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2016년, 시크릿아시안맨의 등장은 우리를 1990년대 해외 인디팝의 향취가 머무는 반갑고 구체적인 과거로의 여정으로 이끌었다면, 본작은 어딘가 실재하길 바라게 되는 영적인 공간을 소리로 조형해 이끈다. 몽골 전통 후미 창법의 하르히아라를 연상시키는 낮고 진득한 근음 위로 리버브를 활용한 신스음과 앰비언트 사운드가 촘촘히 그러나 천천히 공간을 메우고, 숭고한 선율로 겹겹이 화성을 쌓은 보컬 등이 그와 함께 풍성한 드림팝의 공간감을 만들어내며 귀에 들리는 감각 너머의 상상을 충족시킨다. 이와 감독이 연출한 뮤직비디오 영상이 몽골의 광활한 고원을 배경으로 삼는 것은 그 까닭일 것. 전작과 전혀 다른 노선을 걸으면서도 여전히 이 밴드가 사운드의 디테일한 구상에 얼마나 능한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트랙이다. 개인적으로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는 보다 드라마틱한 서사나 치열한 하이라이트를 아쉬워 할 수도 있었지만, 본작의 주제가 고통스럽게 밤잠 설치는 이들을 위한 '위로'라는 측면에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구성이라고도 생각된다. 무엇보다 이 노래의 창작을 추동했으리라 여겨지는 감정과 감동의 생명력이 충만하게 전해진다는 점에서도 성공적이다. ★★★★

[차유정] 주변의 소음을 일부러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이 내내 고요한 울림을 전한다. 지난 앨범이 비트에 의한 까끌거림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효과를 주로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집중 가능한 사운드의 포인트를 한 곳으로 모아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 같다. 장르적인 실험이라기 보다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소리를 대중과 공유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여전히 싱그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