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89-3] 아날로그소년 「노점가」

아날로그소년 『현장의 소리』
1,03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03
Volume 3
레이블 NHN벅스
공식사이트 [Click]

[김용민]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의 시대가 지난 지금. 더 이상 노점은 세간의 인식에서 약자로 취급되지 않는다. 절대 위인인 세종대왕과 이순신에게도 공과를 따질 수 있는 지금, 그래서 민중가요는 정교하고, 트렌디하고, 유머러스 해야 한다. 예전에는 민중가요가 노동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싸워야 할 대상이 광범위하고, 복잡하며, 법을 등에 업은 더 강한 상대들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더해, 이제는 여론과도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것들이다. 아날로그소년의 음악은 굉장히 내구성이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노점가」는 그동안의 현장 기록을 훌륭하게 축약한 민중 서사로 그 빛을 발휘한다. 2집 『택배왔어요』(2012) 의 센스보다도 훨씬 부드럽게 문제를 파고 든다. 여기에는 짧은 끝마디 라임도 촌스럽지 않게 하는 김박첼라의 훌륭한 록비트 메이킹에 일정한 지분이 있다. 쉴새없는 벌스를 시원하게 비행기 태우는 활주로에서 아날로그소년은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하게 날뛴다. 진보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면서 정의와 정당성의 위협을 받고 있는 현재. 아날로그 소년의 민중가요는, 그 시류에 가장 알맞은 움직임이다. 시대의 언어에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음악의 언어에서 중요한 의제와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것. 아날로그소년은 그래서 중요하고 「노점가」는 분명 그의 커리어 안에서도 꽤나 높은 위치에 있는 수작이다. ★★★★

 

[김정원] 6년이 지났지만, 아날로그소년은 변한 게 없다. 팝적인 기준에서 변화가 없다는 건 좋지 않은 신호지만, 그처럼 지키는 자리와 영역 자체가 보존 가치가 있는 경우는 외려 굳건함으로 다가온다. 차이점도 있다. 풍자와 해학은 여전하지만, 신보 『현장의 소리』는 『택배왔어요』보다 위트가 차지하는 폭은 줄어든 데 비해 애환이라는 말로 대변될 수 있는 신파적 진중함은 커진 작품이다. 그래서 더 투쟁적으로 들리는 경향도 있다. 이는 마치 지난 앨범과의 시간적 간극에 존재한 지난했던 대한민국을 대변하는 듯하고, 탄핵이라는 최후의 카드로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바뀌지 않았음을 주장하는 듯하다. 「노점가」로 보면, 포장한 언어가 젠트리피케이션이고 초점이 조금 달라졌을 뿐, 『택배왔어요』의 수록곡인 「장터국밥」에서 살짝 집었던 대기업 골목상권 침범 이슈의 발전적인 형태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 것만 같다. 또, 과거에는 단순하게 ‘대기업과 정부 vs. 서민’이라는 일종의 프레임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다. 그러나 「노점가」는 “옆집의 최 씨가 저 회사 직원으로 들어갔네 / 노점상 김 씨는 용역 깡패가 되어 돌아왔네 / 우리 가게를 소개하던 기자들도 저 회사의 방패” 같은 라인으로 이 땅에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순환 논리에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보다 입체적으로 지적한다. 앨범의 또 다른 수록곡 「우아한 거리」 속 “거칠고 투박함을 철거하지 말기를”이라는 가사처럼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아날로그소년의 음악과 남겨진 이들의 삶이 철거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박상준] 굳이 폼을 잡지 않아도 내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느와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진실로 자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알아가는 것. 『현장의 소리』가 자연스레 획득한 가치들이다. 아날로그소년은 치열한 권력찬탈과 인정투쟁의 현장이었던 한국 힙합 대신 실제 현장의 소리를 수집하여 풀어놓았다. 「노점가」에서 그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뮤지션이자 기획자인 황경하가 해오고 있는 작업들의 연장선이고, 「집시」와 「해녀」는 그야말로 기록의 열전이며, 「고생하세요」는 한 개인의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근사한 마무리이다. "다들 무사하세요"라고 위로하며 어떤 순간을 살아간 경험이 이들에게 충분히 위안이 될 노래로 가득하다. 비록 아날로그 소년이 경험한 현장이 모두의 현장은 아니겠으나, 이러한 작업에 얹힌 소리와 언어에 진심으로 응원을 보낸다. 진정 유치하고 촌스러운 건 노가다와 튀김기가 아니라 있지도 않은 총과 칼과 왕관이다. 『현장의 소리』에 촌스러운 소리 같은 건 없다. ★★★★

 

[정병욱] 오늘날 컨셔스랩은, 가사에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고 그에 대한 환원주의적 태도 (지시적 환원이나 지향적 환원 모두를 포함해) 를 보이는 것만으로 남다른 지위를 부여받는다. 랩 음악이 유사 이래 다른 어떤 음악보다도 한 텍스트 안에 많은 내용과 의미를 담을 수 있다 보니 마땅한 대우일 수도 과장된 추앙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적당한 흉내나 껍데기가 아닌 진정성 있는 알맹이만 담아낸다면 적어도 폄하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데뷔 후 초창기에 들려준 단순한 내면의 토로든 《뉴스타파》와 함께 한 디지털싱글 『설파(說破)』(2015)의 노골적인 정치 메시지로든 아날로그소년의 음악이 꾸준히 ‘진정성’이라는 토대만큼은 확고히 다져왔다는 점에서, ‘the here & now’를 울부짖는 본 싱글의 그것은 단지 새삼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표현 층위에 상관없이 나름의 설득력까지 확보한다. 게다가 구체적인 내용과 스토리를 음악에 어울리는 언어들로 조응하고 외부의 대상을 자기 정서와 다짐으로 이어가는 서사적 흐름은 꽤나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김박첼라는 아날로그소년의 오랜 파트너답게 노래에 매우 적확한 비트를 제공한다. 스트레이트한 매력의 밴드 사운드를 향수 어린 관능으로 활용해 자칫 어둡게 뒤쳐질 수 있는 「노점가」의 분위기와 감정을 적절히 고양하는 것. 여기에까지 이르면, 비록 「노점가」 가사에 신선한 메시지나 표현은 찾기 힘들고 라임이나 플로우의 구사 역시 진부하지만, 이는 그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되며, 의도한 노래의 종합은 결국 진보된 표현이 아닌 내용에 있음을 알게 된다. 본질지향성과 순수함을 간직한 자신의 이름, 곧 ‘아날로그’와 ‘소년’이라는 조어와 그렇게나 어울리는 음악이 아닐 수 없다. ★★★

 

[차유정] 도시에서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대기업의 횡포에 따른 제2의 도시화로 어떻게 삶과 포지션이 달라지는 지를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 버티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아버린 이 시대에, 버텨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유까지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함께 살던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터전을 잃어버리고 더 삶에 매달리게 되는지를 가감없이 묘사하는 부분은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다만 약간만 더 차분하게 전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노점가
    아날로그소년
    김박첼라, 아날로그소년
    김박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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