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40-2] 씨에이치에스 「영혼과적」

씨에이치에스 (CHS) 『영혼과적 (靈魂過積)』
1,129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9.03
Volume Digital Single
장르
레이블 베리하이레코드
유통사 미러볼뮤직

[김병우] 밀도가 높고, 내밀함은 깊다. 그루브 사이를 통과하는 여러 감정들이 허투루 지나가지 않는다. 외려 그루브의 몸을 빌려 자연스레 감정들이 드러난다. 그런 점이 은밀한 방법으로 배음마냥 자리잡고 있지만, 마치 원래 내가 가지고 있었던 감정들인 것 마냥 자연스럽다. 그래서 친밀하다. 밀도가 높은 곡들이 으레 그렇다. 내 것이 아닌 감정인 줄 알았더니, 알고보면 내 어딘가에 속한 감정이라는 점. 교감은 그렇게 발생한다. 자신의 내면에 골몰하는 일도 유의미한 일이지만, 이토록 친숙한(물론 그 과정이 너무 쉽다는 의미는 아니지만)제스처를 취하며 다가오는 곡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어쩐지 후자의 편에 조금 더 머물고 싶은 것이다. ★★★★

 

[박관익] “어디엔가 깊이 빠져 어떠한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가장 편안한 상태를 '영혼과적'이라 한다.” 이 제목의 의미처럼 여러 가지 소리들이 넘치지 않게 잘 배합되어있다. 이븐에잇쓰(Even 8th)의 퓨전 재즈 스타일로 구성한 인트로에서 무언가를 기대하게 하다 “띵샤”소리와 함께 다른 세상으로 넘어간다. 반복적인 기타 리프 위에 짙게 깔리는 리듬은 불안하면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중간 중간 신스의 포르타멘토 주법은 Kool & The Gang의 「Summer Madness」(1974)를 떠오르게 한다. 중간에 다이내믹을 떨어뜨리면서 불안한 감정을 해소시키다 다시 클라이맥스로 끌어올린다. 수미쌍관의 아웃트로 에서의 대칭미도 돋보인다. 여러모로 잘 설계가 된 곡. ★★★★

 

[정병욱] 아폴로18 출신의 최현석이 자기 이름을 걸고 「땡볕」(2018)부터 본 싱글까지 네 차례에 걸쳐 공개한 씨에이치에스의 음악 기조는, 투박하지만 호쾌한 개러지 록에서 유려한 신스팝으로의 반전 전향을 선택한 아도이의 멤버 오주환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물론 아폴로18과 씨에이치에스의 정체성이 곡의 전후반부에 걸쳐 물과 기름처럼 양분된 「서울몽」(2018) 같은 싱글도 있긴 했만, 이 노래를 포함한 나머지 싱글만 보아도 거친 노이즈와 불안한 서정으로 가득했던 아폴로18의 황야가 씨에이치에스의 완만한 평야로 바뀐 것은 분명 했다. 게다가 팀의 탁월한 연주와 곡의 그루브 감각은 두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공통점으로 온전히 살아있기도 하다. 무아지경의 ‘영혼과적(靈魂過積)’ 상태를 표현하는 「영혼과적」은 발표한 싱글 중 가장 추상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땡볕」(2018)과 「샤워」(2018)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상을 그린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스무드와 칠 사이 지점을 짚어내는 명료한 멜로디와 나른하고 몽환적인 리프가 듣는 이의 뻣뻣한 긴장과 경직을 완화해, 마치 감상용 음악 만치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연주는 그에 머물지 않는다. 완성한 프레이즈를 마냥 안일한 반복으로 소비하지 않되, 서사적 전환을 예고하는 완벽한 브릿지를 삽입하고, 후반부 입체적 두께를 더하는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덧대고도 결국 수미쌍관을 이루는 짜임새를 갖춤으로써 인상과 서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것이 본작의 차별점이다. 부리는 욕심의 종류과 정도만 조율한다면 언제든 좋은 싱글을 만들어낼 수 있는 뮤지션. ★★★★

 

[조일동] 신시사이저와 베이스가 사이키델릭의 정서를 꾸역꾸역 토해내면, 플롯은 이를 1960년대 후반 어디로 끌고 가려 한다. 그러나 반복적이면서도 단순해지길 거부하는 기타 연주는 곡을 끊임없이 현재로 소환한다. 변박 이후 플롯과 신스 사운드는 더 침잠하라는 듯 연주를 이끌지만, 덤덤히 리듬 패턴을 반복하는 기타는 계속해서 다른 악기와 평행선을 긋는다. 닮은 듯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악기군이 만드는 팽팽한 긴장감의 굴곡은 진심으로 섹시하다. 아폴로18에서 최현석의 기타가 공중부양의 노력이었다면 씨에이치에스 프로젝트에서는 다른 악기의 들뜸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맡은 모양새다. 상반된 두 모습을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네 번째 싱글까지 접하니 정규 앨범이 궁금해질 뿐이다. ★★★★

 

[차유정] 영혼은 형태 없음을 자랑하는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항상 승부사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싱글의 특징은 그런 내기 쯤은 멀리 던져버리고 규정할수 없는 세계로 여행을 떠나자며 속삭이는 것 같다. 곡의 마디마다 울려 퍼지는 중후함과 싱그러움이 궁금증을 넘어서 살짝 치기 어린 동참이라도 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어둡고 깊숙한 곳에서 배어 나오는 영혼이 아니라, 장식을 최대한 배제한 채 홀로 머물러 있는 인간의 세계가 은근하게 드러난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영혼과적
    -
    최현석
    최현석, 김동훈, 박영목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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