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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19] 김진표 『JP5 : Galanty Show』 : Ver 1.1

김진표 『JP5 : Galanty Show』
505 /
음악 정보

intro:

소싯적 수줍은 말더듬이로 친구들에게 맞고 다니기 일쑤였던 한 찌질한 꼬맹이가 중학생이 되자 포르노를 보고, 여자애와 키스를 하고, 담배를 피우며 방황을 일삼더니 어느 날 부터 MC 해머의 음악을 듣고 그를 따라하며 가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중 3 때 음악을 하겠다며 집을 나오기도 했던 이 문제아는 결국 열아홉 어린 나이에 마음 맞는 '정신병자' 형과 듀오를 결성해 음악판에 발을 내딛었고, 이후 그룹과 밴드, 솔로 활동을 오가며 쉴 새 없이 그 바닥을 누볐다. 지병인 심장발작이 갑작스레 도지는 바람에 인공 심장 박동기를 몸에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고 한동안 공백기를 갖기도 했지만, 완쾌 후 다시 솔로활동을 비롯해 수많은 동료 뮤지션들의 피처링 게스트 및 영화 OST 참여 등으로 활약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험상궂은 외모와 거친 입담의 소유자로 유명하지만, 그 전에 특유의 쿨한 매력으로 영화배우는 물론 MC, 의류모델, 사진작가, 카레이서 등 다방면에 걸친 끼을 발산하고 있기도 한 그는, 여성편력 또한 화려해서 이전까지 사귄 많은 여성들을 뒤로한 채 몇 년 전 쇼핑 호스트 부인과 결혼에 골인하며 세간의 부러움을 샀었으나, 그도 잠시. 2년 만에 이혼하여 현재는 탤런트 출신 부인과 재혼한 상태다.


verse1: 

김진표(이하 'JP')라는 뮤지션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에겐 너무나 익숙할 위의 구구절절한 인생사 언급이 이 글에서 굳이 한 자리 크게 차지하고 있어야 할 까닭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전까지 그가 추구해온 음악이 꼭 무슨 심오한 음악적 분석이나 감상 따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본격 팝음악'이었던 탓에, 이 글이 과거의 ‘음악적 발자취’에 할애할 부분을 충당할 어떤 다른 소스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가 바로 그 '팝음악' 안에서 '랩'을 소스로 주저리주저리 세상만사 전반을 아우르며 늘어놓곤 했던 앨범의 방향성이 이번 신보에서는 유달리 대중적인 감성보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기술법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한 중견 뮤지션이 오랜만에 발표한 자신의 새 앨범에서 예의 파란만장한 인생역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했다는 게 사실 그닥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앨범은 뮤지션 자신이 작사, 작곡, 편곡을 모두 담당했고, 레코딩 또한 뮤지션 개인의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다면 얘긴 달라진다. 『JP3』(2001)와 『JP4』(2004)가 각각 '거침'과 ‘유려함’의 상이한 스타일로 그의 매력을 양면적으로 완성시킨 수작들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따금 ‘주객전도’에의 혐의를 받아왔음 또한 사실임을 유념해보면, 신보가 이전 못잖은 막강한 피처링진과 다양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JP 본인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느낌이 강하다는 점은 꽤 흥미롭다. 물론 개별 곡들에 맞는 다양한 톤 조절에서부터 억지스러움을 벗어난 유려한 라임까지 아우르는 JP 본인의 '물 오른' 랩 실력과 앨범의 내용적 주체일 가사의 '논조 변화' 또한 앨범의 '뮤지션 주도'적 인상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verse2:

디제이렉스의 스크래칭과 샘 리의 기타가 JP의 짧고 리드미컬한 성장드라마와 다이내믹하게 병치되는 첫 트랙 ‘시작 ’부터 이런 성향은 분명히 나타난다. '사람들은 항상 내 음악이 힙합이냐 아니냐 자기들끼리 거 참 말들 많네. 정작 나는 내 음악이 힙합이건 뽕짝이건 뭐가 되었든 간에 전혀 상관 안 해 ', '이젠 랩퍼보단 이야기꾼, 이 꿈 저 꿈 얘기하고 있군 ’ 이라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이 곡에 이어, 뒤이은 몇몇 트랙은 JP가 여전히 '좋은 팝뮤직 메이커'임을 나타내는 대중적 곡들인데, 《쇼바이벌》(2007) 출신의 베이지 (「나의 주먹」), 드라마 《연애시대》(2006) OST로 알려진 진호(「역전만루홈런」), 언제나 매력적인 음색의 정인(「아직, 널...」), 전작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박정현(「두근두근 」)등 여러 여성 보컬리스트가 게스트로 참여한 이 곡들은  순간순간 전작인 『JP4』를 떠오르게 만드는 것들이지만, 피처링 게스트들의 역할이 화려한 코러스 라인의 표출보다는 JP의 래핑을 옆에서 서포트해주는 본연의 역할에 좀 더 충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말의 차이가 발견된다. 물론 이 모토는 (랩 음반에서 빠지지 않는 '올스타 트랙'의 계보를 잇는) 「폼나는 대로」에서 리사가 맡은 코러스의 비중을 현격히 감소시킨 의미를 무색케 하듯 거침없이 쏟아지는 다이나믹 듀오의 벌스 부분을 거치며 잠시 삐걱거리긴 하지만.

다행인 것은 타이틀 트랙 「그림자 놀이」에서 드러나는 발군의 콜라보 감각이 그런 작은 흠 쯤은 충분히 눈 감아 줄 수 있을 만큼 뛰어나다는 점이다. JP의 데뷔앨범 『列外』(1997)의 「아무 누구」와 메시지 측면에서 연작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이 곡은, 처음엔 나지막이 시작해 코러스 부분에서 바비킴의 애잔한 목소리와 어우러지는 고조된 감정의 랩이 꽤 멋진데, 특히 군중 속 고독에 대해 충분히 공감가는 소스들을 차용해 사실적으로 묘사한 가사가 심부를 찌른다.

