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안녕, 魔王 #6] 밀란 쿤데라와 니체가 뒤섞인, 완벽한 음악적 이종 교배

넥스트 (N.Ex.T)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
1,719 /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94.05
Volume 2
레이블 대영AV




『Myself』(1991)로 ‘뮤지션’이 된 신해철이 자신의 근본과 같은 밴드 음악을 위해 넥스트를 결성한 것은 숙명이었다. 그리고 나온 데뷔앨범 『Home』(1992)은 이른바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수작으로 평단과 대중을 똑같이 설득해내며 신해철이 마주한 숙명에 빛이 되어주었다. 2년 후, 이 90년대 천재는 지난 앨범과는 전혀 다른 음악적 접근을 감행한 앨범을 들고 왔는데 바로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이다. 시퀀서에 기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 솔로 2집, 록과 전자 음악을 디스코로 버무려 그 때까지 한국인들이 느껴보지 못한 그루브를 만나게 해준 넥스트 1집을 넘어 신해철은 이 앨범에서 자신이 동경해온 장르들 즉, 헤비메탈과 하드록, 프로그레시브록과 아트록, 훵크와 포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엮어내며 '헤비메탈 작법에 의한 가요성 히트'를 실현한다.

 

학업 성적만으로 한 인간의 가능성을 얕잡아보는 선생(과 부모)들에 대한 분노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 껍질의 파괴」로 앨범은 힘차게 문을 연다. 「그대에게」의 인트로 마냥 호기로이 진격하는 이 곡은 마치 「Music」(1976)을 부른 John Miles에 Metallica와 Asia를 접붙인 듯 푸짐한 사운드와 번뜩이는 전개가 일품이었는데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러닝 타임을 그 환상적인 드라마로 모두 상쇄시킨 쾌작이었다. Megadeth의 작법(더 정확히는 Dave Mustaine의 창법)을 빌어 남 눈치만 보며 사는 인간 군상을 풍자한 두 번째 트랙 「이중인격자」는 Rob Halford를 우상으로 삼은 ‘메탈러’ 신해철의 새로운 창법을 감상할 수 있는 지점으로 이처럼 길고 헤비한 초반 두 곡이 마니아들을 환호케 했다면 「내 마음 깊은 곳에 너」를 숙성시킨 록발라드 「The Dreamer」와 ‘죽음’이라는 주제를 동화식으로 풀어낸 「날아라 병아리」는 반대편에 뻘쭘히 서 있던 대중을 조용히 감상의 중심으로 끌어당겼다. 특히 라이너노트에서 King Crimson과 Emerson, Lake & Palmer를 언급하며 신해철의 음악 스펙트럼을 칭찬한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와 더불어 죽음을 성찰한 ‘얄리 진혼곡’은 그러나 얄궂게도 「민물장어의 꿈」과 함께 너무 일찍 죽음을 맞은 신해철의 장송곡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불길을 예견한 곡이 되고 말았다.

 

신해철의 베이스 실력(넥스트 2집에서 베이스는 사실 모두 신해철이 연주한 것이다)을 감상할 수 있는 디스코 프록 메탈(?)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생전에 그가 일관되게 거부한 ‘(남과) 같은 것’을 정면에서 다룬 곡으로 어쩌면 이 작품에서 신해철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담긴 트랙일지 모른다. 또한 크롬과 모노크롬이라는 반전을 예고한 「Life Manufacturing : 생명생산」은 Pink Floyd 또는 그들의 「Time」(1974)이 신해철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으로 이 창의적인 '「Time」 일렉트로닉 버전'을 다 듣고 나면 정말 섹스 한 번 질펀하게 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내실 있는 엔터테이너' Prince와 John Lennon의 사회적 역할을 함께 강조한 신해철이 『Lazenca : A Space Rock Opera』(1997) 이전 음악적으로 가장 훌륭했을 때를 나는 이 시절로 기억한다. 그의 말처럼 화려함에선 『The Return Of N.Ex.T Part 2 : The World』에 뒤질 진 몰라도 밀란 쿤데라와 니체가 뒤섞인 작자의 의식 세계가 이처럼 완벽에 가깝게 음악적으로 표현된 예는 이 앨범이 유일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또한 ‘마왕’이라는 별칭에 버금가는 ‘교주’라는 애칭이, 신해철에겐 추구가 아닌 연구의 대상이었던 히틀러에서 나왔다는 근거가 이 음반이라는 것 역시 작품의 가치를 따로 높여주는 ‘철학적’ 에피소드라 할 만하다.


Credit

[N.Ex.T are]
신해철 : Keyboard, Rhythm Guitar, Lead & Backing Vocals
이동규 : Bass, Lead & Backing Vocals
임창수 : Lead Guitar, Backing Vocals
이수용 : Drums, Backing Vocal

[Additional Musicians]
정기송 : Rhythm Guitars on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The Ocean, 날아라 병아리, 나는 남들과 다르다
이건태 : Drums on 이중인격자
김선중 : Drums on The Ocean The Dreamer 나는 남들과 다르다
이정식 : Flute on The Ocean
김우관 : Harmonica on 날아라 병아리
이승민 : Voice on Life Manufacturing

[Staff]
Backing Vocals & Effects : N.EX.T, 이주영, 전람회, Danny Kim, 정경진, 조성민, Kobayashi
Recording Engineer : 박주익, 오원철, Maeda, Inomata, Nagai
Assistant Engineer : 김헌기, 이상용
Mixing Engineer : Nagai
Mastering Engineer : Harada
Guitar Technician : 정경진, Todd Keenan
Keyboard Technician : 곽영호, Danny Kim, 김유성
Drum Technician : 박강영

Management Crew for 대영 AV Studio : 김경남, 임경민, 염혜선
Management Crew for 대영 AV Production : 여학연, 장세익, 임종국, 서미애, 박미경
Management Crew for Humble Heart : Kobayashi
Photo by 안성진
Designed by 전상일 with JAM (Symbol & Logotype, C.G Graphic)
Produced by 신해철
Artwork 명진애드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The return of N.EX.T (inst.)
    -
    신해철
    신해철
  • 2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 껍질의 파괴 - (I) Overture (II) The Shell (III) The Joy for the Destruction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3
    이중인격자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4
    The Dreamer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5
    날아라 병아리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6
    나는 남들과 다르다
    신해철, 이동규
    신해철
    신해철
  • 7
    Life Manufacturing : 생명생산 (inst.)
    -
    신해철
    신해철
  • 8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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