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누아주의 음악이 품고 있는 장르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곳곳에서 몇몇 장르들을 연상하는 일은 쉽다. 그러나 결과물 자체는 하나의 장르로만 읽을 수 없다. 펜더 로드와 베이스로 일관하던 노래가 드럼의 분절박과 더불어 기타사운드를 들어오는 방식이나(「별빛도 보이지 않는」), 피아노로 일관하던 발라드를 딜레이 된 기타의 사운드로 음장을 확장시켜 모던록 사운드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대목을 들으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두통」) 이 앨범에서는 다양한 장르들이 ‘비슷한’ 지분을 지니고 직조되어있다. 가진 것을 운용하되, 속하지 않는다. 이 직조가 중구난방으로 비춰지지 않는 것은 순전히 작곡의 힘이다.

무엇보다, 이 앨범은 각각의 음을 허투루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레코딩 세션이 좋은 집중력을 견지하고 있는 점이 이 앨범의 장점 중 하나다. 보컬은 스토리 너머의 감정, 정확히 말해 악보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을 목소리로 구현할 줄 안다. 「침묵」의 말미에서 "마지막을"을 부정확한 음정으로 처리한 점, 버스로 일관하던 「구질구질한 노래」의 후반부 후렴에서 "기억"을 날카롭게 처리해 긴장감을 살린 점들이 그렇다. 드럼파트는 정박으로 일관하지 않고, 곡에 맞추어 변박으로 처리하거나, 목소리에 집중해야하는 시점에선 탐탐의 비트로 처리해서 곡의 낙차를 벌리는 역할도 담당한다.(「이 밤이 지나면 Pt.2」) 「청춘」의 초반에 나온 분절 또한 곡의 분위기를 고양시키는 데 한 몫 한다. 베이스는 굳이 자기주장을 하지 않으면서도 곡의 안정감을 견지한다. 연주를 위한 연주를 하는 게 아니라, 곡을 위한 연주를 한다. (하비누아주가 여타 다른 실용음악과 출신 밴드와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같은 배려와 세심이 곡을 맥 빠지지 않게 만든다. 화려하지 않아도 알맞다.

재미있는 점은 그들이 선택한 ‘토로’의 방식에 있다. 「바람 부는 날」같은 곡이 그렇다. "이 바람 속에서"라고 미결된 가사에서 나오는 감정선이 첼로와 바이올린의 파트에서 드러나는 사운드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연주가 노래의 감정선을 이어받는 폼이 자연스럽다. 그렇기에 연주의 중단 이후로 나온 "두려워 상처 받을까/두려워 버림받을까"라는 직설에 청자가 귀 기울일 수 있다. 왜 중단되었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가사의 내용을 통해 드러난다. 이 곡의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노래한다. 감정을 소모시키지 않고, 음을 쌓아올리다 어느 순간 놓아버리는 게 그들의 ‘토로’다. 말하고 싶은 것에 확실히 주목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을 알고 있다.

이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청춘」은 가장 적극적인 어프로치를 취하면서도 다채로운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런 곡에서조차도 그들은 좀 더 울부짖지는 않는 선에서 곡을 마감한다. 그러나 감정은 벅차오른다. 구심점이 없어진 원심력처럼, 감정의 관성에 대한 감각을 비교적 정확히 캐치하고 있다. 「비와 그들과 상실과」에서 "눈물에 젖은 흐느낌도/내리는 저 비처럼"을 보라. 눈물과 비의 뻔한 대응구조를 비의 연속성과 청각의 시각화로 재결합한 가사가 몇이나 되던가. 나름대로의 절망에 부딪친 하비누아주는 그 흔적을 선명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투시로 인해, 그들은 청춘의 뒷면에 도사린 ‘불안’을 포착한다. 그들은 그저 조용히 자신의 시간을 흐느낄 따름이다. 그렇게 슬픔을 껴안는다. 그렇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