본작을 다르게 평가하게 만드는 계기는 주로 후반부에 위치한 (대부분 '19금' 딱지가 붙은) 나머지 트랙들에 있다. 「지읒오 지읒에 쌍기역 아」에서 인터넷 속 무분별한 댓글 문화에 ‘거두절미하고 다 X까 ’라고 분노의 외침을 날리는 모습은 충분히 강렬하다만 "네티즌의 말은 성경 거역하면 바로 성전/ 언젠가 큰 벌을 받으리 마치 바벨탑처럼" 이란 공언은 현재의 촛불정국 모습과 겹쳐 묘하게 불편한 심기를 제공한다. 오히려 한결 낮은 분노 수위를 가졌음에도 「날 찾지 마세요」의 카메라 셔터음이 나타내는 연예인 소비적 미디어 풍조에의 비판이 좀 더 설득력있게 들린다. 그런가하면 익숙한 러시아 민요 속 바이올린 연주가 다양한 템포로 흐르는 「방황하는 로맨티스트」에서 JP의 무뚝뚝한 래핑은, 그 의도성에도 불구하고 별 수 없이 어색하다. 조금만 더 감정을 실은 플로우를 선보였다면 훨씬 듣기 좋은 곡이 탄생했으리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곡이다.  

verse3:

이어서 제목부터가 이미 그런 「붕가붕가」에서 새신부의 목소리까지 빌려와 깨 쏟아지는 신혼의 달콤함을 보여주는 것까진 좋았다만, '가슴과 다릴 만지고 싶어 안달’하는 것으로 시작해 ‘독한 술을 먹여놓고 쓰러지길 기다리다’가 ‘어두운 방에서 후딱 바지를 벗고’, ‘서로 뒤엉킨 채 방안을 온통 서로의 거친 숨결로 가득 채운다’는 식의 가사가 계속되다가, 이게 심지어 ‘은근히 너도 원하고 있었을 줄 알았다’는 부분까지 이르면 당혹감을 감출 길이 없다. 판소리 『춘향가』 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사랑가」의 일부를 떼어와 이를 '흑곡비사'류의 음란소설로 덧칠해버린 「업고 놀자」도 딱 그 선이다. 흐드러지는 일렉트로니카 비트 위에 「사랑과 전쟁」을 연상케 하는 어두운 불륜의 현장을 가장, 내연녀, 조강지처의 입장에서 각각 서술한 ‘모랄헤저드 로맨스’는 디테일한 가사가 꽤 인상적이지만, 「방황하는 로맨티스트」에 이어 감정부족으로 몰입도가 떨어지는 약점이 다시금 노출된다.

「아쉬운 노래」는 말 그대로 아쉽다. ‘시작 ’에 이어 초반  세 트랙이 보여준 의욕적 모습 이후, 다수의 멋진 곡들과 몇몇 조금 부족한 곡들의 공존이 어찌되었든 JP 본인의 위치를 강하게 다지고 판을 키우는 역할을 수행해낸 것을 감안한다면, 마지막 트랙인 이 곡이 수행해야 하는 의무는 이제 그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납득할만한 결론을 내놓는 것일진대, 곡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저 "서른 살이 넘도록 이것저것 다해보며/ 바쁘게 살았지만 돈도 별로 못 모았고/ 여전히 인생은 별 거 없다"며 읊조리더니 끝내는 "할 말도 다 못했는데/ 이 앨범도 벌써 끝나간다"고 푸념한다. 이건 JP 스스로가 신보의 취약점을 시인해버린 것이라고 밖엔 볼 수가 없다.

전술했듯 신보는 『JP3』와 『JP4』가 일궈낸 '잘 만든 팝앨범'의 기조를 일정부분 유지함과 동시에 다소간 타파해 보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뉴욕까지 가서 담아온 브라스 세션부터 러시아 민요, 판소리,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요소를 도입한 사운드는 물론, 셀프 프로듀싱과 보다 구체적인 가사를 통해 일구어낸 음악적 주체로서의 입지 강화 등이 이를 대변한다. 그러나 「아쉬운 노래」의 푸념처럼 그 노력은 엄밀히 말해 끝을 보지 못한, 미완의 것이다. 결국 앨범은 두 지점에 대한 어떤 '합일점'을 잡아냈다기보다는 이를 찾는 과정 도중에 갑자기 멈춰버린 인상이고, 유려함과 거침이 뚜렷한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서로 겉도는 구성은 파퓰러한 취향의 대중적 입장이나, 강경한 매니아의 입장,  어느 쪽에서 보기에도 온전치 못하다.

순위 프로 따위에 얼굴을 보이지 않는 고집스런 뮤지션으로서, 일견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자신의 팝적 감각이 자신을 정체성 논란에서 항상 비난의 대상이 되도록 만든 주범임을 알고 있다면 한번쯤은 작정하고 디제이디오씨의 『The Life... DOC Blues』(2000) 같은 '과격한 양아치'풍 앨범을 내놓아 보는 것은 어땠을까. 타이틀곡 「그림자 놀이」를 포함해 반 이상의 곡이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차라리 더 세게 가보지'하는 이 농담조의 생각을 되레 진지한 고민으로 뒤바뀌게 한다. 그런 방법론을 통해 강경파 팬들의 관심이라도 받아내지 않는다면야 괜찮은 완성도를 가졌음에도 대중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묻혀버릴 위기에 처한 여러 곡의 존재가 사실 너무나 안타깝지 않은가.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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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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