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진정 삶을 개척해온 사람의 음악

Anders Osborne 『Peace』
1,14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3.10
Volume 9
레이블 Alligatior Records
공식사이트 [Click]

* 이 글은 잡지 파라노이드에 실렸던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앨리게이터 레코드는 1970년대 초에 시카고 언더그라운드 블루스 씬, 혹은 블루스계의 숨겨진 보석을 세상에 소개고자 했던 창업주(Bruce Iglauer)의 바람 때문에 문을 열었다. 그렇지만 블루스가 세상의 음악 전부는 아니지 않나. 블루스를 듣다보면 자연히 블루스와 연결된 복잡다단한 방계의 음악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브루스 역시 1980년대 초 앨리게이터의 사업 방향을 블루스에서 루츠록, 포크록 등으로 확장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여전히 앨리게이터 레코드에 대한 일반의 시선은 무명(이지만 실력 있는) 블루스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데 힘쓰는 레이블이라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그래서 안타까운 아티스트들이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하는 앤더스 오스본(Anders Osbourne)이나 제이제이 그레이 앤 모프로(J.J. Grey and Mofro)같은 앨리게이터의 새로운 시선이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음악가들 말이다. 루츠록이라고 퉁치고 넘기면 할 말 없지만, 그렇게 간단히 넘기기엔 이들의 음악은 개성과 깊이가 남다르다. 그리고 2010년대 앨리게이터의 새로운 도약을 견인하는 두 아티스트 모두 2013년의 앨범 후보로 손색없는 멋진 작품을 발표하며 존재를 과시했다.

 

지금 소개하는 앤더스 오스본은 독특한 이력의 아티스트다. 1966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오스본은 미국 포크 가수들의 음악을 들으며 기타를 잡기 시작했다. 금세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음악이 블루스라는 사실을 깨닫곤, 16세에 무일푼으로 길 위로 나섰다. 히치하이킹과 버스킹으로 유럽에서 중동을 거쳐 아시아를 떠돌던 그는 1985년 마침내 블루스와 재즈가 시작된 바로 그 곳,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에 당도한다. 뉴올리언스에서 그의 방랑벽은 단번에 잦아들었다. 오스본은 뉴올리언스를 자신의 고향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뉴올리언스의 클럽 무대에서 정기적으로 공연 활동을 이어가며, 1989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2년 간격으로 뉴올리언스의 현재를 노래하는 록, 블루스, 포크, 소울, 컨트리가 뒤섞인 음반을 발표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의 대표 훵크 밴드 갤럭틱(Galactic)이나 같은 루이지애나 동료인 블루스 아티스트 탭 베누아(Tab Benoit) 등의 음반에 작곡, 연주 뿐 아니라 프로듀서로도 참여하며 활동 반경도 점차 넓혀왔다.

 

앤더스 오스본은 2013년만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여전히 불타는 의욕을 과시한 바 있다. 2013년 벽두에 발표했던 EP인 『Three Free Amigos』는 텍스-멕스 스타일의 음악을 수록하며, 아직도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급한 창작자의 욕심을 드러냈다. 그에 비해 10월 8일 공개한 정규 앨범 『Peace』에는 외려 1960년대 말 폭발하던 일렉트릭 블루스 사운드를 중심에 둔 진득하고 묵직한 록과 포크라는 음악적 본령으로 돌아온 인상이다. 45초 가까이 자글거리는 피드백과 심벌 연주로 채워진 인트로에 이어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등장하는 타이틀 「Peace」부터 투박한 멋스러움에 귀가 떠나지 못하게 된다. 이제는 오스본의 음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오픈 D 튜닝 기타의 묘한 질감이 이번 앨범도 그득하다. 뉴올리언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팝-훵크 「47」의 폭발하지 않는 감수성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앨범의 분수령은 거의 연일 뉴스에 등장하곤 하는 미국(뿐만 아니라 이제 전 세계 어디서나 아무렇지 않게 보도되는)의 총기 사고와 살인 사건, 그리고 이러한 폭력적인 상황에 아무렇지 않게 노출된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Five Bullets」에 있다. 묵직한 리프와 대조적인 차가운(!) 벤딩으로 채워진 기타 솔로에 마치 닐 영(Neil Young)처럼 툭툭 던지는 보컬까지 모두 단단히 벼르고 미국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어지는 연주곡 「Brush up Against Me」는 「Five Bullets」의 연장선상에서 각종 잡음과 피드백, 아밍, 색소폰의 금속성 솔로 등이 모자이크로 엮이며 비정한 미국에 대한 분노를 게워내고 있다.

 

음반의 후반부는 바흐의 곡을 모티브로 했던 프로콜 하룸(Procol Harum)의 「White Shade of Pale」을 소환하는 「Sentimental Times」로 시작된다. 뉴올리언스 주민으로 30여년 가까이 살며 느낀 회환을 멜랑콜리한 멜로디로 표현하고 있는 이 곡과 이어지는 5곡 모두 뉴올리언스에서 생겨난 가족에 대한 사랑, 자신의 음악적 행로에 대한 확신 등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모두 목가적인 포크와 두툼한 톤의 전기 기타가 번득이며 들고나는 곡들이다. 제 2의 고향이 된 뉴올리언스에 대한 그의 애정과 믿음이 따스하다. 전반부의 분노 역시, 이러한 사랑하는 사람과 마을에 대한 위협의 발로였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앨범 『Peace』를 듣고 나면, 앤더스 오스본을 처음 만나건, 이미 알고 있었건 그의 음악 세계에 대한 신뢰를 넘어선 확신이 뿌듯하게 들기 시작할 것이다. 한 마디로, 정말~ 좋은 앨범이다.

Credit

Anders Osborne guitar, vocals and piano
Eric Bolivar drums
Carl Dufrene bass, vocals
Brady Blade drums
John Gros b3, piano, french horn
Jason Mingledorff baritone, tenor saxophone, clarinet
Justin Tocket background vocals
Susan Cowsill background vocals
Warren Riker percussion

Produced by Anders Osborne and Warren Riker
Engineered and Mixed by Warren Riker
Recorded and Mixed at Dockside Studios, Maurice, LA
Assistant Engineer: Justin Tocket
Additional Recording at Freshface Sound
Assistant Engineer: Ernie Burnz
Mastered by Collin Jordan and Bruce Iglauer at The Boiler Room, Chicago, IL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Peace
    -
    -
    -
  • 2
    47
    -
    -
    -
  • 3
    Let It Go
    -
    -
    -
  • 4
    Windows
    -
    -
    -
  • 5
    Five Bullets
    -
    -
    -
  • 6
    Brush Up Against Me
    -
    -
    -
  • 7
    Sentimental Times
    -
    -
    -
  • 8
    Dream Girl
    -
    -
    -
  • 9
    Sarah Anne
    -
    -
    -
  • 10
    I\'m Ready
    -
    -
    -
  • 11
    My Son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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