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프로듀서의 앨범으로, 큰 주제와 사운드의 결을 잡되 세세한 메시지는 플레이어들에게 맡기는 형태의 분업을 보여줍니다. 이 점에서는 코드쿤스트의 작품과도 방법적으로는 유사지요. 진중한 느릿함보다는 훵키한 터치의 기타와 포인트를 찔러주는 혼 섹션으로 그루비한 무드를 빌드업하며 나름의 색을 잡습니다. 래퍼 3인이 모두 가볍고 경쾌한 메시지로 일관하는데, 곡과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찰지게 달라붙습니다. 속도감이 돋보이는 플루마, 엇박을 적절히 활용하는 포이, 완급과 음색이 돋보이는 이영지 등 각자의 역할이 선명하면서도, 프로듀서의 사운드 조율 하에 하나의 부분으로 셋이 나름 일관성을 보이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

[정병욱] 《고등래퍼》의 시대로 명명할 수 있는 음악 제작 환경과 트렌드의 변화는 좋은 10대 퍼포머를 넘어 드디어 출중한 10대 비트메이커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이파이가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 첫 프로듀싱 앨범이자 ‘10대 마지막 일기장’을 표방한 앨범이다 보니 아무래도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다채롭게 진열해놓은 모양새다. 하지만 퀄리티는 기대 이상. 젊은 패기와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그니처 사운드를 신호로 등장하는 기타 리프와 포이의 랩이 쫄깃하면서도 리드미컬한 플로우를 과시한다. 간주에서 마주하는 하이햇 연타와 색소폰 솔로도 뜻밖이고, 참여한 젊은 이름들에 전혀 어울리지 않던 노래 제목을 뒤늦게 이해하게 하는 이영지의 재치있는 가사도 놀랍다. 그의 댐핑 넘치는 발성은 본작에서 새삼 피처링으로서 더욱 빛나기도 하고. 감출 생각 전혀 없어 보이는 야심과 조절할 의도 하나 없는 가쁜 호흡이 듣는 이를 설득해, 이 노래의 헐거운 가사 메시지와 과시적인 프로덕션을 상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