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83-4] 전유빈 「길치」

전유빈 『길치』
1,07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01
Volume Digital Single
레이블 쇼크리에이티브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인디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고 해서 뭔가 진지한 장르적 음악을 해야 한다는 불문률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특별한 아티스트 정보도 찾기 힘들고, 심지어 매체에서 인터뷰한 기록도 거의 찾기 힘든, 전유빈이라는 이 싱어송라이터가 들려주는 음악은 그야말로 충분히 주류를 지향해도 될 보편적 '팝'이다. 작년에 발표한 두 싱글 「소나기」나 「매력없는 여자」에서는 이미 볼빨간 사춘기 등의 매끈한 인디 포크 팝 정공법이 거둔 성공을 따라간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세 번째 싱글에선 그야말로 90~00년대 주류 가요에서 듣던 순수한 팝 발라드를 지향했다. (이것 역시 윤종신의 「좋니」가 안겨준 파급력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발라드는 이별의 감정적 방황을 길을 헤매는 '길치'로 묘사한 가사의 진중함 덕분에, 날이 갈수록 감정 과잉의 클리셰가 누적되어왔던 통속 발라드의 한계를 벗어난다. 전유빈의 보컬 역시 평범하지만 정갈함이 있어서 접근성이 쉽지만 뻔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음악적으로 특별히 더 신선한 것을 지향할 수 없을 때, 그것을 메우는 방법은 바로 진솔한 노랫말과 솔직한 목소리의 힘이라는 것을 재확인시켜주는 곡이다. ★★★☆

 

[김용민] 8~90년대를 호령하던 발라드는, 지금 명백히 마이너에 위치해 있다. 그냥 옮겨간 것 뿐만이 아니라, 특유의 감성이 알앤비/소울 계열에게 ‘뺏긴’ 느낌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흐름의 평평한 정갈함(에 고음 딱 한 스푼)은 극적인 기교의 굴곡이 대체하고, 특유의 여운 깊은 가사는 더 이상 발라드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발라드는 오히려 이를 피해, 약간의 위트마저 갖춘 B급 감성을 차용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승기와 케이윌로 대변되는, 신흥(?) 메인스트림 발라드에는 이런 고민이 묻어있던 것이다. 물론 그마저도 인디 포크의 열풍에 여의치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길치」의 끊어지지 않는 말의 홍수는, 묘한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한마디, 한박자가 허락하는 공간에 최대한 담긴 가사는, 잔잔한 흐름의 피아노 멜로디와 아이러니한 시너지를 일으키며 가쁜 숨을 토해내게 만든다. 그리고 적지만 세심하게 떨리는 보컬의 파동은 먹먹한 외피와 요동치는 내면을 훌륭하게 소화한다. 얼핏 들으면 정석적인, 혹은 전통적인 발라드의 느낌을 가지지만 딱히 어떤 것이 비슷하다 느껴지지 않는 정체성이 분명 있다. 집을 나갔던 발라드의 미학이, 제목과 달리 길을 찾아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이렇게 오밀조밀하게 뭉쳐보니 새삼 새롭다. ★★★☆

 

[유성은] 데뷔곡인 「소나기」(2017)나 직전 싱글 「매력없는 여자」(2017)에 비해, 목소리의 지향점은 점점 그리고 분명히 '한국식 발라드' 쪽으로 진행중이다. 목소리와 건반으로 단순하게 진행하는 곡 위에 기타를 중심으로 한 밴드 사운드와 곡을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감싸는 스트링이 깔리는 발라드 공식을 따라가는 이 곡은, 이소라나 심규선의 발라드 넘버에서 쉽게 찾아볼수 있는 어떤 전형성을 가진다. 스토리나 에피톤프로젝트의 발라드에서 찾아볼수 있던 과거 감성으로의 회귀는 곡의 프로듀싱에 참여한 77어린이의 영향으로 보인다. 굳이 기시감을 억지로 가져다 붙인다면, 전유빈의 목소리는 수년 전의 윤하가 구사하던 섬세한 목소리에 닮아 있다. 이별을 '길을 찾는 것'에 비유해, 바라고 바래도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화자를 표현하며, 직설적인 화법 대신 비유와 은유를 사용한것 역시 전형적인 발라드 음악의 노선과 일치한다. 찌르는 고음과 절절한 바이브레이션 없이도 깊은 슬픔이 아득한 절망감이 전해 다가오는 곡이다. ★★★

 

[차유정] 이별의 아픔이 규격화된 감정과 문장들 속에서 조용한 파도를 일으킨다. 나의 시간을 반추해 보고 싶은 발라드가 부르는 사람의 욕망이 투여된 것이라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체된 마음의 소용돌이안에서 길을 잃은 채 서성거리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상대적이지만 개인의 슬픔 한 줄기를 뽑아내는데는 성공했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길치
    전유빈, 77어린이
    전유빈
    김진형, 최재열

Editor

  • About 음악취향Y ( 3,438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