 뉘앙스를 풍부하게 획득한다. 예를 들어, 「1초도 없단다」의 보컬과「승민씨와 함께」의 보컬은 같은 방법론을 취하는데도 전혀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샤우팅은 그 스스로도 음악을 작동시키는 역할로도 충분히 소화가능한데, 「오빠 나 천오백원만 주세요」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승민씨와 함께」에서 드러나듯 자신의 말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화법과 장르를 바꾸는 대목에서도 보컬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내레이션과 보컬을 넘나드는 대목에서도 마찬가지다. 정교하지 않지만, 뚜렷하게 자기 목소리를 유지하려 애쓴다. 자기 말을 미친 듯이 찾아 헤맨 사람만이 이 안간힘을 눈치 챌 수 있다.

이 앨범은 눈에 띄지 않는 안간힘으로 가득하다. 솔직하려는 안간힘. 좋은 음악이고 싶은 안간힘. 진심을 전하는 안간힘. 이러한 안간힘들은 단순히 인간적인 매력의 영역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음악적 재능의 영역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차라리 그 둘을 모두 포괄해서 설명해야 옳다. 피싱걸스의 인간적인 매력은 음악적인 실천의 영역에 굳건한 줏대로 자리잡고 있다. 피싱걸스의 음악적인 재능은 인간적인 매력으로 인해 좀 더 가슴에 와닿는 앨범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 앨범은 온전히 피싱걸스의 것이다. 여기에 녹아있는 안간힘이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 자신의 힘과 시간으로 이 앨범은 나올 수 있었다. 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Credit

[Member]
비엔나핑거 : Vocal & Guitar
양다양다 : Bass
599 : Drums

[Musician]
Acoustic guitar : 임정훈(Track 2, 3, 8, 10)
Electric guitar : 임정훈(Track 2, 3, 8, 10), 조원욱(Track 1, 4, 6, 7, 9, 11), 전승훈, 아리엘(Track 12)
Keyboard : 박희진(Track 1, 3, 6, 10), 이혁준(Track 5, 8)

[Staff]
Producer 이혁준
All Songs Guitar, Bass, Drums Recording 비엔나핑거, 양다양다, 599
Recording Engineer 이형민, 홍병현, 이기호, 이평욱@Booming sound
Mix & Mastering 임창덕 @Booming sound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Disco From Hell
    비엔나핑거
    비엔나핑거
    피싱걸스
  • 2
    아저씨
    비엔나핑거
    비엔나핑거
    피싱걸스
  • 3
    빠져든다
    비엔나핑거
    비엔나핑거
    피싱걸스
  • 4
    승민씨와 함께 (Remaster)
    비엔나핑거
    비엔나핑거
    피싱걸스
  • 5
    어른이날 : Kidult's Day
    599
    비엔나핑거
    피싱걸스
  • 6
    줄리의 법칙 : Jully's Law
    비엔나핑거
    비엔나핑거
    피싱걸스
  • 7
    오천주 : 오빠 나 천오백원만 주세요
    비엔나핑거
    비엔나핑거
    피싱걸스
  • 8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Remaster)
    비엔나핑거
    비엔나핑거
    피싱걸스
  • 9
    어쩌다보니깐 (Remaster)
    비엔나핑거
    비엔나핑거
    피싱걸스
  • 10
    바밤바
    비엔나핑거
    비엔나핑거
    피싱걸스
  • 11
    일 초도 없단다 (Remaster)
    비엔나핑거
    비엔나핑거
    피싱걸스
  • 12
    나랑만 놀아줘 (Remaster)
    비엔나핑거
    비엔나핑거
    피싱걸스
  • 13
    [CD Bonus Track] 아이엠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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