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슈퍼스타 K1》(2009) 를 통해 데뷔한 여성 R&B 보컬리스트 길학미는 데뷔 EP 『Super Soul』(2010) 이후 디지털싱글 2장 외에는 음반으로서는 특별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R&B 음악에 기조를 두면서도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녀의 지향이 결과적으로는 어떤 확실한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그녀를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하는게 그간 아쉬운 점이었다면, 이번 새 싱글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그녀의 지향이 제대로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좀 더 섬세한 가성을 내는 보컬도 곡의 앰비언트한 분위기에 잘 어울리며, 더블케이의 랩 피쳐링 역시 곡의 흐름에서 단순히 브릿지 이상의 역할을 해준다. 이런 기조를 잘 유지한 EP나 정규작을 향후 기대하게 만드는 싱글이다. ★★★☆

[박상준] 컨템포러리 알앤비. 시작부터 장르를 들먹이며 그러한 장르로부터 유추하는 것이 얼핏 불분명한 가치로 아티스트의 가능성을 속박하는 행위인 양 보일 수도 있겠으나 「illusion」은 그래도 된다. 편곡은 보컬을 위한 보조로써의 기능만이 지대하고 길학미는 그에 충실히 응한다. 그럼에도 곡은 그녀의 보컬이 이렇습니다, 설명을 할 뿐 그 이상의 색깔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가령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드러났던 특별함은, 피처링으로 참여한 더블케이의 뻔한 라임, 정서만큼이나 무기력한 정형성을 띈 채로 몇 년이 지나며 거리낌없이 말소된 셈이다. ‘좋은 가요’라는 단어의 유통기한은 대체 언제 끝날까. ★★★

[열심히] 길게 끌리는 신스 사운드와 잘개 쪼개진 비트 중심의 사운드, 과한 싸비 어필 없이 곡 전체를 리드하는 보컬의 능란함이 안정감 있는 곡입니다. 보컬에 맞는 음악 스타일을 꾸준히 골몰해 왔던 지난 작업들과의 연장선 상에 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게 음색에 잦아드네요. 기획-제작-아티스트의 고른 고민이 안배된 좋은 싱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