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67-1] 구스범스 「엉금엉금 (feat. 제리코, PNSB)」

구스범스 (GooseBumps) 『Unggm Unggm』
1,97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10
Volume Digital Single
레이블 CJ E&M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구스범스의 사운드를 굳이 한마디로 통칭하자면 더럽다(Dirty)라고 할 수 있다. 크렁크의 랩 톤을 가져오되, 리듬은 최소한의 멜로디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건조하기 이를 데 없다. 전자드럼이 베이스가 되는 비트가 거의 전부다. '구스범스'란 단어에 걸맞는 그로테스크가 이 곡에 존재한다. 팀 버튼의 영화가 힙합이 된다면 딱 이런 느낌일 것이다. 이 팀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러한 유니크에 있다. 파티라고 다 같은 파티가 아니라는 점, 자기 스스로 파티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파티 매니저가 되어 파티를 이끌겠다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신선한 접근이다. ★★★☆

 

[김정원] 다섯 달 전 발표했던 「APT 101」과 함께 들으면 구스범스가 자신의 음악에서 어떤 결의 분위기를 드러내고 싶어하는지 더 확실히 알 수 있는 트랙이다. 소속 크루 애드밸류어의 일원들이 전반적으로 그렇듯 구스범스도 전위적인 소스의 질감과 공간감을 중심으로 전자음악적 요소를 가미하여 프로덕션을 구성하는 편이다. 「APT 101」과 「엉금엉금」의 경우에는 호러틱한 무드를 더욱 극적으로 형성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본 곡에서 게스트로 함께하는 제리코, PNSB는 자신들의 음악이 가진 독창성 그 자체를 모티브로 삼아 가사를 전개한다. 특히, “난 아마도 멸종하고 있나 봐 / 난 본의 아니게 희귀종이 되고 있어”와 같은 제리코의 가사나 “병신 부족들을 찢어 죽여 칼과 창으로”와 같은 PNSB의 가사는 그들 무리(?)의 음악적 정체성이 어떠하고, 그 정체성이 어떤 경로로 독창적이라고 인정받는 지를 설명하고 있다(그 독창성을 자신들의 무기로 여기는 듯도 하다). 이는 실제로 국내에서 구스범스만이 거의 유일하게 구사하는 프로덕션 스타일과도 밀접하게 맞닿음으로써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다. 유명하고 세일즈를 잘하는 다른 힙합 아티스트들이 못하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 위와 같은 지점들이 존재하기에 이들이 음악에서 표현해내는 조롱과 냉소는 분명 귀 기울여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여담이지만, “니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Kendrick Lamar / 그분이 흑인인지 백인인지 나는 몰라 난”과 같은 구절로 대변되는 같은 애드밸류어 소속의 팀 TFO의 노래 「Pted」(2014)와도 전반적인 결이 흡사하니 참고해서 감상하면 좋을 것이다. ★★★★

 

[정병욱] 랩과 가사, 비트 모든 게 다 로(raw)하다. 나쁘게 말하면 사운드 효과마저 조악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날이 거칠고 무디다고 위협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차갑게 번득거리는 모양 대신 끈적끈적 피가 엉겨 붙은 마디마디가 호시탐탐 숨통을 조인다. 거친 어휘는 은유와 유희를 넘나들며 빙 돌아서지만 그 의미는 부유하지 않는다. 딜리버리나 가사의 라임은 전혀 두드러지지 않지만, 야생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비트와의 조응은 래퍼와 프로듀서 누구의 공일지 모를 만큼 잘 맞아 떨어진다. 순환하는 자연의 고리 속, 자기 패망의 끝을 보고서도 역설적 수용을 택한 화자의 다소 초월적이고 사이코적인 태도와 원시의 주술과도 같은 훅으로 이어지며 희비의 뻔한 감정으로 설명되지 않는 날것의 쾌감을 준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엉금엉금
    제리코, PNSB
    구스범스
    구스범스

Editor

  • About 음악취향Y ( 3,438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