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18-5] 카코포니 「로제타」

카코포니 (Cacophony) 『和』
1,55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10
Volume 1
장르 일렉트로니카
레이블 플럭서스뮤직
유통사 엔에이치엔벅스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대학시절 쥬마르드라는 그룹(일수도 있지만 왠지 그녀의 원맨 작업 같다는 의심이 드는)의 보컬과 송라이터로 활동하다가 잠시 음악을 접었던 여성 뮤지션이 카코포니라는 새 이름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부고라는 상황이 이번 새 음반 『和』의 큰 동기로서 작용했다고 하는데, 전체적인 음반의 분위기 역시 차분하지만 나름의 몽환성을 갖춘 멜랑콜리함을 머금고 있다. 장르적으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주도적으로 내세우지만, 그녀가 추구하려는 방향은 이를 통한 리듬과 그루브의 발현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감성과 격정, 슬픔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곡에서는 재지한 피아노 샘플부터 트립합적인 요소들이 한데 결합하는 가운데 그녀의 덤덤하지만 묘한 울림을 가진 보컬이 (이상은이 덤덤하게 노래할 때의 톤과 살짝 흡사한) 곡의 중심을 확실히 지배한다. 일렉트로닉 씬에서 여성 뮤지션들의 약진이 확실히 강해지는 가운데 또 한 명의 훌륭한 신예의 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곡. ★★★★

 

[박병운] 일단 플럭서스가 영입한 간만의 새로운 이름이라는 점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카코포니. 그 내용물이 열어보니 ‘시궁창’이라는 가사와 근친을 먼저 보낸 창작자 자신의 형언하기 힘든 슬픔 등이 여기저기 음울하게 배어있다. 병석 위 회색 낯빛의 근친을 화장터로 보낸 휘청대는 시간대를 보낸 글쓴이로서 이는 공감의 영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창백한 전자 사운드 위에 청명하게 들리는 건반음의 배치는 그 자체로 ‘불협화음’을 의도하면서도 굉장히 온전하게 들리는 음악으로써의 성취를 동시에 들려준다. 여기에 후반으로 갈수록 드러내는 보컬의 역량과 떠난 이를 위한 구원을 희망하는 예우 등은 곡 전반의 음울함과 조우해 성스러움을 연출한다. 실은 이 쓸쓸한 의식에의 초대를 창작자의 의도에 맞게 확인하기 위해선 그와 친구들이 만들었다는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까지 감상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

 

[정병욱] 쥬마루드 시절이나 이번 앨범에서나, 카코포니의 발성과 보컬에는 슬픔의 억제와 발산이 함께 담겨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지난 쥬마루드 시절의 그것이 기술적으로 재즈 그루브에 가깝고 정서적으로는 다소 연극적이고 건조하게 표현됐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노래에 따라 방법을 달리 하는 다채로운 팝의 면모를 보여주었다는 것. 대신에 곡마다의 정서적 집중력은 더욱 높아졌다는 사실 정도다. 전자가 증명과 소통에 방점이 있다면 후자는 앨범 소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개인의 비극적 서사에 대한 예술적 승화가 핵심이다. 깊고 내밀한 상처와 그것의 솔직한 형용. 이와 같은 노골성은 거부감을 주기보다 역설적으로 청자와의 소통의 폭을 넓히게 되었다. 우는 사람을 보고 자연스레 마음이 아파오듯 본작의 진솔함은 듣는 이를 감정적으로 함께 동요시킨다. 타이틀 「로제타」는 카코포니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진한 두성이나 비성 외에 소박한 가성을 보태며 가사의 의미를 형상화한다. 마치 흐느끼듯 구원을 읊조리는 후렴은 가사 이면의 서사에 담긴 당시의 간절한 기도이자 그것이 음악이 되는 현재 순간의 미학적 최면이 된다. 노래와 가사를 떠받치는 배경으로 우울하고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차용한 것은, 반복되는 기도와 최면에 어울리는 소리의 잔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절묘하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현생의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우리의 숨통을 조인다. 그리고 남들보다 훨씬 예민한 누군가는 누구보다 앞서 목줄을 풀고 농도 짙은 생의 날숨을 내뱉는다. 예술이 삶의 고통을 양분 삼는다는 인식은 구태이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을 당연한 전통이기도 하다. 고통의 현신과도 같은 영화 《로제타》(1999) 속 ‘로제타’의 이름을 초혼하는 강렬한 아날로그적 현실의 경험, 그리고 그것을 한껏 농축한 뒤 가장 어울리는 언어로 내뱉을 줄 아는 발로는 범상한 재능이 아니다. 이 노래의 막상 다소 가볍게 뜨는 보컬 톤과 반복하는 프레이즈의 디지털 몽상이 그와 다른 묵직한 울림을 전달하는 까닭이다. ★★★☆

 

[차유정] 비련의 여주인공이 지닌 강인함이 세상을 구할까? 현실을 사는 우리는 그렇게 될 리가 없다는걸 매일 체감하고 산다. 하지만 그런 존재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 또한 희미하게나마 사실이다. 이 싱글은 그걸 숨기지 않는다. 내가 약한 그대로 세상에 서고 싶은 욕망 또한 감추지 않는다. 마음에 걸리는 지점은 나약함과 아름다움의 두 가지 감정이 혼란스럽게 뒤섞인 채로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아름다움이지만 자신은 초라하다는 것을 끝내 말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불균형인 것 같다. 그것을 좀더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보다 관점을 가진 시원한 트랙으로 남을뻔 했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7
    로제타
    카코포니
    카코포니
    카코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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