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노래라는 탈장르

하비누아주 (Ravie Nuage) 『청춘』
1,549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6
Volume 1
레이블 Team Kabeto
공식사이트 [Click]

시작이 무척 좋다. 피아노의 완전무결한 테마를 브러쉬 드럼의 어루만짐 그리고 기타와 베이스의 미약한 듯 꼭 필요한 뒷받침이 둘러싼다. 여기에 뽐므가 3년 전의 EP 시절보다 쉰 소리가 더 섞여든 목소리로 노래를 더한다. 첫 곡 「바람 부는 날」은 이렇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차근차근 다가온다. 하비누아주는 3년 전에도 이랬던 것 같다. 차분하고 진지한 감성, 호소력 짙은 목소리, 멤버들 사이의 조화, 노래의 본질.

 

3년 전에도 여전했고 지금도 그렇다는 말로 하비누아주의 『청춘』을 긍정 평가하고 끝내기는 쉽다. 첨언으로 노래 중심의 진정성은 좋지만 밴드의 특색이 딱히 없을 수 있다는 비판을 곁들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하비누아주는 그보다 조금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낸 것 같다. 첫 곡 「바람 부는 날」의 러닝 타임이 6분 정도로 느껴지고 간주의 바이올린과 첼로가 로로스를 떠올리게 한다는 걸 놓치지 말자. 그럼에도 이 밴드는 슬로코어의 공식을 따라 솟구쳐 올라가지 않는다. 목소리와 악기들은 맨 처음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 끝을 맺는다.

 

『청춘』의 전반부에는 3년 전보다 원숙해진 밴드의 공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템포를 끌어올려 진행하는 「별빛도 보이지 않는」과 「이 밤이 지나면 part 2」에서 각 악기의 배치와 드나듦은 적절함과 조화로움의 표본처럼 돌출과 흠집 없이 흘러간다. 「별빛도 보이지 않는」에서 일렉트릭 기타 솔로와 오르간 솔로가 교차하는 지점이라든가, 「이 밤이 지나면 part 2」의 두 번째 버스(verse)가 리듬을 더욱 출렁거리며 나아갈 때 전달받는 감탄은 EP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듬직하다. 문득 「이 밤이 지나면 part 2」의 연주가 20% 정도의 Steely Dan이라는 생각까지 드는데, 이런 느낌은 「바람 부는 날」에서 로로스를 떠올렸던 것과 상통한다. 그러니까 하비누아주는 결코 장르로 기울지 않는다. 「이 밤이 지나면」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퉁겨도 포크로 기울지 않고, 「오늘도 추억의 한 조각이 되겠지」처럼 목소리가 피아노와 일대일로 만나도 발라드로 기울지 않고, 슬로코어도, 모던 록도, 퓨전도 되지 않는다.

 

결론은 뻔하다. 하비누아주는 노래를 하는 밴드다. 밴드의 힘찬 유니즌으로 시작하는 「청춘」은 모던 록이 아니라 흘러흘러 노래로 귀결된다. “목적 없는 청춘엔 냉기가 흐르지/ 도망치는 청춘은 눈물도 차가워” 같은 구절이 그걸 둘러싼 사운드보다 더 본원적인 것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비와 그대와 상실과」의 멜로디언 솔로는, 또 기타 솔로는 솔로라기보다 노래 감성의 대행자로 들린다. 「침묵」의 서늘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도 “떨리는 찻잔 속 눈물 대신/지난 시간을 휘젓는 나”라는 글귀를 뛰어넘어 부각되지 않는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팝 밴드 하비누아주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팝과 밴드라는, 일반적으로 붙어있을 수 없다고 여기기 쉬운 두 단어의 결합으로 이들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해지지 않는다. 노래가 명백히 중심에 있기 때문에 노래의 힘, 노래의 진정성, 진솔한 감성 등등 지금껏 숱하게 서술되어온 비평의 어휘가 동원될 수밖에 없고, 또 실제로 그 어휘를 저만치 벗어나는 음악도 아니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이런 팝 밴드가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

 

『청춘』은 밴드로서 성장하고픈 욕구가 3년 동안 쌓은 고민/감성과 잘 맞물려 만들어진 앨범이다. 소품으로 끼어든 「사월의 어느 밤」과 EP의 정식버전으로 한 번 더 등장하는 「이 밤이 지나면」이 번문 같다는 것 외에 앨범에 별다른 아쉬움은 없다. 뽐므의 목소리는 쉰 소리가 섞여져 더 좋아졌고 밴드의 편곡과 연주는 그만큼 더 좋아졌다. 그리고 타이틀 곡 「청춘」은 올해 들은 노래 중 가장 감동적이다.


Credit

보컬 뽐므
피아노 전진희
기타 박찬혁
베이스 심영주

Produced by 박창학
Recording Studio: M Studio, Sound Solution, Stoneage Studio
Mixing Studio: Studio89
Mastering Studio: Metropolis UK
Recording Engineer 김일호, 장지복, 김갑수, 심소연, 이보령, 김원중, 권유진
Mixing Engineer 김일호(TeamnGenius)
Mastering Engineer John Davis
Design & Artwork JOSEPH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바람 부는 날
    전진희
    전진희
    하비누아주
  • 2
    별빛도 보이지 않는
    전진희
    전진희
    하비누아주
  • 3
    청춘
    김지혜
    김지혜
    하비누아주
  • 4
    이 밤이 지나면 part 2
    전진희, 김지혜
    전진희, 김지혜
    하비누아주
  • 5
    침묵 (feat. 이상순)
    전진희
    전진희
    하비누아주
  • 6
    사월의 어느 밤 (inst.)
    -
    전진희
    하비누아주
  • 7
    구질구질한 노래
    전진희
    전진희
    하비누아주
  • 8
    이 밤이 지나면
    전진희
    전진희
    하비누아주
  • 9
    비와 그대와 상실과
    김지혜
    김지혜
    하비누아주
  • 10
    두통
    전진희
    전진희
    하비누아주
  • 11
    오늘도 추억의 한 조각이 되겠지
    전진희
    전진희
    하비누아주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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