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24-1] 드렁큰타이거 「끄덕이는 노래」

드렁큰타이거 (Drunken Tiger) 『Drunken Tiger X : Rebirth Of Tiger JK』
97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11
Volume 10
장르 힙합
레이블 필굿뮤직
유통사 지니뮤직, 스톤뮤직 Ent.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타이거JK가 뱉는 메마른 플로우에 랍티미스트는 붑뱁 비트에 쪼갠 샘플들을 모자이크하는 방식으로 덧댄다. 얼핏 기본적인 요소들로만 이뤄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미묘하게 다르다. 타이커JK의 플로우도 랍티미스트의 비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은근히 변화무쌍하다. 그런 점 때문에 붑뱀 특유의 지루함이 상쇄된다. 화려하지 않고 독특하지도 않지만 내실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기민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래서 주의깊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생각해보면 드렁큰타이거는 늘 그랬다. 선구에 서기를 자처했지만, 수도 없이 많은 국면들에서 어떤 중심을 향해 꿈틀거리며 늘 몸부림쳤다. 세파(世波)에 흔들리며 딱딱해진 나무처럼 자신의 속을 채워나갔다. 이 곡은 그 나무가 베어지기 전에 남긴 마지막 흔들림이다. 다시 씨앗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위해 타이거JK는 자신의 몸을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듣는 내내 조금 짠해진다. ★★★☆

 

[김성환] 1990년대부터 LA 현지를 기반으로 음악 활동을 해왔던 타이거JK가 DJ샤인과 함께 한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드렁큰타이거로 데뷔했을 때, 듀스 이후 라임 구성에 가장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는 그들의 음악은 당시의 젊은 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20년이 흐르는 동안 현지 힙합의 충실한 한국적 구현은 물론 2000년대 주류 힙합 가요에서 보여준 상업적 방법론도 함께 물처럼 흡수했던 타이거JK는 이 앨범을 끝으로 혼자서 지켜온 이 이름을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세월의 변화, 씬의 변화 속에서 과거의 이름으로 보여줄 한계를 느낀 것일까. 그래서 그는 이번 신곡에서 랍티미스트의 지원 속에서 해외의 최신 트렌드 같은 것에는 아랑곳 없이 자신이 가장 잘했던 것들을 확실하게 풀어놓는다. 어떤 면에서는 마치 Wu-Tang Clan 시대의 정서와도 맞닿은 샘플 활용부터, 쪼개려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그의 랩 스킬까지. 모든 게 과거에 발을 깊게 걸쳤으나, 그게 고풍스러움으로 와 닿아서 좋다. 특히 후렴 파트에서 피쳐링 보컬 같은 것 없이 라임 자체로 귀를 자극하는 능력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그의 실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20년을 지켜온 한국 힙합 속 이름의 아름다운 퇴장을 자축하며 그의 본명으로 이어질 새 음악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게 하는 트랙이다. ★★★☆

 

[김정원] 빠르게 바뀌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레전드 래퍼들은 요즘의 어떤 노선을 선택한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개인의 음악관을 중심으로 전통과 변화 중 무엇을 선택할지, 혹은 그 둘을 어떻게 섞을지를 고민한다. 단, 시장의 파이가 작은 탓에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들에 적응하는 케이스가 보다 많은 편이다. 나눠 먹을 것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장인 정신 따위의 것만을 내세워서는 생존을 논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그러나 드렁큰타이거는 드렁큰타이거로서 내는 마지막 앨범에서 본래 장기만을 고수한다. 신선한 요소는 없더라도 터프한 사운드의 품질, 호소력 넘치는 억양의 독창성으로 수준급의 재연과 재현을 해낸다. 특히, 랩, 가사, 프로덕션에 걸쳐 모든 요소로 박력을 뿜어내는 「끄덕이는 노래」 같은 곡을 들으면, 시간이 지나도 오래간 쌓아온 내공이 그 자체만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경력이 곧 인정의 가장 큰 척도 중 하나로 작용하는 건 문제가 있지만, 드렁큰 타이거처럼 여전히 멋질 수 있다면 누구든 존중받아 마땅하다. ★★★☆

 

[손혜민] 드렁큰타이거가 돌아왔다. 한국 힙합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의 힘이란. 10년 전 과거로의 회귀이기도 하겠지만, 지난 10년을 집대성한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고풍에 올드스쿨한 느낌을 주는 이 곡은 추억을 불러일으키지만 진부하지 않다. 듣자 마자 '술취한 랩하는 호랑이'를 떠올리게 한다. 옛날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2005)를 외칠 때처럼 그 때 그 시절과 음악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언제나 탄탄한 랍티미스트의 비트메이킹은 이번 곡에서 대중성 있으면서도 드렁큰타이거 자체의 모습을 확실하게 담고 있다. 확연히 돋보이게 해준다고 해야할까. 크게 의미나 내용이 있는 가사는 아니지만, 별 건 없지만 "이 노래를 듣고 고개를 끄덕여봐, 아니 너는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라는 그의 래핑은 마치 주문 같다. 지난 앨범의 「Monster」(2009)처럼 많은 사람들이 주문처럼 흥얼거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DJ샤인과 함께 했으나 그의 탈퇴로 혼자 이끌어온 '그룹'에서 벗어나 타이거JK로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

 

[차유정] 힙합이 '나는 말한다, 그리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두 명제를 가지고 여러 각도로 만들어내는 일종의 조형물이라면 타이거JK는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 '나는 말한다, 그리고 책임도 진다' 이렇게 말이다. 지난 몇 년 간의 시간들은 구체적으로 뭘 만들기보다 자신을 둘러싼 요소의 책임들을 짚어보는 시간임에 분명했다. 변화를 알고 더 나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 자체가 새로운 시작임을 알고 부르는 노래다. 알 수 없는 숙연한 기분이 몸을 누른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끄덕이는 노래
    타이거제이케이
    랍티미스트
    랍티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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