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Clint Eastwood가 연출한 《Mystic River》(2003)의 강가는 조용히 사람들과 역사를 숨기듯 흐르며, 비밀의 실낱과 뭉치들을 검게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윤선의 강가엔 사랑의 고혹적인 언어들이 피력을 숨기지 않는다. 중반부 이후 이 음악인의 역량을 과시하는 듯한 다면적인 목소리들이 선명하게 레이어를 형성하며 흐른다. 역시나 제일 도드라지는 것은 일찍이 Metallica와 Nine Inch Nails의 곡들은 물론 팝 넘버들까지 태연하게 삼키던 취향을 상기시키는 듯한, 초반의 드럼과 불쑥 삽입되는 전자음악의 요소들이 야기하는 긴장감과 말쑥한 진행의 대비다. 짧은 곡의 길이는 강한 여성 자아에 대한 성격 부여로 소임을 다했다는 나윤선의 자신감 반영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정병욱] 나윤선이 위대한 재즈 가수임에 앞서, 어떤 노래와 창법이든 훌륭히 소화해내는 다재다능한 보컬리스트임을 더 이상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면 「Mystic River」는 어떨까? 투박한 톤이지만 리드미컬하게 분명 앞으로 나아가는 드러밍과 반복되는 리프의 미묘한 분위기 위로 평소와 다르게 성대를 한껏 조인 채 힘 있고 날카롭게 진성을 뽑아내는 록킹한 보컬은, 그가 기존에 소화했던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 가운데 「Enter Sandman」(2010)에 가장 가까워 보인다. 다만 자작곡인 본 싱글의 경우 원곡을 의식할 부담이 없기 때문인지, 그 특유의 유럽 재즈풍 실험주의 면모를 돋보이게 하는 과잉된 표현을 찾을 수 없다. 대신에 단 한 번 반복되는 코러스와 훅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서사에, 자신을 대표하는 가장 상반된 두 창법을 배치하고, 이야기와 정념을 고루 담은 문학적 가사와 어울리는 정서로 이를 몰아치는 집중력이 돋보인다. 전자가 에너지를 소진한다면, 이 노래는 에너지를 북돋는 곡. 비슷한 방식과 방향성으로도 감상의 차이를 이끌어내는 그의 역량을 온전히 즐기게 하는 곡이기도. ★★★☆

[차유정] 완만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보다 크게 드러내는 목소리에 주력한 작품이다. 현재의 자신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지 못하고, 여전히 증명해야만 하는 현재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과 떨림을 담아 전달하고 있다. 다소 뮤지컬스러운 전개가 낯설게 들리지만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