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58-3] 이테 「다 가운데 (feat. 류지호(오월오일))」

이테 (ITÉ) 『소리선』
99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06
Volume 4
장르 힙합
레이블 미드나잇먼치스
유통사 지니뮤직, 스톤뮤직 Ent.
공식사이트 [Click]

[이아림] 스스로 구축한 세계관이 눈길을 끌며 진솔함에 의의가 있는 음반이다. 은근한 음악적 변화와 함께 본명인 ‘YEABON’에서 아이테(AITÉ), 그리고 지금의 이테(ITÉ)까지 활동명의 변경 외에도, 기존 음원의 서비스 중단과 같이 그가 표명한 새로운 시작은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이테의 명의로 새롭게 포문을 여는 『소리선』은 고난을 극복한 이의 한 발짝 성장한 성숙함이 인상적인데,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도박 중독이라는 아티스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더욱 강렬하다. 이러한 솔직함은 때로 창작자의 환기와 자위에 그칠 수도 있으나, 이테는 ‘소리선’이라는 새로운 합성어로 다양한 감상과 해석을 유발하며 감상이 불편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한다. 소리를 중독 전과 후를 가르는 선이자 청각적 요소인 음악과 동일 개념으로 본다면 중립지대이자 상충하는 것들과 인접한 영역, 경계선을 뜻하는 타이틀 ‘다 가운데’는 앨범의 정체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분노와 후회, 체념과 무력함까지 변모하는 이테의 래핑은 툭툭 쏘듯 날카로운 딕션으로 거칠고, 류지호의 선명하고 서늘한 고음은 오월오일에서의 보컬과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특유의 몽롱한 음색이 곡을 부드럽게 만든다. 말미에 이르러 가운데를 노래하는 유희와 트랙 간의 유기성, 치밀한 구성력 역시 흥미로운 음반이며, ‘채움’과 ‘비움’으로 삶을 제련한 음악에서는 후련함마저 느껴진다. ★★★★

 

[정병욱] 얼마 전 개인 방송을 하는 국내 한 DJ가, 일상에서 자주 비교되는 시인과 래퍼는 실제로 상당히 다르다며, 시인의 경우 말과 생각을 함축해 정제해야 하는 대신에 래퍼는 오히려 할 말이 많은 수다쟁이에 가깝다고 대조하는 걸 본 적 있다. 랩 문화와 래퍼들을 가까이 지켜본 입장에서, 그들에 대한 너무나 단순한 비유와 이해가 아쉬워서 나온 발언이겠으나 이 역시 단편적이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할 말이 없어서 언어를 정제할까. 래퍼는 오로지 라임에만 관심 있고 하려는 말을 아무런 제약 없이 다 떠들까. 장르 문화나 작법으로써의 비교를 떠나 실제 우리가 느끼는 건 결국 ‘개별’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음악가의 사고와 태도다. 이테는 2020년 정규 데뷔작 『Missing Words』(2020) 이후 최근작까지 정규앨범만 4장째다. 매해 한 장씩 발매한 셈이니 그 성실함이 감지된다. 가사에서는 늘 할 말 많은 수다쟁이로서의 면모가, 일상에서의 사유를 깊게 파고드는 철학가로서의 태도가, 단어를 세심하게 골라 담는 작가적인 기지가 함께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음악이 귀에 유심히 들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쿤디판다가 보컬 디렉팅으로 참여해 이테의 가사가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났고, ‘소리’와 ‘선’을 연결한 이 작품만의 메타포를 활용한 가사의 문학적, 철학적 멋이 전보다 강조된 덕이다. 이 노래 속, 필인을 화려하게 머금은 드럼 루프 비트가 직전 트랙 말미 아주 잠깐의 침묵을 깨고 등장할 때, 무반주 드럼 비트 위 전체 가사를 관통하는 서두 한 문장을 어구의 앞뒤를 바꾼 채 확고하게 내던질 때 작품을 대하는 이테의 진지한 사고와 곡의 감각이 빛을 발한다. 세상을 중심과 주변의 위상(phase)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더 나아가 이를 바라보는 위치와 시야까지 상정한 가사에서 그가 현실을 대하는 깊이 있는 태도가 특별한 가치를 더한다. 물론, 랩의 언어가 다른 언어 예술과 변별되는 가장 궁극적인 차이로써 랩 외적인 사운드의 프로덕션이 전보다 훨씬 정교하고 랩과 잘 어울리는 옷을 입기도 했다. 래퍼이면 어떻고, 시인이면 어떨까. 래퍼이자 동시에 시인이어도, 둘 다 아니어도 물론 괜찮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0
    다 가운데 (feat. 류지호(오월오일))
    이테, 류지호
    창대, 이테, 류지호
    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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