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76-2] 루시드폴 「아직, 있다」

루시드폴 (Lucid Fall) 『누군가를 위한,』
2,15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12
Volume 7
레이블 안테나뮤직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곡은 (아르페지오 주법의) 기타와 피아노, 베이스, (와이어 브러쉬로 쓸어내리는) 드럼만으로 구성이 이루어졌다. 그의 전작들에 비해 좀 더 밴드로서의 구성이 갖춰진 곡이다. 멜로디도 곡을 안정감있게 견지해준다. 보컬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기 위해 한다는 점에서 이 점은 팝이다. 이 곡은 너무 아름답고 전형적이다. 고통을 직시하지 않는 아름다움이 전형적인, 참으로 전형적인 곡을 만들어냈다는 의심도 든다. 이런 곡 또한 소재주의의 일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왜 모를까. ‘내가 그들을 잘 알았다’라는 말과 이 곡은 대체 무엇이 다른가. 그 점이 이 곡의 아킬레스 건이다. ★☆

 

[박병운] 하하하와 호호호가 오간 전설적인 홈쇼핑 광고에도 불구하고, 신작 안엔 실은 여러 개의 죽음이 묻어 나오고 있고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로드킬을 당한 동물에서부터 바다 안의 사람들, 뭍 위의 제주 사람들의 죽음과 역사 등 외면하기 힘든 기록들,하지만 애써 우리가 잊고 묻어 두려는 이야기들이 청명한 사운드에 실려 나비의 날갯짓을 해댄다. 차분하고 맑게 흘러가는 피아노와 루시드폴의 목젖 노릇을 대신하려는 베이스는 그렇지 않아도 춥지 않은 계절 안에서 온기를 불어넣는다. ★★★

 

[박상준] 80년대 이후의 어쿠스틱 뮤직의 조류, Camera Obscura류의 무리들과 바로 옆의 브리티쉬 애시드 포크의 흐름, 더 파보면 Tom Waits 같은 이미지도 스친다. 앨범 후반부에 빛을 발하는 브라질 음악에 대한 애정을 「아직, 있다」에서는 드럼으로 엿볼 수 있다. 「꽃은 말이 없다」에 꿇리지 않는 훌륭한 이지리스닝을 섬세한 기타 톤과 편곡으로 실컷 직조할 수 있게 된 것이 그에게 아동문학의 마음, 제주바다의 경치와 더불어 새로운 심상을 제공한 모양이다. 안테나와 뮤직팜의 친구들 사이에서 조윤석이 제일 먼저 대가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다만, 더욱 중요한 지점은 이것이 산 자를 위한 노래라는 것. 루시드 폴이 커리어에서 여지껏 근 수년간 물렀던 방법을 다시 시도했는데, 그건 정치를 서정에 섞어 어느 쪽도 아닌 구색을 취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전보다 직접적인 훨씬 비유가 등장한다. 노란 나비와 영원의 날개. 어쩐지 드러내는 걸 수줍어, 아니, 두려워했던 사람이 이렇게 주먹을 쥔 것에 새삼 놀란다. 2010년대 한국음악의 테마는 명실공히 불안과 위로다. 애매함은 사라졌다. 이토록 훌륭하고 매끈한 노래가 또 다시 가난한 시대의 인장으로, 낙인으로 남게 되었다. 육신이 골고루 좁아터진 이 따위 세상에 간신히 비치는 햇살 같은 곡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4
    아직, 있다
    루시드폴
    루시드폴
    루시드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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