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찌질한 양아치

바스코, 블랙넛, 씨잼, 천재노창 『Indigo Child』
2,10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6.01
Volume Digital Single
레이블 저스트뮤직

지금 한국힙합은 격동기 아니면 난세다. 안팎이 골고루 다 터져서 도대체가 봉합하는 게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컨트롤이 나오면 바로 쇼미더머니가 크게 터뜨리고, 전성기 소리가 나오자 이게 다 더 많은 인원을 이 문화로 포섭하기 위한 일이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구슬리는 페이크들이 판을 치고, 훌륭한 앨범들이 나올 때쯤에 패밀리즘이 유교와 결합하여 일으킨 막대한 시너지로 인해 반성과 성찰의 개념은 찾아볼 수도 없이 내 가족과 인스타를 남발하는가 하면, 깡패, 졸렬, 정치, 혐오, 비하 따위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현실이 그렇다.


그러면서 명백하게 진위가 드러났다. 한국힙합이 지금껏 내부의 자정작용을 시스템화 시킬 정도의 넓은 사상과 깊이 있는 지식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걸, 거의 20년이 되도록 그렇다는 걸 말이다. 워낙 궁했던 문화라 이제 뭐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거라 이해하기엔 곤조가 없다. 사실 곤조든 깡이든 있는 사람들이 소비되기에는 문화보다 캐릭터가 앞선다. 열풍은 한국힙합이 아니라 쇼미더머니다. 쇼미더머니와 그들이 낳은 캐릭터들과 짤방과 희화화된 얘깃거리들이 적당히 좋게좋게 유행이 됐다.


「Indigo Child」는 씬이 얼마나 미쳐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다. 우선, 이것은 너무나 비겁하다. 온갖 것들이 모조리 다 비겁하다. 같은 카테고리로 다루어지는 군집의 이성을 두고 자위를 했다며 그 사실을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모욕하고는 너희들은 이것을 못한다며 과시한다. 아니, 이건 과시가 아니다. 헛소리다. 나는 지금 타인에게 침을 뱉었는데 넌 못하네 에베베, 라니. 술담배 하기 싫다는 친구 세워놓고 과시하며 깔보는 학교 불량아들도 이 정도는 아니다. 그나마 유사한 건 ‘너는 강간을 할 배짱이 없으니 쫄보다’라고 지껄이는 정신 나간 XX들에 가깝다. 딱 봐도 논란이 될 가사에 같이 랩하고 있는 레이블 동료를 끼워넣는 것이나 세월호의 진실에 관심이 있든 없든 지 알 바가 아닌데 비판에 대한 답은 없고 그저 상대의 행위를 일부러 무력케 하려는 저열함도 빼놓을 수 없다.


포털사이트 댓글처럼 무조건 ‘아, 쟤는 이상한 말을 했으니 여자네 ㅉㅉ’라며 그 어떤 사고도 없이 상정해서 관성처럼 욕을 한다. 여성뿐 아니라 약자와 이슈를 되도록 비열하게 까내리고 남용한다. 정말 역겹다. 결국 이것에는 목적만 있고 이유가 없다. 난리를 치기 위해 욕을 하지만 그들이 괴로워야 할 이유는 없다. 비열하고 이기적이다. 자신이 쓰는 혐오와 비하를 두고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대책 없는 가짜 예술론을, 혹은 그마저도 언급을 피하고 팬들 뒤에 숨어 소꿉놀이 하는 졸렬함은 기가 찰 지경이다.


더불어 블랙넛은 루저를 죽였다. 자신을 찌질하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진정 비참한 루저 정서를 악용해서 사람들을 좀먹고 있다. 「Indigo Child」 속 세상의 찌질이는 온갖 파렴치한 말을 하고 다니며 사람을 괴롭히고는 너는 이걸 못한다며 비웃을 게 없는 상황을 두고 비웃는 깡패가 됐다. 아주 쓰레기 같은 놈으로 전락했다. 이 정서를 대표한다는 평가를 이용해서 더한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끔찍하다.


