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Album-Out #1-2] 비트와 언어가 조우한 변증법적 사운드

펜토 (Pento) 『Adam』
2,05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3
Volume 3
레이블 쥬스Ent.
공식사이트 [Click]

2집으로부터 4년 반 만에 발표한 앨범이다. 이제는 '신선하다'는 수식어보다 ‘클래식’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그이다. 펜토의 이번 앨범 『Adam』은 신의 첫 피조물로서의 ‘아담’이 아닌 인위적인 신인류 프로젝트에 가깝다. 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영감이기보다 자기 내면의 메시지로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려진 결과물이라는 의미이다. 전자가 무에서 유로의 창조라면 후자는 유로부터의 진화이자 생성이다. 또한 긴 공백 후에 나온 세 번째 정규음반이기에 새로운 시작을 설명해줄 미싱링크(missing link)가 필요했고, 전략적으로 단지 연결고리의 끝(『Omega』)을 공개하기 전 새로운 시작(『Adam』)을 보여주는 쪽을 택했을 뿐이다. 한편으로 이는 정(正)과 반(反)을 거쳐 합(合)을 완성하는 일이기도 했다.

 

정(正): 비트(beat)적 언어

 

펜토의 디스코그라피는 국내 힙합 씬의 메인스트림에 위치했던 적은 없지만, 의도적이든 아니든 적어도 장르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진지하게 다루며 쟁쟁한 힙합 주류 씬 속 자기만의 분명한 목소리를 들려준 바 있다. 그의 고민은 곧 힙합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언어와 비트의 문제로 환원된다. 1집 『Pentoxic』(2008)에서의 펜토는 힙합을 명백히 '랩(rap: rhythm and poem)' 음악으로 이해한다. 언어와 비트에서 모두 개성이 묻어나고, 여러 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과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었지만, 앨범에서 빛을 발하는 건 결국 랩이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비트적인 언어’로 명명 가능한 펜토의 랩은 ‘건 랩(Gun Rap)’이라는 지칭만큼이나 치명적이었다. 물리적으로 화려한 랩 스킬이나 대단한 딜리버리를 갖추진 않았지만 자연스러운 라이밍, 비트와 유리되지 않는 감각적인 톤과 그루브를 들려주며 자기만의 간지 넘치는 중독성을 창조해내었다. 펜토식 랩은 전통적 의미의 랩 스킬에 충실하면서도 각자의 힘 있는 톤을 들려준 피쳐링 멤버들과 좋은 콤비네이션을 들려주며, 『Pentoxic』을 훌륭한 랩 음악으로 완성해낸 바 있다.

 

반(反): 언어적 비트

 

2집 『Microsuit』(2010)의 행보는 1집의 반(反)이었다. 안티테제(Anti-These)는 테제와의 공통분모 없이 성립되지 않음을 이해한 듯 펜토의 래핑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지만, 그의 음악 정체성으로 보여졌던 기존 언어보다 비트에 더욱 힘준 흔적이 잔뜩 귀에 띄었다. 1집 스타일의 랩에 반했거나 (애초 국내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정통 힙합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실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로듀서로서의 제2의 정체성(L.S.V., Laser Sound Vision)을 창조해내면서까지 펜토가 심혈을 기울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랩 음악 바운더리 이상의 감각을 들려주며 그의 곤조가 옳았음을 증명했다. 언어가 비트 위를 유려하게 훑던 1집과는 반대로 펜토의 랩은 비트의 구석구석을 채우며 인상적인 장면들을 연출해냈는데, 랩에 대한 그의 이 같은 대우는 오히려 매 트랙마다 강한 개성과 그루브로 쾌감을 선사해내는 비전형적인 디지털 사운드가, 기존 랩 음악의 중심으로 여겨졌던 언어를 대체하고 있음을 반증했다.

 

합(合): 언어-비트적 언어

 

합은 정과 반 사이 속성의 혼용이나 모순을 중재하는 방법론적 중용이 아니다. 제1언어와 제2언어의 동시적 이해를 전제한 제3언어의 도출이다. 펜토가 세 번째에 이르러 내린 변증법적 결론은 결국 언어-비트적 언어이다. (미공개 된 『Omega』의 경우 중간 과정에 생략된 ‘비트-언어적 비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1집에서 보여주었던 비트와 같은 언어는, 랩이 컨베이어 벨트 위를 고스란히 따라가 결국 분리되는 ‘물체’마냥 동상각몽을 보여주지 않고 각 트랙의 프로듀서들이 창조해낸 가능 세계 위에, 자기의 랩을 따로 또 같은 ‘생명체’처럼 풀어놓은 모양새였다. 2집에서는 거꾸로 랩(물체)의 자유로운 이동을 매개하는 비트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자기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랩을 대신하여 전체 흐름을 주도하는 언어적 ‘현상’을 건설한다.

