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모나지 않게 모인 일관성

동물원 『동물원』
1,57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8.01
Volume 1
레이블 서울음반
공식사이트 [Click]

앨범을 대체 왜 듣냐고 묻는다. 요새같이 음원이 압도한 시점에서 앨범을 듣는 것이 시대역행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결국 대답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다. 좋은 앨범이 있었고, 있으며,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동물원 1집. 혹자는 이 앨범을 옴니버스 식 앨범이라고 하고, 술친구끼리 만든 앨범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호사가들은 그저 자신들의 기념음반을 만들기 위한 1회성 프로젝트 음반이라는 이야기에 흥미로워한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맞는 이야기만 한다면 이 리뷰를 작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동물원이라는 그룹의 정체성은 의외로 복잡하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빅밴드들을 제외하고 동물원같이 표방한 다수 그룹이 존재하고 있었냐는 물음에 우리는 쉽사리 대답하기 어렵다. 그냥 존재만 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이 남긴 앨범은 여태까지 앨범을 낸 어느 팀의 앨범보다도 뛰어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들의 개성이 모나지 않게 모여서 이 앨범의 일관성을 획득했다는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것도 산울림과는 또 다른 영역으로.

 

물론 동물원 1집의 핵심이 유준열과 김창기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들은 여태까지 우리 대중음악이 다루지 못했던 영역을 다뤘기 때문이다. 「말하지 못하는 사랑」에서 보여준 유준열의 리듬은 김창기가 「잊혀지는 것」에서 보여준 감정에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김창기가 「비결」에서 보여준 사운드와 유준열이 「무전여행」에서 보여준 작사는 결코 소홀히 평가할 수 없다. 김창기는 치명적인 지점을 알았고, 유준열은 곡이 흥미로운 지점을 잘 알았다. 김창기가 자신의 곡을 김광석과 박기영에게 맡긴 이유, 유준열이 베이스를 맡은 이유를 거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의 진짜 중심축은 두말할 것 없이 박경찬과 박기영이다. 먼저 박경찬부터. 박경찬의 곡은 비록 그 수가 적을지언정, 동물원 1집의 기조를 대변하는 하나의 촉매였다. 그가 단체곡인 「여기서 우리」를 작사, 작곡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곡이 창작 면에서 다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이다. 훌륭한 곡을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일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의 곡이 아니었으면, 이 앨범은 일관성면에서 큰 편차가 있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박경찬이 5번째 곡과 마지막 곡을 담당했다. 그 당시의 a,b면에서 그는 거의 마지막 곡을 담당했던 것이다. Side-A 에서 그의 곡 뒤에 나오는 「무전여행」은 그 사이드의 ‘에필로그’라고 생각한다.)

 

박경찬이 내적인 부분에서 실질적인 다리 역할을 해주었다면, 박기영은 이 앨범의 사운드를 보다 단단하게 만들었다. 유준열의 역할이 작곡자들과 연주자들의 중개자였고, 이성우와 김광석, 최형규의 역할이 아직 객원의 그것에 머물렀다면, 사운드의 밑바탕을 다져서 제 모양을 갖추게 한 것은 순전히 그의 공로다. 「거리에서」, 「비결」등에서 나오는 그의 키보드는 결과적으로 곡의 허약함을 머뭇거림과 먹먹함으로 채운다. 이는 이 앨범에서 나타나는 보컬의 미숙함과 세션의 어설픔도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로 설득력있는 스탠스였다. 「변해가네」에서 그가 보여준 보컬에서도 이런 점을 알 수 있다. 그는 노래를 잘 부르는 타입이 아니라, 노래에 맞는 목소리와 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시간이 지나도록 조명도 많이 받았기에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이 앨범만큼 좋은 앨범의 조건들에 딱 맞는 앨범은 의외로 드물다. 그 성취가 당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 일이라면 더더욱. 초기 동물원이 보여준 경이에는 묘한 역설에 깔려있다. 그 역설 덕분에 이 앨범은 오늘날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 앨범은 더 이상 좋은 앨범이라고 말할 수 없다. 뛰어난 앨범이라고 해야 맞다.

 

Credit

[Member]
김광석 : Acoustic Guitar
박기영 : Piano, Syhthesizer
김창기 : Acoustic Guitar
최형규 : Drum
유준열 : Acoustic Guitar, Bass
이성우 : Electric Guitar
박경찬 : Acoustic Guitar

Recoding Studio : 타임레코딩
Engineer : 최홍준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거리에서 (Vocal. 김광석)
    김창기
    김창기
    -
  • 2
    말하지 못한 내 사랑 (Vocal. 유준열)
    유준열
    유준열
    -
  • 3
    잊혀지는 것 (Vocal. 김창기)
    김창기
    김창기
    -
  • 4
    지붕 위의 별 (Vocal. 유준열)
    유준열
    유준열
    -
  • 5
    어느 하루 (Vocal. 박경찬)
    박경찬
    박경찬
    -
  • 6
    무전여행 (Vocal. 유준열)
    유준열
    유준열
    -
  • 7
    비결 (Vocal. 김창기)
    김창기
    김창기
    -
  • 8
    변해가네 (Vocal. 박기영)
    김창기
    김창기
    -
  • 9
    귀 기울여요 (Vocal. 유준열)
    유준열
    유준열
    -
  • 10
    그리움 (Vocal. 김창기)
    김창기
    김창기
    -
  • 11
    여기서 우리
    박경찬
    박경찬
    -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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