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레디는 하이라이트 레코즈 내에서도 특정 스타일 혹은 세부 장르에 자신의 목소리를 잘 녹이는 축에 속하는 래퍼다. 이는 그의 전작 『Commitment』(2013)와 『Imaginary Foundation』(2014)으로 알 수 있다. 전자에는 다소 전형적인 플로우 디자인이 약점으로 작용하는 와중에도 나름 트랩 스타일에 적응하는 모습이 담겨 있고, 후자에는 DJ 겸 프로듀서인 유누의 청량감 있는 프로덕션 위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생각해」 역시 마찬가지다. 오디오라인, 비프리와 함께한 싱글 「I Wish」(2014)로 레디와 인연이 있는 프로듀서 우기는 느린 템포를 바탕으로 메인이 되는 신스와 드럼 라인을 길게 늘어뜨리는 프로덕션을 선보인다. 레디와 박재범은 그 위에서 유려하게 움직인다. 특히나 인상적인 건 비중만 다를 뿐, 둘 다 랩과 보컬의 요소를 적절히 혼합해가며 각자의 파트를 소화한다는 점이다. 물론, 어떻게 보면 트렌디한 지점을 능숙하게 가져가며 무난한 인상만을 남긴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레디의 커리어적 맥락을 감안하면, 트렌디한 스타일에 맞춰 무리 없이 자신을 섞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 무던함이 레디와 대중들 사이의 접점이 될지도 모르기에 이번 싱글의 가치는 결코 낮지 않다. ★★★☆

[안상욱] 그간 발표했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싱글이다. 『Commitment』와 『Imaginary Foundation』까지는 (펀치라인으로 일컬어지는) 벌스가 가지는 중의적인 의미를 빼곡히 채워넣는 대신, 비트부터 시작해서 랩의 플로우와 훅이 모두 심심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해하려 들면 재미있지만 뇌리에 박히지 않는 음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곡에서는 우기의 프로덕션 위에 박재범의 피쳐링과 레디 본연의 스타일이 삼합을 이루며 계속 듣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그럼에도, 이 곡의 힘은 박재범의 보컬에만 기댄 것은 아니다. 일상어들로만 구성한 레디의 벌스는 곡이 가지는 뉘앙스를 120퍼센트 전달한다. 이런 스타일의 알앤비 싱글 들에서 흔히 확인할 수 있는 노골적인 시선들이 없이도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음을 깔끔하게 들려준다. 지난 싱글 「취권」(2015) 과 더불어 정규 앨범을 기대하게 만드는 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