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19-2] 크라잉넛 「내 인생 마지막 토요일」

크라잉넛 (Crying Nut) 『Remodeling』
1,20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10
Volume 8
장르
레이블 드럭레코드
유통사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크라잉넛이 23년차를 맞이했음에도 변함없이 존재하는 가장 큰 매력은 '꾸밈없이 솔직한 감정들'을 항상 '공감이 가는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펑크록이라는 장르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절대로 고인물 같은 사운드를 보여주지 않았고, 그냥 서구의 록을 한국적으로 구현한다는 것을 넘어서 크라잉넛만의 고유한 아우라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에는 「말달리자」(1996)부터 「명동콜링」(2006), 「좋지 아니한가」(2007) 등에서 보여준 그들만의 사고와 언어의 세계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번 새 앨범 『리모델링』(2018)의 타이틀곡인 이 노래에서도 일상에서 만나게 될 어떤 순간을 가감없이 서술하는 가사 속에서 나도 모르게 받아들이는 밀착된 공감은 그대로 적용된다. 단순히 이 노래를 '권주가'로 볼 수도 있겠으나, 사람들이 왜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고 취하고 춤을 추는지에 대한 그 감정을 이 노래를 곱씹어 흥얼대다 보면 자연스레 공감하게 된다. 김인수의 아코디언 연주가 곡의 흥과 드라마틱함을 이끌어가는 가운데 특유의 심플하지만 빈틈없는 에너지가 담긴 멤버들의 연주 역시 이들의 관록을 재확인하게 한다. 또 다른 그들의 공연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잡을 트랙. ★★★☆

 

[손혜민] 5년만에 다시 돌아온 크라잉넛은 누가 봐도 '크라잉넛'이라고 답할 음악을 들고 왔다. 흥생흥사, 술생술사(!)가 곧 크라잉넛이라고 할 만 하다. 아무래도 술과 크라잉넛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이 곡은 초기의 크라잉넛, 특히 「서커스 매직 유랑단」(1999)이 특히 떠오른다. 그 때 발표했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법한데, 그렇다면 '크라잉넛은 변화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 대해선 이 곡이 답하고 있다. '그렇지는 않다.' 「내 인생 마지막 토요일」은 5집 『OK목장의 젖소』(2006)에 수록된 「마시자」와 같이 권주가지만, 조금 나이를 먹고 그들이 겪어온 세월감이 묻어난다. 떠난 친구들과 밴드들, 사라진 홍대 클럽들, 그를 바라보았던 쓸쓸함이 곡의 뒤 편에 스며 있다. 아무래도 초창기부터 홍대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었고, 세월만큼 나이를 먹은 그들이기에 변해가는 것들이 별 거 아닐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반되게 쾌활한 멜로디와 신나는 가사. '먹고 죽자'는 여전한 모토(?)와 함께 하는 크라잉넛은 쓸쓸함을 외롭지 않게 만들어준다. ★★★★

 

[정병욱] 데뷔 23년차 뮤지션이 5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작업물임에도 그것이 결코 구닥다리라는 인상이 들지 않는 것은, 펑크라는 장르가 주는 에너지 덕분이기보다 순전히 크라잉넛이라는 밴드가 지닌 여전한 활력 덕분이다. 나름 아무리 다채로운 시도를 녹여내도 펑크의 매력은 뻔하기 마련이고, 박윤식의 보컬과 김인수의 아코디언 등 크라잉넛 특유의 인장 역시 늘 다름이 없는데, 매 작업물마다 새 음악다운 신선한 에너지가 생겨난다. 「내 인생 마지막 토요일」의 경우 펑크와 크라잉넛에게 익숙한 특유의 태도가 크라잉넛의 솔직한 현재와 만나 전에 없던 솔직한 매력을 발생시킨다.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다 죽자"(「다 죽자」(1999))고 울부짖는 것과 40대 초중반 장년들이 "우리의 인생이 여기까지인 듯" "부어라 마셔라"는 것은 의미와 온도가 전연 다르다. 실제로 내일에 대한 한 줌의 고려도 없을 법한 전심전력의 펑크 정신과 다르게 사실은 내일을 생각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에 즐기자며 스스로 반복적 최면을 거는 이 노래의 펑크적 의식은, 조금 서글플지언정 가볍고 여유로운 의외의 멋이 한두 스푼 섞여있다. 「룩셈부르크」(2006)나 「비둘기」(2009) 같은 골 때리는 병맛은 없어도, "언제나 같은 얼굴들"을 돌아보는 정겨움이 있기도 하다. 김인수의 아코디언은 더 이상 촐싹대며 앞장서지 않고도 노래의 서사를 화려하게 이끌고, 박윤식의 보컬은 러닝타임 내내 목에 핏대 세우지 않고도 가사의 주제를 충분히 선동한다. 억지로 과거의 낭만을 붙들지도, 변해놓고 괜스레 핑계대지도 않은 채 묵묵히 자기답게 오늘을 살아가는 정다운 친구들과의 만남이다. ★★★

 

[조일동] 크라잉넛을 보면서 생각한다. 장돌뱅이 펑크구나. 펑크가 젊음의 무엇이 아니며, 계급의 무엇도 아니며, 나아가 잘난 기획자의 쇼가 아니라는 사실이 크라잉넛의 지난 세월을 압축한 것 같은 이번 앨범에서 절실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아코디언 연주를 더해지며 만드는 크라잉넛의 스타일도 여전하다. 여전해서 박수를 받아야 하고, 여전함 속에 누구도 아닌 크라잉넛의 발전이 느껴지기에 고맙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내 인생 마지막 토요일
    김인수
    김인수
    크라잉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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