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모던 헤비니스와 뉴스쿨 하드코어의 시대지만, 본작에서 도드라지게 들리는 것은 올드스쿨과 그루브 메탈의 조류와 흔적이다. 그럼에도 2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을 충실히 채우는 것은 헐벗은 진노다. 머쉬룸 스튜디오가 뿌린 포자의 확산, 이토록 한국 코어씬의 질긴 잉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

[안상욱] 모싱을 유발하는 리프를 앞세우다 찍어누르는 빗다운 리듬으로 일순 표정을 바꾼다. 이어 앨범에서도 자주 등장하지 않던 묵직한 베이스 솔로를 선보이나 싶더니 분노에 가득찬 샤우팅이 빛을 발한다. 이렇듯 「No Shelter」는 2분이라는 시간 내에 다채로운 변화를 유려하게 우겨넣은(?) 밴드의 영리함이 빛나는 싱글이다. 정규반은 데뷔 EP 『No Shelter』(2016)의 수록곡들을 재료로 삼아 만들어낸 확장판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연주곡의 전략적인 배치를 통해 3부작의 EP를 연작으로 듣는 듯한 인상을 주도록 설계되었다. 모든 트랙을 관통하는 '끓어오르는 분노'는 뛰어난 완성도를 담아내는 무기의 역할을 수행하며, 「KKH : Karma Kills Human」을 비롯한 첫 4곡이 주는 임팩트는 노셸터가 추구하는 하드코어의 백미이기도 하다. '척박'이라는 식상한 단어로는 표현할 수조차 없는 한국 하드코어/헤비니스씬이지만, 어떻게 이런 신예 밴드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