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22-4] 장기하와얼굴들 「그건 니 생각이고」

장기하와얼굴들 『Mono』
1,61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11
Volume 5
장르
레이블 두루두루ANC
유통사 지니뮤직 / 스톤뮤직 Ent.
공식사이트 [Click]

[박병운] 2개의 간략한 건반 악기 편성으로 들려주는 마지막 음반 속 싱글 커트곡이 주는 소회는 적지 않은 이들에게 남다르게 들릴 것이다. 어떤 이에겐 엠넷의 《덕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8) 편에서 뉴웨이브의 전설, Talking Heads의 David Byrne을 만나기 위해 간 팬보이 청년 장기하의 짧은 여정이 상기될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겐 곡 속에 삽입된 서태지와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1992)를 듣고 장기하와얼굴들의 오마주가 짚었던 영토가 이제 70년대, 80년대를 건너 90년대에 당도했다는 실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다음을 향해... 아 이제 끝났지'라는 슬픈 감상을 추가할지도 모르겠는데, 글쎄요. 음악인 장기하의 여정이 끝났다고 단언하기엔 우린 너무 오만한 판단을 하는 것일 테고, 그저 그는 여기서 한 대목을 정리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뾰뾰뿅 사운드 안에서 차분히 관계와 세상살이의 조각을 짚었던 이 곡 다음 챕터의 걸음걸이를 누가 감히 전망하겠는가. 그저 달력만 넘어간다. 뾰뾰뿅. ★★★☆

 

[유성은] 악기와 미디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심플하고 적막하게까지 비운 소박한 모노사운드는 마치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2008)를 생각나게 하고, 장기하라고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툭툭 뱉어내는 진심 어린 투덜투덜. 랩도 아니고 노래도 아닌 다른 어떤 무언가를 살리는 와중에도, 꾸준히 기발하게 수려한 멜로디를 진행하여 은근한 대중성을 확보해낸다. '싸구려 커피'를 마시며 날마다 즐거웁게 별일 없이 살던 젊은 음악가가,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라고 읊조린다. 주변의 잔소리들에 좌지우지 되느니 차라리 내 일 하면서 버텨내자고, 훈계조의 비꼼을 시전해내는 이 곡으로 잠시간의 여행에 종착점을 맞이한다. 장얼의 시그니쳐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개성의 컨셉을 찾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고뇌와 진심도 느껴지는 곡이다. 유쾌하고 장렬하다. ★★★★

 

[조일동] ① 감각이 좋은 아티스트의 아이디어를 좋은 음악으로 마무리 짓게 만들어주는 요소 중 최고는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자본의 다른 말인지도)이다. ② 이리저리 뜯고 붙이고 부수고 세울 수 있는 시간으로도 리듬에 대한 자기만의 색깔을 만드는 건 어렵다. ③ 자기색이 강한 리듬부터 쌓아가는 습관을 가진 팀이 그 리듬과 잘 맞는 멜로디를 얹는 건 약간의 운이 따라야 한다. ④ 앨범 단위의 컨셉을 부여하고 음악 작업을 하는 팀에게도 첫 싱글이 중요하지만, 앨범 내의 곡이 들쭉날쭉한 팀에게도 첫 싱글은 중요하다. ⑤ 정말 야심만만한 밴드가 아니라면 첫 싱글은 밴드의 역사의 연장선 어딘가에 두기 마련이다. ⑥ 첫 싱글을 정말 잘 꼽았다. ⓞ 다운로드도 아니고 스트리밍으로만 음악을 듣는 시대에 앨범을 얘기하는 내가 얼마나 꼰대스러운지 "그건 니 생각"이라고 얘기해주는 거 같다. ★★★★

 

[차유정] 들어주는 사람도 논쟁하는 사람도 다 귀찮다. 이번 싱글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나는 나'고 '용납하던 안하던 난 그냥 나'라고 그들은 지쳤다는 표현을 직설적으로 해낸다. 그전에는 없었던 시도다. 한 번에 내지르는 직설보다는 순간순간 재미있으면 그만이었을텐데, 그러기에는 꽤 피곤한 시간을 버텨온 회한이 느껴진다. 중요한 것은 버틴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흘러가듯 끝내고 싶었는데 그걸 못하고 간다는 억울함을 슬쩍 드러낸다는 것이다. '노련하게, 말끔하게, 그리고 자신있게'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아직 정리하지 못한 열정이나 미련같은 것들이 남아서라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마침표다. 인디계의 서태지라는 수식어에 대해 '옛다 여기 서태지 샘플링 이제 됐지?'라고 한방 던져주는 센스도 그들다운 마무리라고 볼 수 있겠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그건 니 생각이고
    장기하
    장기하
    장기하와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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