이 끔찍한 일이 더 끔찍해지는 원인에는 블랙넛이 이러한 얘기들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모든 논란에 대해 진지하고 엄숙한 대화는 커녕 팬의 뒤에 숨어 끊임없이 타인과 약자를 우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난장보다 더 끔찍한 사실은 어찌 됐든 그가 갓대웅으로 추앙 받으며 끊임없이 소비될 거라는 점이다. 씬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Indigo Child」는 하나의 크나큰 증거다.


문화가 아닌, 쇼미더머니 산하의 신생예능스타와 그를 따르는 친구들이 구사하는 스타일로써의 힙합이 유행이라는 것, 이제 힙합팬덤은 커뮤니티화된 구조, 단편적인 인스타 하나로 국한된 상태를 거쳐 아예 미디어의 존재를 상실한 일종의 정신적 게토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것, 자정작용은 커녕 힙합은 자유라며 말하고 다니면 그만인 무책임이 활개를 친다는 것, 이 문화가 아주 우스운 놀이가 됐다는 것에 대한 기념비이며 치부이고 증거다.


비하와 혐오의 가사를 변호하면서 에미넴도 모르냐며 되도 않은 헛소리를 하거나 힙합은 원래 마초성이 깔린 문화고 그러니 원래 이런 거라며 말을 토막내서 이해하고 나쁜 것만 골라 배우는 애들처럼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퍼뜨리는 사기꾼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누군가는 ‘약자를 모욕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어떻게든 반박이 하고 싶지만 공부하기도, 확인하기도 싫으니 말만 번지르르하게 쏟아낸다. 그럴싸하지도 않다. 허위에, 허위에, 또 허위다. 도대체 어찌 해야 구글에 두드리기만 해도 쏟아지는 뉴스와 칼럼을 무시할 수 있는 걸까? 책을 보는 것도 아니고 논문을 찾는 것도 아닌데? 당최 이해를 할 수가 없다.


「Indigo Child」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랩퍼들이 손에 꼽힐만큼 유명한 레이블에서 내놓은 곡이다. 그리고 힙합 커뮤니티 안팎의 모든 논란을 죽어라 흡수 중이다. 무슨 트럼프 같다. 덕분에 오왼 오바도즈, 그린클럽, 그로스토 등의 앨범과 썩 괜찮은 싱글들이 더욱 많이 주목받을 기회마저 앗아간다. 심지어 지난 몇 달 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바스코와 씨잼의 랩도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들고 네 명 중에서 가장 인디고 차일드스러운 천재노창의 파트도 묻히고 있다. 심지어 혼자 돋보이게 잘해서 묻히는 게 아니라 아주 난동을 부려서 피해를 입히는 격이다. 정말 끔찍하다. 이 노래는 쓸모가 없다. 한국힙합 역사에서 최악의 곡을 꼽으라면 명실공히 높은 순위에 들만한 노래다. 모든 면에서 최악이다.


어찌되었든 블랙넛의 행태는 명확한 증거다. 혐오와 비하에 대해 입장표명도 없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한국힙합의 현실을 정말이지 거리낌없이 보여준다. 무지와 나태로 찌든 씬, 거기에 전혀 개입하지 못하고 갓갓대는 것밖에 못하는 팬이라는 기계들의 현실이다. 사태에 대한 책임은 아티스트, 팬 모두에게 있다. 누군가의 팬이기 때문에 가지는 하릴 없는 애정은 핑계가 될 수 없다. 힙합 평론가들이 블랙넛을 감싸주지는 못할 망정 페미니즘의 편을 든다며 되도 않게 진영화에 공 들이는 무리들처럼, 그저 헛소리다. 남을 쥐어패는 헛소리는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을 때까지 지탄 받아야 한다.


음악 비평이든 리뷰든 객관적으로 음악 얘기만 해야 한단다. 그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 글이 아니라 보고서가 되거든. 무엇보다 이 글은 「Indigo Child」가 구사한 음악만을 얘기하고 있다. 얼마나 열심히 '그 음악'에 대한 얘기만 하고 있나. 마음을 담아 이 별을 블랙넛과 그의 팬들에게 선사한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Indigo Child
    바스코, 블랙넛, 씨잼, 천재노창
    천재노창
    천재노창

Editor

  • About 박상준 ( 21 Artic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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