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09-3] 유래 「52-1」

유래 『52』
81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07
Volume Digital Single
레이블 파운데이션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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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일상의 소리를 채집하고 거기에서 엠비언트를 발견하는 시도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그러나 유래의 방식은 그 시도들과는 다르다. 때로는 콜라주를, 팝을 흥미롭게 하는 제재로 사용한 것과 달리, 유래에게 일상의 소리는 앰비언트를 발견하기 위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요컨대 유래의 작업은 움직임을 따와 앰비언트로 승화시키는 작업인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군상과 다양한 소리들의 군상이 마치 거친 바다처럼 뒤채고, 그 속에서 고요히 피어오르는 뉘앙스가 이 곡의 요체인 것이다. 얼핏 헐거워 보이는 구성미도 이러한 뉘앙스로 인해 하나의 곡이 지니는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점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음악의 경계를 넓힌다. 오늘도 이 곡으로 인해 조금은 넓어졌다. 우리의 생각도 그에 따라 넓은 아량을 갖는다. 우리가 항상 다른 맥락, 다른 음악을 귀 기울여야하는 이유이다. ★★★

 

[박병운] 음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진공청소기 흡입구 앞에서 녹음한 듯한, 소음이 연상되는 사운드가 감상의 장벽을 올린다. 기지개를 여는 비트와 여러 매체에서 가지고 온 샘플음과 다이얼로그들이 조각조각 조합한다. 그리고 본색을 여는 댄서블함. 그러나 이 댄서블함이 곡 전체의 뚜렷한 근육을 만들진 않는다. 춤을 출 수 있는 사운드 자체에 대한 메타적인 인용 같은데, 학구적인 탐구라기보다는 이것 자체가 쾌락이 아니겠냐 이 쾌락을 미끼로 음반 전체에 대한 초청을 한다는 인상이 뚜렷하다. 지난해부터 도드라진 성취물들을 연속으로 내는 사운드메이커가 올해에도 청자들에게 각인될 순간들을 남기겠다는 언질이렸다. 이를 위해선 기계음부터 황학동 벼룩시장풍 배경음까지 모두 포섭하겠다는, 질료에 대한 관용까지 드러내며. ★★★☆

 

[정병욱] 전자음악 뮤지션 ‘유래’는 '창조했다'기보다 '이어 붙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분절된 소리(音)들로 난해한 추상의 완성을 즐긴다. 전위적인 테크노나 앰비언트를 자양분으로 삼는 전통의 IDM 음악들이 노상 그렇듯 멜로디나 화성이 주는 음악의 고전적인 즐거움을 배제한 채 대중음악에 낯선 소리들로 조각조각 호흡을 이어가는 식이다. 그렇다고 해도 「52-1」은 동일 장르 다른 음악들은 물론 본인의 전작들과 같은 앨범 내 다른 두 곡과 비교해 유난히 비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는 매 앨범 유래의 공격적이고 의식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52-1」 한 곡 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매력이 다채롭거나 입체적이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매우 단순한 감상 및 소통 지점을 열어둠으로써 파인아트의 순전히 주체적이고 자의적인 속성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곧 일상의 소리를 곁들여 때로 익숙하고 때때로 낯선 감각이 교차하는 사운드의 향연이 상상할 수 없는 서사와 종잡을 수 없는 리듬으로 펼쳐짐에도, 균일한 질감의 비트가 과도한 격차 없이 꾸준히 록킹하고 댄서블한 무드를 이끈다. 날것의 광기보다는 심오한 이성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한다. ★★★

 

[차유정] 듣기 위한 소리의 조합과 취합이 아니다. 띄워 놓고 한참 생각한 뒤 색감을 맞추는 듯, 시각을 펼쳐놓는 소리의 향연으로 가득차 있다. 부유하는 소리에서 한가운데 리듬을 풍선처럼 띄워놓는 작업이야 흔한 패턴이겠지만, 보다 예민하게 긁는 소리의 코어가 어디인지를 속도감있게 찾아내는 훈련을 하는 것처럼 들린다. 안맞는 소리도 사운드의 일부로 치환해 전위적으로 음악을 뽑아내는 방식이 약간 틀에 박혀있는 것이라면, 이 싱글은 그런 전위성이 아닌 납득할만한 설득의 단초로 사운드와 리듬을 써먹는다. 적재적소에 맞는 리듬과 사운드라는 것 자체가 추상이니, 차라리 내가 문장을 쓰는 형태처럼 소리를 표현하겠다는 다짐을 한 것 같다. 시도는 정확하게 성공했다. 불편하지도 않고 추상적이지도 않은데 말끔하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52-1
    -
    유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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