 

『Adam』의 핵심은 다시 언어로 회귀한다. 하지만 이는 물체로서의 언어가 아닌 물자체(物自體)로서의 언어다. 칸트의 개념 용어를 빌려온 것이지만 그와 동일하지만도 않은, 래퍼 펜토가 이해하는 힙합 용어로서의 물자체이다. 곧 랩을 비트라는 현상에 대립하여 존재하는 뚜렷한 물체로 인식하지 않고, 그 형태를 뚜렷이 지각할 수 없는 무정형한 메시지 덩어리로 본다. 중요한 것은 이때의 랩이 우리가 이해하는 음성적 랩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집부터 함께 한 L.S.V.로서의 프로듀서적인 관점은 펜토를 음성 랩에 매이지 않게 했고, 각 요소들을 통째로 어우른 하나의 사운드로 인식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모든 리듬부와 선율부, 각종 사운드 효과와 음성 랩은 가사가 의도하는 펜토의 목소리가 되어 일제히 일점사(一點射)하며, 이는 또한 정직한 강공과 인상주의적인 변칙적 제시가 교차하며 전체 흐름이 조율된다.

 

첫 트랙 「Monolith」부터 음성 랩과 사운드 랩은 주도권을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내어주지 않은 채 앞서거니 뒤서거니 흐른다. 정서를 고조시키는 코러스는 폭풍전야를 연상시키고 「Meteor」의 전조를 지나 본론이 시작되는 세 번째 트랙(「In My Dream」)에 이르면,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가사의 심리를 엇박자의 드럼부가 고스란히 대변한다. 「Doomsday」와 「Funeral」은 두려움을 떨치고 다시 세상에 나온 펜토의 출사표다. 각각 중저음부, 저음부를 강조하고, 전형적인 그루브 위 음성 랩 전달에 주력함으로써 충분한 자활의 여력을 갖추지만, 이에 더해 공격적인 메시지를 한층 지원하는 쿤타와 이그니토의 피쳐링을 택함으로써 앨범의 사운드 서사는 한층 극에 달한다. 「Thunder」의 노이즈나 층을 나누어 상호 삐걱거리는 「Warrior」의 연속적인 제시는, 앞서 강하게 터뜨린 선언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불안의 찌꺼기이다. 트랙의 앞뒤가 분절된 비전형적 형태로 절정을 터뜨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마지막 두 트랙은, 리듬과 사운드 질감이 유독 이질적이면서도, 박근홍과 이승열 두 보컬색의 앞선 트랙과의 동질성 덕에 최후의 순간까지 통일성을 해치지 않는다.

 

트랙 대부분을 관통하는 원시적인 리듬부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뿐만 아니라 보다 자유로운 랩 구성을 위한 여지로서 훌륭히 활용되었다. 또 의미를 구별해주는 트랙 군(郡) 사이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특성상 분리되어 들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랙의 앞뒤 연결고리가 세심하게 조절됨으로써 자기 역할을 완수할 수 있었다. 하나의 트랙 내에서도 펜토의 사운드 래핑은 그만의 이유 탓에 살아 숨쉬며, 비틀거리듯 제 길을 찾아가는 음성 래핑은 매번 어느 한 리듬도 허투루 흘려내지 않는다. 막상 말을 꺼낸 사람은 아직 해본 적 없는 “비트와의 밀당”을 하고 있는 셈이다.

 

비(備): 언어적 언어

 

결국 본능에 이끌린 ‘밀고 당기기’는 보다 큰 결실을 맺을 것이다. 그의 작법이 어떠한지 알 수는 없지만, 비트를 먼저 완성하고 랩을 얹는다든가, 이미 다 쓰인 랩에 어울리는 비트를 조형하는 등 어느 한 쪽이 절대적으로 우선하는 이원적 방식만으로는 분명 이루기 어려운 성과이다. 다분히 프로듀서적인 마인드로 발전해가는 펜토의 작법은 궁극적으로 언어와 비트라는 분리적 언어로 결코 환원되지 않는 영역에 이를 것이라 예상해본다. 이는 “랩은 또 다른 드럼”이라는 피타입식 명제와는 또 다른 지점에 위치할 클래식의 전형이다.

Credit

Executive Producer 박정수
Album Producer 펜토
All Produced, Composed, Keyboards & Drum Programming by 펜토 (a.k.a LSV)
All Arranged by 펜토
All Mixed by 펜토, 소리헤다
Mastered by 소리헤다
Creative Directed by 펜토
Artwork by Only Built For
ADAM MV Directed by Creative Kicks Visual Studio, 김철식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Monolith
    펜토
    펜토
    펜토
  • 2
    Meteor
    펜토
    펜토
    펜토
  • 3
    In My Dreams
    펜토
    펜토
    펜토
  • 4
    Doomsday (feat. 쿤타)
    펜토, 쿤타
    펜토
    펜토
  • 5
    Funeral (feat. 이그니토)
    펜토, 이그니토
    펜토
    펜토
  • 6
    MMM
    펜토
    펜토
    펜토
  • 7
    The Dictator
    펜토
    펜토
    펜토
  • 8
    Thunder
    펜토
    펜토
    펜토
  • 9
    Warriors (feat. 도훈)
    펜토
    펜토
    펜토
  • 10
    Adam (feat. 박근홍)
    펜토, 박근홍
    펜토
    펜토
  • 11
    Now or Never (feat. 이승열)
    펜토
    펜토
    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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