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1도 없어」(2018)는 에이핑크에게 확연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미 8년차를 맞는 그들은 과거 그들의 전공 분야였던 청순돌이나 큐티 계열의 콘셉트에는 현재의 나이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장애물이 놓여있었다. 그러나 블랙아이드필승과의 결합은 세련되지만 대중적인 멜로디를 가진 '일렉트로닉'에 방점을 담은 팝이라는 새로운 토핑을 그들의 음악에 얹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1도 없어」가 세련된 절 부분 멜로디와 후렴의 대중적 멜로디가 조금 어색하게 동거했다면, 이 곡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뻔한 전개를 철저히 피해가는 방향으로 멜로디가 흘러가면서도 기승전결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이에 더해 「1도 없어」와 같이 정은지보다는 다른 멤버들에게 훅의 역할을 잘 안배하면서 6인의 보컬의 조화로운 공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성숙해진 멤버들의 이미지만큼 분위기를 충분히 리드해주는 음악이 완성되었다. 뛰어난 음악 감각이 실려있는 몇몇 후배 걸그룹들의 음악들의 도전 속에서 에이핑크가 그래도 여전히 '선배의 품격'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음악적 결과물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의 해답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

[유성은] 에이핑크는 전작 「1도 없어」에 이어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의 곡으로 8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을 선정했다. 인연을 기다리는 외로운 여성 화자의 멜랑꼴리한 마음을 대중적이지 않은 멜로디 구성으로 표현했다. 생각해보면 에이핑크의 타이틀곡과 블랙아이드필승의 만남은 「내가 설렐 수 있게」(2016) 부터 였다. 평소의 에이핑크가 들려 주던 90년대를 연상시키는 대중적이면서도 청순미를 지향하는 싱글과는 다르게, 퓨처베이스를 기초에 둔 전자음악 성향이 생소해서인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전작인 「1도 없어」를 통해 쿨한 여성으로의 이미지 변신과 함께 과감한 장르적 시도를 잘 융합하여 좋은 반응을 얻으며 7년차 걸그룹의 건재함을 알렸다. 더욱 실험성이 강해진 이번 싱글이 2019년의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관전의 포인트가 되겠다. 마치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신세계」(2015)가 주었던 생소함이 느껴질 정도로 파격적인, 8년차 걸그룹의 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