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스페이스 아날로그 디지털 사이키델릭 오딧세이

서울전자음악단 『꿈이라면 좋을까』
1,49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12
Volume 3
레이블 휴먼 Ent.
공식사이트 [Click]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귀로 전해지는 소리를 받아들이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감흥을 스스로 맞춰 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고장난 라디오를 분해 조립한 후, 맨 처음 돌려본 채널에서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은 사운드의 감정이 이 작품에는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은 계란」에서부터 여러 소재가 겹친다. 인트로에서 들려오는 멜로디는 Iron Butterfly의 「In a Ganna Da Vi Da」(1968) 혹은 만화 《컴퓨터 형사 가제트》(1983)의 주제가처럼 들린다. 이런 익숙한(?) 멜로디 위에 삶의 의외성을 '콜럼버스의 달걀'에 빗댄 노랫말로 표현한다. 하지만, 2집에서 보여준 말끔하고 기승전결이 명확한 곡의 구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제트와 콜럼버스만 놓고 생각을 해보면, 발상의 전환을 착각한 인간과 이를 확장시켜서 '컴퓨터화된 육체'로 정의할 수 있는 상반된 캐릭터가 한 노래에서 등장한다. 그럼에도, 이런 역설을 표현하는 그릇을 아날로그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주제와 소재가 이리저리 섞인 구조임에도, 그것을 예민하게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는 찌그러지는 사운드를 계속 겹치면서 설명을 대신한다는 인상을 준다. 끊어질 듯 말 듯한 소리가 계속 이어지는, 그래서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싸이키델릭의 효과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는 물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주거나 연기가 피어오를 지경으로 몽환적인 상태를 의식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부분보다 이미 무너지고 붕괴된 어떤 지점을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생기는 착시현상이나 분열증을 담담히 묘사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컴퓨터 앞에서 자폐아와 염세의 길을 오락가락하는 인간들을 담아낸 「Digital Revolution」을 지나, 시간을 건너 뛰어 우주에 도착한 사람이 맞는데도 자신의 공간속에 갇혀 사투를 벌이는 듯한 뉘앙스로 전개되는 「별의 별 빛나는 밤에」에서 분열과 착시의 세계는 명확해진다.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있고 상상 가능한 시간과 공간은 존재 하지 않는다. 오로지 헤매는 인간만이 남아있다.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들은 그냥 이 흐름에 맡겨버리거나, 그럴 수 없다면 예민한 신경을 가지고 조금씩 걸어가는 편이 낫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예상 가능한 끝맺음보다 갑자기 멈추는 엔딩이 많은 이유가 다음 편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이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멈춰버린 효과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드러나는 '서늘함'. 그들이 근본적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작품은 '날카로움'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시절에 도착한 차가운 다큐멘터리인 것이다.

Credit

Guitar & Vocal 신윤철
Drums 손경호
Bass 이봉준

Produced by 서울전자음악단
Co-Produced by 이철민
Recorded by 신윤철, 양호건
Assisted by 방영주, 이재형
Mixed by 신윤철
Mastered by 이근영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삶은 계란
    신윤철
    서울전자음악단
    -
  • 2
    꿈이라면 좋을까
    장재원
    서울전자음악단
    -
  • 3
    구기동 하늘
    신윤철
    서울전자음악단
    -
  • 4
    Digital Revolution
    신윤철
    서울전자음악단
    -
  • 5
    Azit에서
    신윤철
    서울전자음악단
    -
  • 6
    별의 별 빛나는 밤에
    신윤철
    서울전자음악단
    -
  • 7
    Electric Blues
    신윤철
    서울전자음악단
    -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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