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58-1] 김오키 「코타르 증후군」

김오키 『스피릿선발대』
1,37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9.07
Volume 9
장르 재즈
레이블 봉식통신판매
유통사 포크라노스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결국 다른 작품과 김오키의 작품을 가르는 요소는 전적으로 김오키에게 달려있었다. 그가 연주하면서 긁어대는 색소폰의 결이 이 곡을 단순한 장르 이상의 감정으로 탈바꿈시킨다. 부패하며 영원히 떠돌아다니는 감정의 잉여들이 톤에 한데 섞인다. 이 곡은 바로 그 잉여들을 몸으로 삼은 곡이다. 베이스의 핑거링으로 일어나는 공간감, 공간을 은밀히 돋궈주는 피아노, 그리고 녹음 상에 흘러나오는 사소한 노이즈까지. 나른하게 진행되는 연주 또한 이와 같은 접근으로 인해 다른 맥락을 얻는다. 흔한 마음이 흔하지 않은 결을 만나 보편적인 울림을 얻었다. 그러니 어떻게 이 사람을 안 좋아할 수 있을까. 이 상처만큼은, 이 부패만큼은 아물지 않고 오래 간직하고 싶다. ★★★★☆

 

[박병운] 매해 무시무시할 정도의 생산력을 발휘하는 김오키의 이번 음반은 전작들의 경향들처럼 앞과 뒤의 곡들의 맥락을 들어야 감상의 공감이 높아진다. 국립현대미술관 ‘오늘의 작가’ 후보였던 백현진의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2017) 전시를 곡의 형식으로 만든 첫 번째 곡과 송경동의 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2017)의 내용을 곡의 형식으로 만든 세 번째 곡 사이에 놓인 이 연주곡의 위치는 극명하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사람들을 내몰면서 어제의 조문객을 오늘의 자살 사망자로 만드는 (나레이션을 빌자면)‘병신 새끼’ 양산소 한국사회의 풍경과 전 지구적인 착취 구조로 강성한 생명력을 이어가는 자본주의 시스템 이야기 사이에 ‘자신을 시체라고 믿는 환자’의 증세를 말하는 것의 상징과 의도는 뚜렷하다. 저물다 못해 푹 익어버린 밤 풍경을 닮은 연주와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공기는 언뜻 감상적으로도 들리지만, 음반 전체의 맥락 안에서는 울적함을 배가하는 장치가 된다. 자유분방함과 돌발, 예측불허의 순간을 선사하는 김오키의 다른 연주와 비교해서 생각하자면 이런 정연함은 조세희의 소설 제명으로 작품의 이력을 시작한 창작자가 품고 있는 비수를 역으로 실감하게 한다. ★★★☆

 

[차유정] 어쩔 수 없이 뭔가를 떠나보낼 때 머릿속에서 할수 있는 생각을 아름답게 그려낸 것 같다. 원치 않는 공백과 심연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무엇을 정리하고 어떤 상태 속에서 내 모습을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인간 자체를 분열시키는 작업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나'와 설명할수 없는 지금의 이야기는 반복적이지만 현실적인 울림을 갖는다. 이 싱글은 그러한 과정을 보다 부드럽고 후덥지근한 감성으로 끌어낸다. 깨어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언제나 새로운 절망감에 눈뜨는 내가 궁금할 뿐이라고 진득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편하게 듣기에는 아픈 부분도 있지만, 곡 자체가 주는 노련함과 달관의 경지는 이제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깨어나기 싫은 최면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코타르 증후군
    -
    김오키
    김오키, 진수영,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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