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46-5] 화나 「Power」

화나 (Fana) 『Fanaconda』
3,08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7.04
Volume 3
레이블 스톤쉽
공식사이트 [Click]

[김용민] 꽤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데뷔한 지 10년이 넘는 뮤지션이, 정규 3집 앨범 발매를 두고 너무 잘 만들어서 가슴 뛰고 설레하는 모습 말이다. 스웨그나 리얼힙합의 범람 속에, 어떤 것이 자신감의 정확한 표현인지 헷갈렸었는데 화나의 이런 모습이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만큼 신기하고 한국 힙합씬에서 보기 드문 표현이었다. 이런 화나의 ‘프롤로그’가 의미를 지니는 것은 「Power」의 이타적인 모습 때문이다. 톡톡 쏘아대는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타이틀곡 「Power」는 고참으로서의 고뇌, 책임감과 이를 위한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블루지한 비트에 잔잔하게 흐르는 스트링, 김박첼라의 꼼꼼한 프로듀싱은 화나의 뱀같은 플로우에 묻어 담배연기를 자욱하게 뿜어낸다. 물론 서사적인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빡빡하게 조여지는 화나의 라임은 두말해선 입아프고 더 나아갈 평가조차 없다. 요약하면 음악이 가지는 설득력을 극대화 한 총 집합체로서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꼭 혼을 담보 잡힌 듯이, 꺼져가는 촛불 속에서 필사적으로 힘을 갈구하는 화나의 모습은 필자만의 느낌인가. 무언가에 집착하고, 냉정하지 않고, 바보같은 모습은 그가 설명한 그대로다. 생각해보면 아나콘다는 독이 없고 그리 공격적이지 않다. 그러나 가장 절박한 순간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뮤지션에게 속았다면 비웃음을 기꺼이 사고 싶을 만큼, 화나의 앞으로의 행보에서 꼭 확인하고 싶은 「Power」의 목적이다. 그만큼 몰두해서, 투영해서 이 트랙을 들었고, 그렇게 듣길 권한다. ★★★★

 

[김정원] 《Show Me The Money》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힙합 씬에서는 그 반대급부인 ‘대항마’ 같은 존재들이 생겨났다. 지난해의 음악적 텍스트, 활동을 기준으로 비추어 보면, 넉살, 저스디스, 제리케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스스로 대항마임을 자처하기도 하고, 아니면 굳이 어떤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팬들에 의해 그러한 라벨링이 은연중에 붙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을 산업적인 맥락을 배제하고서 바라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화나의 세 번째 앨범 『Fanaconda』도 마찬가지다. 그는 앨범에 현재 시스템이 굴러가는 모양새에 대한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는 것 그 이상으로 세밀한 포지셔닝과 좀 더 심층적인 사고와 감정을 담아내며 이에 접근한다. 그중 「Power」는 어떤 명쾌한 해답은 내놓는 건 아니지만, 그런 화나가 선택한 노선과 그 사이에서 갈망하는 것을 여실히 담아낸 결론 같은 곡이다. 흥미로운 건 첫 번째 벌스에서의 일화라든가, 가사 여러 군데에서 과거와는 다르게 이 씬의 형, 선배로서의 입장이 뚜렷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10년 전, 화나의 옛 동료들이 부른 「진흙 속에서 피는 꽃」(2007)에서 ‘꽃’은 그들 자신이었다. 하지만 「Power」에서 화나가 힘을 갖고 피워내고 싶은 꽃이 있다면 화나 자신이 아닌 고되지만 자신과 같은 꿈을 걸으려는 후대다. 그래서 이 곡은 후에 2010년대 중반, 한국힙합 씬에 부여된 새로운 맥락을 대변하는 가장 인상적인 곡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

 

[박상준] 수록곡 중 가장 진실한 노래다. 이야기는 숨 가쁜 템포를 버티면서도 화나 특유의 딜리버리가 소름 돋게 심상을 앞으로 이끈다. 감동이라 한다면, 있지도 않은 권위를 내세우며 알 수 없는 적과 싸우는 자폐와 폭력을 동시에 가진 이들 사이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원한다고 간절히 말하는 메시지겠다. 무기력을 인정하는 동시에 미학적이고 시대적인 가치를 발견해낸 시점의 서사는 근 몇 년 간의 한국힙합에서 돋보였던 인물들의 핵심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유토피아로 가버린 화지, 희망의 끈을 주변에서 조금씩 끌어모았던 딥플로우, 과거를 물리고 물릴 때까지 곱씹었던 저스디스, 더욱 현실을 명확히 들여다보고 혐오를 겨냥했던 제리케이, 가만히 인정했던 이센스까지. 어쩐지 모두가 도망치려다 겨우 참고 만든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이그니토의 복귀작과 마찬가지로 이 스타일이 시대성을 제외한 상황에서도 유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짐짓 그날이 온 듯 보이는 것에 후회한다는 화나의 문장은 정말 슬프다. 그 말이 이 문화를 알고 있던 사람 모두를 슬프게 한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6
    Power
    화나
    김박첼라
    김박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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