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보컬 톤의 프로듀싱이 적절하게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 이 곡의 장점이다. 특히나 훅 부분을 거의 찍어누르듯이 발성하는 보컬은 이펙터로 인해 텐션을 잡아준다. 이러한 과정은 곡이 끝날 때까지 군더더기 없는 모습으로 전개된다. 자칫 경직된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는 곡의 딱딱함은 신세하의 자연스러운 보컬 덕분에 인간적인 면모를 살짝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러한 점들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담백하거니와 똑부러진다. 자신의 곡을 직접 프로듀싱하면서 이런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보컬이 어디에 맞는지에 대한 세심한 고민, 자신의 곡이 어떤 방식으로 통해야 중심이 다 잡히는지 캐치할 수 있는 센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러한 고민과 센스를 넘어선 개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들을 무리없이 엮을 수 있는 것은 쉬운 재능이 아니다. 곱씹어 생각해볼수록 더욱 참맛을 알 수 있는 수작. ★★★☆

[김성환] 한국 알앤비씬에서 수민은 특히 주목을 끄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데뷔 싱글 「뜨거워질거야」(2015)을 시작으로 EP 『Beat, And Go to Sleep』(2016)로 세련된 감각을 선사한 후, 꾸준히 디지털 싱글들을 발표하며 음악적 내공의 진화를 보여줬다. 이제, 그녀의 음악을 주목해온 이들이 기다려왔을 첫 정규작 『Your Home』을 공개하며 그간의 노력을 준수한 결과물로 완성해 내놓았다. 데뷔 즈음의 곡들에 비하면 현재 흑인음악 트렌드에 보다 걸맞게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과감하게 활용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지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그 속에 흐르는 멜로디 라인은 1990~2000년대 네오 소울의 향기도 잘 섞인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신세하와 함께한 이 곡에서는 멜로디의 빈티지함이 꽤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데뷔 때부터 그녀의 개성으로 자리한 보컬 음색과 창법은 이제는 전자음의 왜곡을 통해 끈끈하지만 동시에 차가움을 머금은 소리로 귀를 깊게 자극한다. 2018년 한국 알앤비의 결과물 중에 연말 결산에서 꼭 다시 언급되어야 할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

[김정원] 『Your Home』에서 유일하게 레트로한 곡이다. 다른 곡들이 근래 흐름인 퓨처 알앤비에 가깝다면, 이 곡은 시대적으로 드럼 머신과 신시사이저가 처음 적극적으로 도입되었던 80년대를 지향한다. 그 시대적 방향성에 걸맞는 비슷한 지향점을 지닌 아티스트로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신세하가 두 번째 벌스에서 느긋한 무드를 유지하며 농염하게 파고든다. 또 다른 포인트는 레트로라는 워딩으로만 표현하기에 어려운, 대단히 과장된 신시사이저와 타격감 넘치는 드럼 패턴이다. 이는 수민의 자신감 넘치는 보컬과 맞물려 뛰어난 관능미를 자아낸다. 그 관능을 보다 강조된 베이스 라인으로 극적으로 빌드업하는 후렴 역시 마찬가지다. 수민이 『Beat, And Go To Sleep』(2016), 『Sparkling』(2017)을 넘어 특정 장르, 스타일이 아닌 수민 그 자신을 전면에 내세운 걸출한 현대적 복고 넘버라고 하면 적절할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