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쓰고 거친 직언

할로우잰 『Day Off』
1,377 /
음악 정보

앨범을 둘러싼 애매한 정의들이 이렇게 무용지물처럼 느껴진 음반은 없었다. 레이다 검색에 천부적인 소질이 없는 나에게 걸려든 그 단어들이 이 음악들을 다 설명해줄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왜 이렇게 "음악을 듣는 사람마다 모종의 불편함 또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 같은가?" 하는 부분은 좀더 생각해 봐야한다. "불편할수도 있다"라고 하면 얘기가 끝나버리는 것이지만, 적어도 불편한 지점이 어디인지는 알아야  리스너들이 가진 생각을 대략 알 수 있겠다는 마음이었다. 현재까지도 그렇고.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할로우잰의 이번 음반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앞다투어 장르를 규정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헤비니스의 영역 안에 있는 음악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에 안찬다는듯이 서둘러 이 음악을 규정하고 싶어했다. 그 사이에 실질적인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건너가 버린 측면이 없지 않고 정확하게 이 음악을 규정하는것 역시 어딘가 함정에 빠지는 기분이다.


우선 나는 이 음반이 어둡고 조용한 기분을 계속 덧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크리밍은 그것을 조절하는 장치 중 하나일 뿐, 궁극적인 소재는 어둠과 어둠 속에서 피어오르는 갈망이다. 사람들이 희망이라고 쉽게 얘기하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의 기력이 전부 탈진해서 어쩔 수 없이 이탈했을 때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일반적으로는 욕구를 그저 소모해 버리거나 아니면 타자에 의해 드러나는 욕망 정도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편이지만, 이번 작품에서의 욕구는 내면의 갈망과 계속되는 생의 잔인함까지도 이어진다. 조용한 설득보다는 우연히 황야에 굴러 떨어졌을 때 그리고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나의 아픔을 꺼내보일 수 있을 때. 그 때만이 대면할 수 있는 세계로 할로우잰은 우리를 데려간다.


세계는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드러난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저 발버둥치거나 지금의 상태에 대해서 그저 울부짖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부터 우리는 모두가 인간이 손을 쓸 수 없는 작위적인 지점까지 도착했지만 그것조차 모르는 척한 채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것. 앨범을 통해서 내가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이 정도였다.


어둠을 꺼내 보이는 것은 이미 음악에서 익숙한 문법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그 어둠을 어떻게 펼칠것인가 하는 부분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아직 어둠에 익숙하지 않다고 비명을 지르는 편이지만, 그것보다는 회피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이번 앨범은 그런 사람들에게 가장 쓰고 거친 직언으로 남을 음반이다.


그 자체로 아름답다.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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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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