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그는 나의 "갑"이 아니다

타블로×Joey Bada$$ 『Hood』
1,63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9
Volume Digital Single
레이블 루미넌트Ent.

타블로(Tablo)와 Joey Bada$$, 그리고 코드쿤스트의 합작품 「Hood」는 힙합 씬에서 간헐적으로 있었던 여타 국제적 콜라보레이션과 결을 조금 달리하는 작품이다. 그간의 한·미 콜라보레이션 트랙들에서 외국 뮤지션이 국내 뮤지션에 비해 월등하게, 혹은 근소하게나마 연차가 더 많았던 것과 다르게 오히려 그 반대의 형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비즈니스 차원이 아닌 서로간의 음악적 유대감이 형성됐다는 전제하에 이뤄졌던 기존의 콜라보레이션 트랙들을 살펴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과거 Rakim과 타이거JK가 그랬고 (「Monster : English Ver.」(2009)), 다이나믹듀오와 DJ Premier도 그랬으며(『A Giant Step』(2014)), 올해만 해도 Twista와 아웃사이더가 그랬었다(「Star Warz : 별들의 전쟁」(2015)). 그에 비해 타블로는 어느새 데뷔 13년 차의 한국을 대표하는 래퍼 중 한 명이고, Joey Bada$$는 그에 비해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12년에 데뷔한 4년 차 신성이다. 그간 발표한 결과물의 양만 봐도 타블로는 8장의 팀 정규 앨범과 1장의 솔로 앨범,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앨범을 가지고 있고, Joey Bada$$는 3장의 믹스테입과 1장의 정규 앨범만을 가지고 있다.


웬 괜한 서열 바로잡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곡을 감상할 때 염두에 두면 좋을 생각보다 중요한 지점이다. 앞서 언급했던 과거의 음악적 유대감이 형성된 채로 이뤄진 콜라보레이션들은 사실 국내 뮤지션이 을인, 혹은 을을 자처하는 듯한 모양새를 띤 경우가 많았다. 이를 테면, 타이거 JK의 앨범에 실린 Rakim의 랩이 기술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음에도 Rakim과 작업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 아니냐는 식이다. DJ Premier와는 별개로 다이나믹듀오가 DJ Premier를 하나의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건실한 동반자가 아닌 우상, 전설 등으로 부르며 스스로 수직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던 것 역시 그렇다. 이는 앞서 언급한 ‘연차의 차이’에서 기인한 결과임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국적과 연차를 떠나 아티스트가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못함으로써 야기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와 다르게 「Hood」 속 타블로와 Joey Bada$$의 관계는 연차에 있어 역전된 형태를 보이며 콜라보레이션 래퍼 간에 보일 듯 말 듯한 전통적인(?) 관계로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각자가 각자의 문법으로 노랫말을 늘어놓으며 수평적인 구조를 형성할 정도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 타블로가 자신의 문학적 가사에 공을 들인 만큼 Joey Bada$$도 공을 많이 들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국내 뮤지션의 태도다. 타블로는 보도 기사나 가사를 통해 Joey Bada$$와의 작업에 열띤 흥분을 토해내지 않았다. 그저 국경을 넘나드는 좋은 콜라보였다고 쿨하게 이야기한다. 프로듀서 코드쿤스트 역시 좋은 래퍼들과 함께했다는 것 그 이상으로 원대한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음을 《힙합엘이》와의 인터뷰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적 맥락과는 별개로 「Hood」 자체의 퀄리티에는 의문 부호가 붙기도 한다. 많은 말을 담은 바람에 캐치하지 못한 훅과 매기고 받음이 자연스럽지 못한 브릿지는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타블로의 가사는 삶을 표현하는 한국어 단어들이 영어 사이사이에 다소 부자연스럽게 끼어들어 있다는 인상도 준다. 다소 공격적인 성향을 띠어 타블로 파트까지의 무드와는 다소 이질적이라고 느껴지는 Joey Bada$$의 가사 역시 아주 조화롭진 않다. 또한, 침잠된 피아노를 중심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지닌 코드쿤스트의 비트 위에서 두 래퍼 모두 잔잔한 톤으로 랩을 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루즈하기도 하다. 아마 타블로가 목소리에 타격감이 크게 없다 보니 Joey Bada$$가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스타일 중 하나로 랩메이킹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Joey Bada$$는 붐뱁에 맞춰 타이트한 플로우와 톤, 라이밍으로 랩을 구사하는 것에 좀 더 익숙한 래퍼다.


내부적, 외부적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결론적으로 「Hood」는 텍스트 그 자체로만 보면 부정적일 수는 있어도 텍스트를 생산해내는 과정으로서는 꽤나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여럿 국제적 콜라보레이션이 좀 더 동등한 관계에서, 프로젝트의 동반자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도 함께 수반되면서 이루어지길 바란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Hood
    타블로, Joey Bada$$
    코드쿤스트
    코드쿤스트

Editor

  • About 김정원 ( 7 Artic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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