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찰나의 번뜩한 안온 따위는 죄다 구라다

김오키 『스피릿선발대』
1,32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9.07
Volume 9
장르 재즈
레이블 봉식통신판매
유통사 포크라노스
공식사이트 [Click]
아무튼 이상한 인물이다. 얼핏 통속적 이미지를 차용하지만, 음악은 다른 세계이다. 외적으로 가라앉았는데도 내적으로 불타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이번만 해도 『Fuckingmadness』(2017)에서의 Madlib이라든지 Stones Throw 등의 재즈힙합 사운드가 한 스푼, 『새턴메디테이션』(2018)의 모던한 흐름과 정서, 해석들이 지분을 서로 뒤섞으며 앨범을 아우른다. 그러면서도, 기묘하게 혼란한 와중에 야금야금 시대정신을 건드린다. 쉽게 구수해지지 않는단 뜻이다.

그도 그럴 게 이건 재즈거든. 확실한 건, 이 음악은 '뽕끼'에 휘둘리지 않는다. 신스는 노이즈처럼 깔리기도 하고 비트를 연주하는 듯 멜로디가 해체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 날카로운 서사를 그리기 위한 하나하나의 붓질 같다. 하지만, 슬프기만한 음악이 아니다. 그럼 뭘까? 한(恨)? 글쎄. 그건 아니다. 김오키의 음악이 한탄을 하고 있냐면 그건 절대 아니다. 확신한다. 이게 약간 아이러니하다. 어떻게 보면 웃기고 서글프고 안타깝기도 하면서 까마득한 이 그림들이 나는 안쓰럽지 않다. 이것은 한탄이 아니라 이미 포기하고 흐트러진 모습들을 그대로 가져와 전시하고 보여주는 것뿐이다. 예컨대 씨없는수박김대중이 읊조렸던 「요양원 블루스」(2013) 같은 것과 동류다.

이 다음을 어떻게 음악이 결론내주겠나. 그 정도 권능은 비틀즈도 없었다. 김오키의 음악은 어떤 가난한 인생에 대해, 가난하지 않더라도 비루하고 늘 각오해야 하는 어떤 인생들에 대해 충분히 조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영혼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구분하지 못한 채, 온사방이 거짓말 같고 감각 또한 온전치 못한 순간을 김오키는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이 설득력과 근거는 그가 지금껏 쌓아온 자산이며 이제는 나레이션까지 더욱 노골적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소리들의 옆에 놓여야 하는데 있다.

맞다. 이 음악은 새삼스레 너무나 정치적이다. 데뷔작 『Cherubim's Wrath』(2013) 보다 더 진하다. 분노에 치를 떨고 있다. 역전할 수 없는 삶에 대해, 나눔로또보다 희박한 성패와 계급에 대해 이 세상의 야트막한 지성들보다 면전에서 주장하고 선언하고 있다. 이런 음악들에 기꺼이 동조하고 싶다. 언젠가 이 다음을 논하는 것이 지치고 피곤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삶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9월이 오고 내 삶이 달라질 거라는 확신이 들어봤자 한순간이다. 대책 없는 믿음과 흐릿한 희망이 주는 찰나의 번뜩한 안온 따위 죄다 구라다.

『스피릿선발대』의 아홉번째 트랙 「내 기억속에 공포가」를 보고 다시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거대하고 연속적이며 비참한 현실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너무나 아픈 트라우마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에 대해 충분히 잘 이야기해주고 있는 앨범이다. 부디 단 한곡이 아닌 앨범 전체로 청취하길 권한다.
 

Credit

[Musician]
색소폰, 베이스클라리넷, 아이패드: 김오키
뮤트 피아노: 진수영
더블 베이스: 정수민
포에트리슬램: 마광현
트럼펫: 브라이언신 (Track4)
기타: 조명근 (Track06)

[Staff]
프로듀서 : 김오키
레코딩 엔지니어: 이성록
믹싱 엔지니어 : 이성록, 돈만스키
마스터링 : 곽경수
레코딩 스튜디오 : 청홍스튜디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feat. 백현진)
    백현진
    김오키, 진수영, 정수민
    김오키, 진수영, 정수민
  • 2
    코타르 증후군
    -
    김오키
    김오키, 진수영, 정수민
  • 3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송경동
    김오키, 진수영, 정수민
    김오키, 진수영, 정수민
  • 4
    사라지고 또
    -
    김오키
    김오키, 진수영, 정수민
  • 5
    이겨내는 것들 (feat. 우원재)
    우원재
    김오키
    김오키, 진수영, 정수민, 우원재
  • 6
    서로를 바라보며 죽여버럼 (feat. 히피는집시였다)
    박희성
    김오키, 박희성
    김오키, 진수영, 정수민, 이주호, 박희성
  • 7
    불타는 거리의 작별인사
    조영래
    김오키
    김오키, 진수영, 정수민
  • 8
    그게 그러니까
    -
    김오키
    김오키, 진수영, 정수민
  • 9
    내 기억속에 공포가
    -
    김오키
    진수영, 정수민
  • 10
    You've got to have a flower on your mind
    -
    김오키
    김오키

Editor

  • About 박상준 ( 21 Artic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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