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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Out #203-2] 사이먼도미닉 「데몰리션맨 (feat. 김종서)」

사이먼도미닉 (Simon Dominic) 『Darkroom : Roommates Only』
1,22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06
Volume EP
레이블 AOMG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듣는 내내 곰곰 생각했다. 사이먼도미닉의 예전 노래들에 비해 어색한 모습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전에 내가 들었던 사이먼도미닉의 모습은 모두 거품이 끼어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노래를 듣고 나서야 절실히 느꼈다. 기실 예술가는 삶을 어떤 자세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삶에 대한 진솔함 또한 그러한 자세의 지구력에서 나온다. 아무래도 삶이 들어간 노래들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거기서 무언가를 더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진정한 예술가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삶을 던지는 포즈로 있는 힘껏 더 던지는 사람들. 사이먼 도미닉은 주저없이 던졌고, 그렇게 내던진 것들은 적어도 내가 듣기에 아름다웠다. 김종서의 피처링에서 후반의 이명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그렇게 내던진 삶을 사이먼 도미닉이 얼마나 깊이 있게 바라보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그 점에 감동했다. 길을 제대로 찾았다는 예감이 이 한 곡에 번뜩인다. 이런 결과물이라면 주저없이 걸작이라는 칭호를 줄 수 있다. 다행이다. ★★★★★

 

[김정원] 씬에 등장한 지 어느덧 15년쯤 된 사이먼도미닉이 영화 《데몰리션맨》(1993)을 꺼냈다. 그는 이 영화의 악역 사이먼의 이름과 세례명 도미니크를 합쳐 자신의 랩네임을 지었다. 물론, 그가 앨범 발매 당일 진행했던 인스타 라이브 내용에 따르면, 실은 이 노래가 영화 내용과는 크게 관계없다고 한다. 그저 제목이 ‘나쁜 남자’라는 원제보다 좀 더 임팩트 있길 바랐을 뿐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오래간 쓰던 랩네임과 연관된 제목을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한 내면의 감정을 꺼내놓는 곡에서 걸었다는 건 꽤나 의미심장하다. 「데몰리션맨」은 『Darkroom : Roommates Only』에서 유일하게 침잠되어 있지 않은 채로 격앙되고 과잉된 우울의 감정을 폭발하는 노래다. 그 속에는 오랫동안 유명인의 삶을 살았던 사이먼도미닉의 고독과 절규가 처절하게 녹아 있다. 많은 이가 이번 앨범의 이상향으로 잡았던 「노땡큐」(2017)와 똑같이 거친 욕설을 뱉지만, 의미는 매우 다르다. 「노땡큐」로 거만하고 터프한 뉘앙스를 강조했다면, 「데몰리션맨」으로는 광적이고 자학적인 상태를 강조한다. 그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와중에도 여전히 타이트한 모드를 유지하는 사이먼 도미닉을 보면, 결코 기대와 다르다는 평만을 늘어놓을 수 없다. 전체적인 음악의 모양새는 어떨지 몰라도, 그는 이 곡으로 자신의 커리어에 새 영역을 약간 열어젖혔다. ★★★☆

 

[손혜민] 사이먼도미닉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번 앨범은 어둡고 탁하면서도 습했다. 피쳐링이나 싱글로만 음악을 내어놓다 들고 온 앨범 제목이 『Darkroom』에다 싱글의 제목이 「데몰리션맨」 이라니. 피아노로 시작되는 인트로는 그의 허심탄회하게 내뱉는 듯한 가사를 싣고 어둠 속으로 향한다. 간간이 더해지는 김종서의 보컬은 처량함을 증폭시켜, 사이먼도미닉의 처절한 외로움과 괴로움을 더욱 느끼게 한다. 고뇌로 가득한 이 모습도 사이먼도미닉의 모습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에게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들을 투영한 곡들을 발표해왔다면, 아마 이번 곡이 대중들의 기대와는 달리 가장 사이먼 도미닉 자신을 둘러싼 여러 껍질들을 찢고 나온 진실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이 곡을 들으며, 그의 예전 곡인 「밤을 걷는 소리꾼」(2007)이 떠올랐다.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전,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하던 그때 그 시절의 사이먼도미닉이 겹쳐 보이는 기분. 과거로의 회귀이지만 같지는 않은. ★★★★☆

 

[유성은] 트렌디하고 중독성 있는 힙합에서도 가장 앞서 달려왔던 사이먼도미닉. 이번 신작은 생각지 못한 방향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며 절규였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랑이나 자기 과시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트라우마, 고통, 번뇌 속에서 만들어낸 한줄 한줄의 가사는 과연 3년에 가까운 시간동안을 쏟아부은 고민의 치열한 흔적들을 증명한다. 음악인에게 신작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약속과 절실함 뿐만 아니라 팬들의 기대에 대한, 그리고 주변 조력자들의 신뢰에 대한 충족에 대한 답변이다. "앨범은 내 때가 되면 내, 비난은 발매가 되면 해"라던 그는 사람이 마음대로 재단되는 개성상실의 시대에 떨어진 진심의 화신 마냥 절실하고 격정적인 감정을 가진 랩퍼다.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있는 그대로의 정기석. ★★★☆

 

[차유정] "할 수 있는 선에서 소리지르고 울테니까 그냥 둬 제발." 이 문장을 감정적으로 조립하면 대략 이런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감과 나약감 앞에서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소리지르는 방식은 누구나 취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의 출구를 찾으려고 하는 시도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기 힘으로 부딪힌 뒤 방법을 모색하려고 하는 몸부림이 느껴져 신선하기까지 하다. 소울과 랩 사이에서 자신의 톤을 찾으려 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6
    데몰리션맨 (feat. 김종서)
    사이먼도미닉
    사이먼도미닉, 디크로
    디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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