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이상은 30주년 특집 #15] 모나드로 만든 모자이크

이상은 『We Are Made Of Stardust』
1,63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0.03
Volume 14
장르
레이블 브리즈뮤직
유통사 소니뮤직

「Something In The Air」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 앨범에 진입하기 위해선 '나이트 스카이라인 네온빛 물고기, 미끄러질듯 유영하는. 빛의 축제가 시작되는 이곳, LED의 기하학적 무늬들.'이라는 가사에 동의를 해야한다. 이 앨범 특유의 미감이 저 첫 구절들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앨범에 크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일단 저 구절 앞에서부터 생경함을 느낀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이 앨범이 생경했다.
 
생각이 바뀐 것은 「섬」을 들었을 때였다. ‘파인애플 향 바람’이나, ‘달콤한 시에스타’처럼 명사로 끝나는 가사들은 일렉트로니카의 비트에 맞추어 부른다. 그러나 ‘지구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가만히 느끼고 있네’를 부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상은의 보컬은 마치 리듬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듯이 자신만의 리듬으로 부른다. 곡의 전반부는 이러한 양상을 교차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는 후반의 곡에서 더욱 확장된다. 그러다 ‘아, 반짝이는 파랑 플랑크톤’이라는 대목에서 곡은 전자의 방식과 후자의 방식이 뒤섞이며 마무리된다.
 
이러한 패턴은 앨범 곳곳에서 발견된다. 요컨대 단어로 끝나는 가사들은 정박을, 문장으로 끝나는 가사들은 당김음이나, 잇단음으로 처리하거나, 리듬에 상관없이 길게 빼어 부르는 방식을 주로 취하고 있는 것이다. 뿐인가. 곡의 주요한 말들은 전부 장문으로, 장문과 걸맞는 긴 호흡으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때로는 곡의 핵심을 찌르는 잠언으로(「Cosmic nomad」), 때로는 염원을 담은 목소리로(「모나스트리」) 다가온다.
 
이러한 콜라주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이 「Wild Thing」이다. 이 곡의 가사는 마치 징검다리를 닮았다. 청자는 각각의 가사가 주는 인상들을 징검다리 건너듯 순식간에 주파하는 방식으로 이 곡을 접하게 된다. 이렇듯 앨범의 양상은 단순함과 복잡다단함을 끊임없이 뒤챈다.
 
그러니까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Something in the Air」의 수많은 전문용어의 세례는 기실 이러한 뒤섞임을 위한 프롤로그인 셈이다. 물고기, 도시, 기하학적 무늬들이란 표현은 사실 이미지의 문장을 끊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명사형 문장들과 정확한 딕션 덕분에 곡은 마치 여러 픽셀로 만들어진 조립형 콜라주처럼 보인다. 「The Box」는 이러한 예감을 확신으로 바꿔놓는다. 요컨대 이 앨범은 ‘상자에서 나가기 두려워’하는 화자들과 화자들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앨범은 이들의 목소리를 자기 자신이 되어야만 한다는 충고(「Something in the Air」)나,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도(「Positiva」)과 함께 뒤섞는데 주력한다. 시작은 단절과 연결에서 비롯되었으되, 끝에 가서는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형국을 취하고 있다. 이런 패턴의 교차나 구성은 전작에도 있었지만, 이 앨범에서는 그 방식이 일렉트로니카라는 장르에 의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는 글리치라는 장르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글리치는 노이즈의 콜라주를 기본 패턴으로 삼아 음악적 공간을 꾸리는 장르다. 글리치라는 장르는 기본적으로 음의 배치를 카드 섞는 듯이 뒤섞는다. 때로는 접고, 때로는 부수며, 때로는 유치하게 다룬다. 앨범은 이러한 뒤섞임이 선명하게 비춰진다. 앨범은 이러한 ‘어우러짐’ 속에 벌어지는 감정들을 강조한다.
 
이 앨범의 끝을 장식하는 「Invisible War」는 바로 이러한 어우러짐을 위해 일종의 싸움이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사람들은 적이 아니’고 ‘사랑해야만’한다는 안티고네적인 발언은 이 앨범의 콜라주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비교적 은유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앨범은 그렇게 개인과 개인이 만나 벌어지는 ‘섬의 축제’를 꿈꾸어보라 말하고 있다. 그러한 어우러짐이 마침내 ‘우리’를 만든다는 사실을 이상은은 자신의 콜라주를 통해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나와 나의 의지가 동시에 내 안에 있다는 발견은 바로 그러한 부침을 통해 나온 결론이다. 앨범은 바로 그 의지가 나를 우리로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앨범의 제목인 『We are made of Stardust』는 그런 맥락에서 읽혀야 마땅하리라.
 
이상은은 이 앨범을 통해 파편화된 개인의 콜라주를 응시하면서, 개인과 개인이 어우러지는 케미스트리를 경이로운 눈으로 지켜본다. 이러한 응시는 개인적인 삶에 대한 긍정에서 비롯된다. 제각기 자기 존재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혼란스러운 집합에서 그녀는 새로운 콜라주의 가능성, 새로운 질서로 엿본다. 앨범은 그에 따른 경이와 절망과 환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부단히 애쓴다. 앨범의 분열적이고도, 복잡한 구조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이상은이 여전히 현재진행형 아티스트라는 강력한 증거다.
 
 

Credit

[Musician]
이병훈(Vanilla voy) : 모든 인스트루먼트(Track 1,2,3,5,7,12), 믹싱(Track 3,5,12), 일렉트릭 기타 (Track 9)
타케다 하지무(竹田元) : 어쿠스틱 기타(Track 4,8,9), 나일론 기타 (Track 10,11), 로도스 피아노(Track 8), 피아노(Track 9)
카입 : 모든 인스트루먼트(Track 4,8,9,10,11)
전호영 : 퍼커션(Track 5)

[Staff]
프로듀싱 : 이상은
스튜디오 : 참꽃 스튜디오, 인피니티 스튜디오
믹싱 : 곽은정 (Track 4,8,9,10,11)@June Studio, 김한구(Track 1,2,7)@Mixingpool Sound
마스터링 : 최효영@Sonic Korea
뉴욕 레코딩 코디네이터 : 김버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Something In The Air
    이상은
    이상은
    이병훈
  • 2
    Positiva
    이상은
    이상은
    이병훈
  • 3
    Bliss
    이상은
    이상은
    이병훈
  • 4
    Stardust
    이상은
    이상은
    카입
  • 5
    이상은
    이상은
    이병훈
  • 6
    Wild Things
    이상은
    이상은
    이병훈
  • 7
    Cosmic Nomad
    이상은
    이상은
    이병훈
  • 8
    오늘도 크리스마스
    이상은
    이상은
    카입
  • 9
    모나스트리
    이상은
    이상은
    카입
  • 10
    The Box
    이상은
    이상은
    카입
  • 11
    Magic Lake
    이상은
    이상은
    카입
  • 12
    Invisible War
    이상은
    이상은
    이병훈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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