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보이스퍼가 곡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파트와 파트로 묶지 않고, 파트가 끝날때 즈음에 다른 파트와 잽싸게 연결되어 보컬라인과 리듬을 동시에 구축하고 있다. 이러 방식에서 그들은 여타 보이그룹이 가지 않은 길을 거닐고 있다. 그렇게 편곡 상의 파편적인 요소를 자기 안으로 끌어들여 메꾸고 있다. 그런 점이 자칫 과잉으로 보여지다가도, 다시 들어맞는다. 그들 스스로 스타일에 대한 이해도가 스스로 높다는 사실을 이 곡으로 증명해보인 셈이다. 미세한 장점이 쌓이고 쌓여 하나의 큰 장점을 이뤄내는 곡. ★★★☆

[김성환] 보이스퍼는 《슈퍼스타K6》(2014)에 고등학교 동창들끼리 '북인천나인틴'이라는 팀명으로 출연했었고, 정식으로 프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현재까지 몇 개의 싱글과 EP 『Voice+Whisper』(2016)를 통해 기획되지 않고 스스로 음악적 방향을 정해가는 보컬그룹과 이제 갓 10대를 벗어난 대중지향적 보이밴드로서의 이미지가 지닌 장점을 동시에 잘 활용하고 있다. 이번 싱글은 그들의 양동작전이 곡 전체적으로 잘 구현된 트랙이다. 멜로디 구성과 편곡 면에서는 여느 아이돌 보이 밴드들의 스타일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대중성을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 트렌드에 발맞춰 플로우를 갖춘 보컬 라인이 잘 살아있다. 하지만 노래 곳곳에 스며있는 멤버들간의 탄탄한 보컬 하모니는 일반 K-Pop의 특성과는 다른 그들만의 고유한 매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행보를 더욱 주목해보게 만들어줄 노래다. ★★★☆

[정병욱] 간과되기 쉽지만 하모니가 멜로디, 리듬과 함께 음악의 3가지 요소 중 하나임을 상기할 때, 장르를 무관하고 정통 보컬그룹의 활약이 아쉬운 요즘 보이스퍼의 등장은 반갑기만 하다. 다행히 「반했나봐」는 젊은 보컬 그룹이 들려주어야 할 미학을 착실하게 실천한다. 미성의 보컬과 풋풋한 가사의 감성이 성실한 화성으로 어울리고, 뜨겁고 텁텁한 계절을 겨냥한 경쾌한 비트 및 신시사이저의 산뜻한 일렉트로닉 소스가 한껏 젊은 무드를 자랑한다. 다만 바라기는 이를 넘어서야 한다. 전신 북인천나인틴으로 참여한 《슈퍼스타K6》(2014)에 유독 쟁쟁한 실력자들이 몰렸던 탓에, 괜찮은 실력과 스타성을 갖추고도 생방송 진출의 문턱에서 탈락해야 했던 보이스퍼는, 방송 이후 당시 같은 성적을 거두었던 볼빨간사춘기가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같은 꿈을 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볼빨간사춘기의 성공은 그들의 음악이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님에도 적어도 근래 다른 선배 팀에게서 볼 수 없었던 확연한 개성과 자신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녹여낼 자작곡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노래의 퍼포먼스를 통한 정공법을 택할 것이라면, 시대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세대가 교체되는 주류 씬과 달리 자기 영역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입장으로서, 적당히 다양한 음악을 소화해내는 무난함보다 선배그룹과 차별되는 콘셉트와 역동적인 편곡, 개성 있는 보컬 어레인지가 더욱 절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