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81-1] 김동률 「답장」

김동률 『답장』
1,49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01
Volume EP
레이블 뮤직팜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김동률의 '변화'를 파악하는 일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Orhan Pamuk의 표현을 약간 빌리자면, 그는 바늘로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와 그의 음악 속에서만 맑은 물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다. 혹자는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할 것이고, 혹자는 여전하다는 사실에 안도할 것이다. 나는 그의 목소리가 예전의 유려함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피부에 와닿는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유려함을 위해 사운드를 수정하는 게 아니라, 사운드를 위해 유려함을 포기할 줄 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점에 대해 능숙하게 받아들일 줄 안다는 것. 망설임에도 적지않은 깊이가 투영되었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보다 문득 김동률의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답장」은 자신의 역할을 능숙하게 하고 있다. ★★★

 

[김용민] 김동률표 음악의 생명이라고 하면, 모든 재료들이 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섣불리 치고 들어가지 않는 멜로디에서부터 페이드아웃까지. 감질맛 나는 듬성듬성한 악기 배치에서 점층적으로 쌓이는 오케스트라, 그리고 골동품이 될지언정 결코 저렴하지 않은 단어선택. 「답장」에 들어있는 ‘맛있는 것’이란 어감조차 김동률이라는 틀 안에선 조금 어색해보이니 말 다했다. 『토로』(2004)에 수록한 「신기루」에서 느껴지는 삼바 리듬에서의 안간힘을 보라. 자신의 앨범에선 염가로 보이는 일은 최대한 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그러니 김동률이고, 베란다프로젝트나 카니발이 아닌 것이다. 그럼 관건은 김동률식 발라드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취향문제로만 귀결된다. 이렇게 까지 뮤지션의 생각이 확고한데, 혁신이나 변화에 대한 기준을 들이대면 할 말이 없어진다. 음악의 시류에 따라서는 이런 우직함이 오히려 혁신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적어도 김동률의 음악에서는 꽤나 오랫동안 완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물론 앨범 내에서의 「답장」은 필요한 장치이자, 약간의 변화에서조차 김동률이라는 석자가 지워질까 노심초사하는 일종의 장인정신이다. 다만 싱글로서의 「답장」은 80년대생의 어드밴티지를 아무리 적용하고 싶어도, 때 되면 차트를 차지하는 전작의 특혜라는 찜찜함을 도저히 벗어버릴 수 없다. 「답장」에 대한 생각은 내 안에 있다는 원효대사식 마음가짐이 그나마 가장 적절해 보인다.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 점수 또한 이런 고민의 흔적이다. ★★☆

 

[박병운] 담담하고 조심스럽게 뱉는 초반의 고백조가 그간의 침묵을 깬 김동률의 귀환을 알린다. 그를 기다리는 이들이라면 이후가 어떻게 되어도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내일 맛있는 거 먹자고’ 부분에서 어쩔 수 없이 귀가 간지러워지면서 어깨가 움츠러들지만 한 번뿐이니 견뎌내면 그만이다. 황성제의 조력이 붙으니 예상 가능한 편곡과 분위기가 조성된다. 여기에 박인영의 지휘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인해 확장되는 곡은 유려하고 뭉클한 감정의 눈보라를 일으킨다. 이런 구성을 누구든지 지향은 하고 있지만, 일정 이상의 성취를 위해 정성을 붓는 이는 사실상 이승환을 제외하고는 이 씬에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익숙하고 실로 옛 된 곡이지만 유효하다는 점에서 흠잡는 정성도 민망하기도 하다. ★★★☆

 

[유성은] 고고한 떨림을 간직한 멋진 중저음역대의 목소리, 자연스럽고 우아한 전조, 문자 그대로 '소름돋게 깔끔한' 관현악의 편곡에 맞춰 살아 움직이는 악기의 소리들. 특이한 음색, 엇박의 리듬, 혹은 전자악기의 분탕질이 득세하는 요즘의 음악들에서 홀로 우뚝 솟아 여전히 아름답고 거대하며 웅장한 음악이다. 전작 「그게 나야」(2014)에 비해 전개와 반복이 보다 집요하고 이전의 대곡형 발라드들에 비해 더욱 규모를 키운 곡이기도 하다. 확실히 런던필과 황성제의 편곡이 규모를 정의하였다. 윤종신이 절규하고, 이적이 덜어내며, 토이가 달리는 와중에도 김동률은 여전하다. 이것은 확실히 그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회한의 가사, 관현악의 큰 흐름속에 숨어버린 비트 또한 김동률 답다. Ennio Morricone가 만들어 낸 대규모의 OST를 듣고 있는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 일으키는, 중년이 된 거장의 고백. ★★★★

 

[이정희] 조심스럽게 기다렸다. 오랜 시간 좋아했던 뮤지션의 앨범은 그 시간의 기대만큼 실망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게 마련이다. 첫 플레이에서 느낀 익숙함, 낯익은 감성은 실망보다 반가움이 크다. 김동률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조심스러운 가사, 잔잔한 스트링으로 시작해 점차 고조되는 오케스트라의 편곡은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김동률의 곡임을 알게 한다. 그래서 자칫 듣고 지나칠 수 있다. 첫 감상의 익숙함은 새 앨범을 꼭 들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깊어진 울림은 청자들이 잊지 않고 간직한 현재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이 앨범이라면 추운 겨울에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란다는 뮤지션의 목표는 충분히 이루어진 듯하다. ★★★★

 

[차유정] 지나가 버린 시간을 부여잡고 후회하는 이야기는 흔하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통해 마음을 어떻게 회복하고 흘려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해외 발라드 장르에서 드러나는 사랑의 주체는, '사랑했던 너'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나'이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사랑을 대하는가의 문제가 투사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김동률의 발라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디인가? 아마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 시간에 대한 아픔과 자책을 떠올리는 그 지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미처 다 풀지 못한 문제에 대해 여전히 하지 않은 숙제를 해야 하는 사람처럼 고뇌한다. 사랑은 숙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에 다다른 노래가 듣고 싶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답장
    김동률
    김동률
    황성제,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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