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57-4] 윤하 「비가 내리는 날에는」

윤하 『Stable Mindset』
88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9.07
Volume EP
장르
레이블 씨나인 Ent.
유통사 카카오엠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소위 ‘혼(자)코(인)노(래방) 발라드’ 양산품들이 음원차트를 점령한 것에 개탄하고 있는 매니아들이 있음을 잘 안다. 그러나 정말 발라드라는 장르에게 그 책임이 있는 건가? 결코 아니다. 문제는 아무런 음악적 충실함과 완성도 없이 히트만을 노리며 가창부터 편곡까지 뻔한 방식으로 도배를 하다보니 노래들이 ‘가슴을 울리는’ 무엇인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이 그것들을 되찾아올 수 있을까. 가사와 멜로디가 일단 참신하면서 좋은 전개를 가져야하고, 가창 역시 곡의 메시지를 차별화된 자신만의 성대의 울림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아티스트의 고민의 결과이여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하의 신곡이자 약 1년 반 만에 공개한 새 EP 『Stable Mindset』의 타이틀곡인 이 노래는 앞서 언급한 질문에 대한 답안의 한 가지 예시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그간 자신의 앨범 속에서 여러 다양한 장르적 시도들을 펼치던 그녀는 이번 EP는 충실한 발라드 중심의 음반으로 꾸몄다. 그러나 그간 대중이 왜 윤하의 발라드들을 그렇게 지속적으로 자신들만의 ‘완소곡’으로 삼아왔는가를 수록곡들을 통해 증명하고 있으며, 이 곡 역시 그러하다. 멜로디 자체는 그간의 윤하 발라드의 범위에선 ‘동어반복’이라는 얘기를 들을 소지도 있지만, 이를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오직 자신의 목소리의 표현력만으로 청자의 귀를 강타한다. 곡의 기승전결을 그녀의 목소리와 따라가는 과정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카타르시스, 그게 잘 구축된 우수한 발라드다. ★★★☆

 

[박병운] 윤하에게 있어 ‘비’라는 소재와 그 순간의 감정은 중요한 문제다. 그의 이력에 중요한 순간이었던 정규 2집과 4집엔 각각 비와 관련한 단어를 표제로 붙인 곡들이 있었다. 「빗소리」(2008), 「소나기」(2012)가 그랬고, 음반 감상에 스며드는 몇몇 정서엔 헤어짐이라는 감정선의 설득하는 선율과 목소리들이 스며있었다. 나즈막하게 내려앉는 피아노에 질새라 차분함을 지향하는 도입부 싱어의 목소리... 이런 노선의 여전함을 새삼 강조한다는 점에서 전작 『RescuE』(2017)에서 시도한 몇몇 시도를 뒤로 되돌리게 하는 듯도 하다. 그래서 이번 신곡이라는 단어 안에 담길 ‘새로움’ 자체가 결여된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느끼게 한다. 익숙함이 아닌 새롭게 끄집어 들어야 할 이유 자체를 되묻게하는 갸우뚱함이 있고, 이별을 영구불변하게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해야 하는 발라드 장르의 완고함에 질식을 느끼게 한다. 같은 음반에 실린 이 싱어의 자작곡인 「Rainy Night」에 창작자의 의욕과 생기가 느껴지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

 

[유성은] 양다일과 정키, 문명진, 장덕철 등에 곡을 제공했던 신인 싱어송라이터 도코의 곡으로, 윤하와 비를 떠올렸을 때 바로 생각나는 대표곡인 「빗소리」나 「우산」(2014)의 연장선 상에 있는 발라드이다. (얼핏 「우산」이 생각나는 멜로디 라인도 들어있다) 단도직입적인 오프닝과 간주에서는 조금의 틈을 주지 않고 윤하의 목소리만으로 3분 22초를 가득 메우며, 희미하고 습습한 가성에서 까랑까랑하고 올곧은 진성 고음까지 윤하의 매력을 빠짐없이 발휘하고 있다. 거기에 리듬감이나 개성보다는 접근하기 쉽고 이해하기 좋은 단순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보컬을 수식하여 90년대 발라드 스타일의 대중성을 확보해낸다. ★★★

 

[정병욱] 비와 이별 그리고 발라드의 조합은 솔직히 너무 뻔하다. 그러나 이는 인공강우가 실용화된 작금에도 여전히 날씨 이야기로 안부를 묻고, 작은 습도 변화에 기분이 요동치는 연약한 우리네 감성을 건드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계적 자극이기도 하다. 일본 무대 기준으로 어느덧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윤하는, 본작에서 알앤비가 더 익숙한 젊은 싱어송라이터 도코와 첫 호흡을 맞추며, 도코의 안전한 작법을 노련하고 안정적인 테크닉으로 이끌어 낸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의 지향점은 무척 뚜렷하다. 볼륨과 악기 구성, 창법 등 송라이팅과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모든 것이 마치 정비례 그래프를 그리는 듯한 빌드업을 들려주고 있는 것. 심지어 윤하의 보컬은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까지 다소 빠른 호흡으로 제시되는 세 차례의 훅조차 명확한 변화상을 그리며 밑그림 짙은 감정의 상승 곡선을 그린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노골적인 구조와 이를 소화하는 인공적인 테크닉에도 감상에 있어 물리적, 감정적 이질감이 전혀 없다는 것. 대체할 수 없는 청아하면서도 단단한 톤과 더불어 한 곡 안에서의 다채로운 창법마저 자신의 것으로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윤하의 보컬은, 결국 노래가 어떤 노래와 감성을 지향하든지 청자를 기어코 납득하게 하는 설득력을 갖췄다. 비 내리는 풍경, 지난 이별에 대한 미련, 훅을 먼저 제시하는 구조와 전형적인 빌드업. 게다가 우연하게도 3분 33초라는 똑같은 러닝타임까지 똑같은 정승환의 「비가 온다」(2018)를 떠오르게 하지만, 이별을 대하는 호흡이나 온도, 곡의 정서는 같은 듯 무척 다르다. 이는 아무래도 곡의 정서를 단순히 ‘기(起)’와 ‘승(承)’으로 이분하지 않고 서서히 폭발시킨 윤하의 관록이 그만의 호흡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송라이팅도 마냥 기시감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다. 무척 익숙하지만 괜한 사족으로 들렸던 후반부 스트링 사운드의 존재감과 전조 파트는 깔끔한 마무리를 들려주며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한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비가 내리는 날에는
    도코
    도코
    도코, 사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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