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비트 운용 면에서 테디 라일리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다. 전작의 타이틀 곡이던 「중독 : Overdose」(2014)까지가 엑소 음악의 뼈라면, 이제 그 위에 살이 붙어있다. 스트링의 사용이 결정적이었다. 그렇다고 살이 군더더기는 아니다. 이 곡에 붙어있는 살은 자신의 설득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작곡가가 아닌 다수의 작곡가가 협업해서 만든 물건일수록 결정성의 문제가 있는 반면에, 이 곡에서는 무리 없이 수렴했다. 엑소 또한 흔치 않게 자신의 비중을 더 가져간다. 작곡가들과 그룹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를 선택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 저변에 있는 근육의 문제에 대해선 내가 조금 더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

[김성환] 세계 여러 지역의 작곡가들을 불러다 한국에서 한 데 모아놓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열심히 자기네 회사의 '음악 수질 관리'를 하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의 2015년 최신작들은 연초부터 꽤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다. 종현의 곡부터 레드벨벳의 최근 곡들까지, 대중성에서나 음악적 품질에서나 흠잡을 데가 별로 없었으니까. 이번에는 엑소가 그 수질을 광고해 줄 차례로 나왔다. 이 곡의 작곡의 주도를 담당한 사람이 바로 Teddy Reiley였기 때문일까? 이 곡은 확실히 그가 한창 뉴잭스윙을 주도하던 그 시절, 1980년대 후반 R&B-댄스 팝의 향기가 매우 강하다. 그 시절의 서양 음악의 기억을 즐겼던 이들에겐 매우 반가울 곡일 거라 생각하나, 곡의 인상이 더 강하다 보니 이번에도 엑소 멤버들의 보컬의 매력은 그 속에 살짝 묻히는 경향이 있다. ★★★

[박병운] 엑소가 내게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을 남겼던 곡들은, 숱한 음반을 내온 이 기획사가 SMP로 세상의 조롱거리가 된 것이 결코 헛되지만은 않았던 행보였음을 하나같이 증명하는 곡들이었다. 가령 「늑대와 미녀」 같은 곡들이 그랬다. 이번엔 조금 다른 인상을 남길 듯하다.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뒷받침하던 최근 샤이니와 엑소의 경향성과 구분되는, 스트링과 신스 사운드의 요소들은 덜 도전적으로 들리되 곡의 매끈함에 기여한다. 공교롭게 신화 같은 아이돌 계보의 선배들과의 유사함도 짚이기도 하니 내 감상은 더욱 묘해졌다. ★★★

[열심히] 여전히 의도는 확실하나 「으르렁」(2013)이나 「중독 : Overdose」의 안정감에는 이르지 못하는 곡입니다. 필살 후렴구, 많은 멤버의 안배, 빡센 사운드에 대한 고민이 가득하지만, 예상 범위 밖으로 빠지지는 못한달까요. 결과적으로 무엇이든 과한 곡이고, 이 때문에 첫 인상보다는 팬덤의 반복 감상에 보다 어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산만해지면서 후렴구에 대한 집중력을 흐리는 구성, 브라스와 뉴잭스윙 비트, 두터운 코러스, 스트링 세션까지 아낌없어 서로가 서로의 존재감을 잡아먹는 구성 같은 것들 말이죠. 간결함의 미학을 보여줬던 「으르렁」이나 방향성이 분명한 「중독 : Overdose」의 과잉 연출 중 아무 방향도 아닌, 그저 빡센 과제를 마친 뒤의 피로함만이 아스라히 남는 싱글. (리듬 프로그래밍이나 편곡 방향은 차라리 슈퍼주니어의 「Mamacita : 야야야」(2014)랑 비슷하네요. 네, 좋은 뜻은 아닙니다. 더 각지고 날렵한 요즘 SM스러운 리듬을 만들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구식 뉴잭스윙 비트를 고집하는 곡들은 SM 카탈로그의 다양성을 어필하는 이외에, 어떠한 영양가가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국내에서는 팬덤 밖으로는 반응이 그닥인 것 같은데, 해외에서는 괜찮은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