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69-5] 큐엠 「쌤」

큐엠 (QM) 『WAS』
1,11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7.10
Volume 1
레이블 CJ E&M
공식사이트 [Click]

[김정원] 큐엠의 첫 정규 앨범 『WAS』는 독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주로 황금만능주의, 경쟁주의로 뒤틀린 한국의 사회 시스템, 힙합 씬 같은 커다란 판을 맹렬히 공격한다. 이는 당연하게도 이제는 한국힙합 내에 완벽히 자리 잡아버린 "Show Me The Money"라는 조금은 낯뜨거운 온상이 가진 맥락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오랜 시간 프로그램에 염증을 느낀 힙합 커뮤니티 내의 팬들은 힙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작자의 태도’를 두고서 그를 인상적이라 치켜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주류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해서 ‘대항마’ 딱지를 붙이고, 또 그것을 예술적 수준을 판단할 때 조정하는 용도로 쓰는 감도 없잖아 있어 보인다. 앨범의 타이틀곡 「쌤」을 예로 들면, 일단 한 번의 실패가 곧 영원한 실패라며 학생들을 낭떠러지로 몰아가는 한국 사회의 환경적 구조를 시원하게 일갈하긴 한다. 다채로운 플로우 디자인이나 괴랄하다 싶을 정도로 높낮이가 뚜렷한 인토네이션도 흥미를 끈다. 다만, 격정적인 감정과 생각의 파고를 표현한다는 걸 감안해도 기본적인 랩 톤은 심히 불안정하고, 그 와중에 플로우 변환을 과하게 주다 보니 몰입감과 전달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기술만 남은 이들이 많은 판국이라는 건 알지만, 마치 기본적인 순서와 단계를 간과하고 바로 상위 체급에 도전한 것만 같은 모양새다. 음악은, 의미와 의도, 그리고 진정성 같은 개념들로만 판단하기에는 우선 귀로 들리는 예술 아니던가. ★★★

 

[박상준] 마지막 벌스에서 "그게 힙합 (후략)" 부분의 존재의의가 의문스러워 솔직히 좀 당혹스럽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좋은 노래다. 한없이 비꼬기만 하는 단어의 낭비 없이, 내러티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뇌 이후의 현실을 그려낸다. 시종일관 빡빡한 비트를 뚫고 나오는 큐엠의 랩은 배경과 함께 변주를 반복한다. 이게 정말 즐겁다. 매드립의 소품집에 나올 것 같은 샘플과 SM의 싱글에 나올 법한 소리가 섞여 이토록 타이트한 비트를 하나하나 큐엠의 랩과 함께 섞이고 더욱 과장되어 꽤나 파워풀하게 달려나간다. 훅에서 좀 김이 새긴 하는데 마냥 나쁜 건 또 아니다. 어쨌든 그렇게 다다른 결말 역시 명확한 주제가 끝까지 생존하여 가뿐히 슬프고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단순했으나 신선했다. 지네끼리 세계를 만들어 지들끼리 정치싸움을 하는 것이 『누명』 이후의 국힙인데, 그로 인해 이러한 말과 메시지가 시시한 허슬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어디서는 Common이 『Nobody's Smiling』(2014) 같은 걸 내면 다양한 위협과 안전과 반목을 떠올리는데, 여기서는 웃기지도 않은 지들만의 정치쇼에 참여하지 않아 외면 받을까 걱정해야 한다. 어찌나 우스운 일인지. ★★★☆

 

[정병욱] 랩의 리리시즘이 시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표현은 잘못된 비유인 경우가 많다. 시 언어의 핵심이 일상 언어와 완전히 다른 체계의 비유와 상징인 것에 반해 랩 언어는 그렇지 않은 까닭이다. 게다가 시의 정수가 언어 체계 이면에 내포돼 있다면 랩 언어는 반대로 그 가치가 외연에 치우쳐져 있는 경우가 많다. 《Show Me The Money 6》(2017) 참가자 우원재가 화제를 모았던 것은 그 역시 물론 랩 언어의 체계를 따르고는 있지만 우리 삶과 밀접히 맞닿은 가사의 의미와 솔직한 내면을 중시하는 방법론을 택한 점 만큼은 방송에 노출된 이들 중 유독 예외적이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솔직함과 날선 메시지로 자기만의 뚜렷한 서사와 텍스트를 축적해온 이들은 얼마든지 있다. 컨셔스 래퍼로 분류되는 제리케이와 같은 이름들이 그들이며, 스스로 소울컴퍼니 키드라고 밝힌 큐엠 역시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작년 제이에이와의 작업 및 올해 EP앨범 발매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부지런히 발표한 본 정규 1집은, 강한 의식으로 빽빽이 들어찬 여러 텍스트에 각기 적합한 구어적 변용을 주어, 공격적이거나 유려하거나 때로 직설적이거나 빈정대는 등 자유롭게 변화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이 노래 「쌤」만 보아도 ‘선생님’이라는 낯익은 소재를 자기 상황에 대입하여 활용하는 뻔치 않은 관점 및 주제의식과 동어반복하지 않는 서사를 통해 모처럼 가사 내용을 곱씹는 문어적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껍데기도 훌륭하다. 견고한 스타일 대신 한 곡 내에서도 다채로운 변신을 선보이는 플로우의 넘치는 생동 덕에 타이트한 가사에도 일체 피로감 없는 몰입감을 더한다. 가사 마냥 얇게 저민 트랩비트와 신시사이저의 날카로운 금속성 사운드는 가사의 로(raw)한 매력과 또 다른 세련미를 더한다. 그렇게 맞물리는 랩과 비트의 교합은 매끈한 육체에 깃든 날것의 정신처럼 섹시하기 그지없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4
    QM
    씨와이
    씨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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