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이지형은 이지형이다. 무수한 변신 속에서도 자신의 인장을 굳건하게 새긴다. 그의 목소리는 업템포로 일관하는 이 싱글에서도 결코 무리하지 않는 안정감을 자랑한다. 그렇기에 좀 더 가벼우면서도 핵심을 짚어나간다. 여기에 정무진은 걸맞는 온도를 프로그래밍을 얹었다. 가볍지만 속내를 파고들수록 복잡다단한 구조들이 보인다. 이지형의 안정감이 이런 맥락을 만나 좀 더 흥미로워졌다. 그 점만으로 이 곡은 들을 가치가 충분하다. ★★★☆

[유성은] 댄스음악이라 해도 좋을 꽤 빠른 비트와 봄바람처럼 화사한 수식의 전자팝에 비성 가득한 이지형의 목소리가 얹혔다. 이것은 바로 Flipper's Guitar가 2019년에 재림한 것이다. 또한, 곡의 여러 군데에서 등장하는 신시사이저 연주는 마치 「여름 안에서」(1994)의 색소폰 연주를 연상시키며 곡의 유려함을 한층 더 배가시킨다. 전자음으로 아련함을 표현한 오프닝은 요즘 유행하는 시티팝의 요소가 드러나는데, 더욱 거슬러 올라가면 80년대 J-Pop의 Wink나 BeBe를 떠오르게 하는 레트로함마저 품고 있다. 「뜨거운 안녕」(2007)에서도 그랬지만 이지형의 목소리는 레트로한 신스팝을 지향하는 사운드에 특히나 잘 묻어난다. 노리플라이의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2009)에 이어 오랜만에 등장한 로맨틱, 명랑, 쾌활을 품은 봄의 송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