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그는 ‘그냥 내 마음이다하고 들어줬으면’ 을 말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이 노래를 안 들어줬으면’을 말한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염원과 염원에 대한 거부를 한꺼번에 드러낸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이 노래를 안 들어줬으면’을 핑계삼아 자유롭게 자신이 놀 판을 짠다. 요컨대 그는 능변가이자, 능청가이자, ‘뭔가를 아는 사람’이다. 이 노래가 지니는 가벼운 분위기가 가볍지만은 않게 들리는 것도 이런 능수능란한 언변이 지닌 속도 때문에 가벼움이 상쇄된다. 핑계 김에 베이스를 불어오는 것도, 발음을 굳이 뭉게거나, 문장이 될 수 없는 후렴구를 그대로 집어넣는다. 자이언티의 장점은 그런 능청이 얄밉게 들리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그런 핑계를 놓은 다음에, 자신의 노래에 대한 진심까지 드러내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플레이어’는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

[김성환] 새로운 레이블로 옮긴지 1년 만에 발표한 『OO』의 타이틀곡이다. 이 곡에서 자이언티는 일단 노랫말로 귀를 먼저 끌어당긴다. 노래의 가사에 작곡의 과정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 자신의 음악을 특별한 개인에게 주는 선물처럼 설정하지만 그 '개인'이 결국 그의 음악을 듣는 수많은 리스너라는 역설적 상황까지. 듣는 이가 한 번에 노래에 몰입하게 만드는 가사가 심플한 피아노 랙 루프와 베이스가 구축한 그루브 위에 얹어져 쉽게 귀에 꽂힌다. 결국 '이 노래는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해'라는 노래의 훅은 결국 '겸양의 표편이자 승자의 자신감'이 되어버리는 재미있는 아이러니가 이 노래를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양화대교」(2014)의 대히트가 가져다 준 성공이 그에게 단지 일시적 행운만은 아니었음을, 자신의 작사-작곡 능력으로 계속 앞으로도 잘 먹고 살 수 있는 아티스트임을 3분만에 증명해내고 있는 노래다. ★★★☆

[김용민] 자이언티의 두 노선이 「씨스루」(2012)와 「뻔한 멜로디」(2013) (혹은 「양화대교」)였다면 「꺼내먹어요」(2015)는 정반합에 가까운 노선 개척의 의미가 컸다. 형식상으로는 발라드에 가깝지만 진지함과 파티메이커의 역할을 벗어나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욕구가 바로 「노래」에서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중2병’스러운 내면과 일종의 선언과 같은 주문(에랄랄라라 에베베베)은 다른 누군가가 사용했으면 컨셉적 꼼수로 여겨졌을 도구들이다. 가사 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말 ‘별 내용’, 혹은 랩을 하는 것 이외에 특이한 점은 발견할 수 없지만 자신감과 선언의 기능 정도로 여긴다면 딱히 문제점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에프엑스가 이 노선을 쟁취하기 위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면 이 짧은 시간내에 들어올린 트로피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을 가지고 잘 나갈 것이라는 ‘느낌적인 확신’을 주기 위해 만든 곡으로 보면 될 듯하다. ★★★

[박상준] 오토튠에 펑크를 달고 한껏 그루브를 뽐내다, 소울스케이프와 창조적인 복고까지 시도했던 아티스트의 종착지가 팝, 아니, 대중가요라는 점이 좀 신기하다. 결국 「양화대교」 때문인 걸까? 잘 짜여진 구성으로 노래는 흘러간다. 가사에 맞춘 베이스의 등장 같은 것부터 사적인 이야기라는 컨셉을 강조하듯 랩까지 직접 하며 (최고의 선택이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가스펠의 속성을 잔뜩 쏟아낸다. 위로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앨범 전체에 절절히 묻어나는데, 전혀 다른 내용이면서도 튀지 않는다. 얼핏 부족했을지 모를 부분을 섬세하게 하나하나 짜맞춘 보컬의 그루브와, 톤으로 극복하는 말도 안 되는 피지컬이 단연 돋보인다. 개인적으론 90년대 음악작가들이 차트에서 보인 성과와 자이언티 본인이 크게 개입하고 있는 한국의 어느 트렌드, 그 둘을 결합하려는 시도들의 완성형 중 하나가 아닐까. 여러 의미로 올해의 가요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