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08-3] 도재명×이선지 「우리」

도재명×이선지 『A True Travel』
1,02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07
Volume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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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로로스의 활동이 끝난 후, 도재명은 솔로로서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을 자연스럽게 이어갔고 첫 솔로 앨범 『토성의 영향아래』(2017)을 통해 탁월한 음악적 역량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계획하여 움직이는 방식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걸까? 2017년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 트리오와 서울숲 페스티벌 무대에서 처음 한 무대에 선 이후,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콜라보레이션 음반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곡이 수록된 EP 『A True Travel』이다. 록과 재즈라는 다른 영역에서 활동했던 두 사람이지만, 이 음반에서는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극한의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그 각자의 매력이 악곡들 안에서 제대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드러낸다. 일단 도재명이 만든 기본 멜로디 라인은 마치 들국화(최성원)의 향수가 느껴지는 전개를 보여주고, 이선지의 간결하고 서정적인 피아노 터치, 마칭 드럼의 활용을 통한 점증적 긴장감, 마치 Queen의 Brian May가 연주하는 느낌으로 여백 속에 뿜어나는 진한 기타 선율이 곡에 귀를 집중하게 만든다. 특히 세 파트의 연주가 함께 솟아오른 이후 펼쳐지는 이선지의 오르간 솔로가 안겨주는 1970년대식 프로그레시브/아트록으로의 초대는 곡의 절정감을 끌어올리는 핵심이다. 2018년을 결산할 때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아름다운 한 편의 'Art Rock Ballad'다. ★★★★

 

[박병운] 어디든 도재명의 음악을 재생하면 주변의 누군가가 다가와 곡의 주인공을 묻는다. 그의 간결하고 파장을 숨기기 힘든 특유의 울림이 서린 목소리, 곡의 선율 탓일 테다. 이선지는 어떠한가. 4월과 바다를 기억하는 음반 중 중요한 음반 중 하나를 올해 낸 주인공이 그이다. 이 둘이 만났다. 철학과 교양, 개인의 묵상과 외부의 풍경이라는 복잡한 심사를 담아낼 그 어떤 것들이 또 나오리라 기대된다. 보컬리스트로서의 도재명이 사적 경험을 새긴 세계관의 설계도를 내놓으면, 연주자들은 90년대 한국 가요의 융성을 예고하는 듯했던 당시의 어떤 뭉클함을 재현한다. 굳이 말하자면 전람회 같은 그룹의 사운드를 낳았던, 토양과 해류를 닮았다. 즉 기계적인 예상이었던 슈게이징과 재즈의 만남 이런 게 아니라 익숙함과 반가움이다. 그러나 이선지의 오르간이 흐르고, 도재명의 마지막 가사가 이러지는 말미엔 흑백 톤의 가라앉은 숭고가 완성된다. 뜻밖이었으나 알았던 것이었고, 그 아는 것 이상의 원경이 조성되었다. ★★★☆

 

[유성은] 생각해보면 도재명의 음악은 로로스 시절부터 계속해서 아름다운 멜로디를 품어왔다. 피아노를 치는 이선지와 함께 하면서 어쩌면 거대한 포스트록의 스케일 중 하나의 구성요소에 지나지 않았던 도재명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무대의 중심으로 등장하게 된다. '우리'는 그래서 아름답다. 어쩌면 Radwimps의 노다요지로(野田洋次郎)가 건반을 치면서 표현해내는 「なんでもないや (아무 것도 아니다)」(2016)나 「ブレス」(2013) 같은 곡의 세계관이 떠오르는 측면이 있다. 차분한 건반에 노이즈를 가득 걸어 홍갑의 기타 연주를 갈기는 독특한 구성은 도재명에게 기대했던 익숙한 생소함에 너무도 부합한다. 도재명이 주도한 「우리」 뿐만 아니라 본작 『A True Travel』은 참으로 듣는 재미가 있다. 이선지의 자유로운 소규모 구성의 곡과 도재명이 지닌 목소리의 조합은 정형화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표현해낸다. 그들이 말하는 '나'가 아닌 '너를 포함한 우리'의 이야기란 아직도 도달하지 못한 완성의 세계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다. ★★★★

 

[정병욱] 도재명과 이선지. 두 진지한 구도자 간 만남을 넘어 이준삼, 홍갑, 신승규가 함께 했다. 세션까지 올스타 급으로 참여한 앨범과 이 곡에서 의외로 우리는 화려하고 찬란함의 극치를 만끽하거나 거대한 철학이나 사상을 깨닫는 것이 아닌 단출하고 기본적인 생의 위안을 얻는다. 근간은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의 음악이다. 이선지의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타건으로 고전적 멋을 더하는 피아노와 오르간 사운드에 역시 전통적인 사운드로 풍성한 반전을 주는 홍갑의 기타는 물론, 진솔한 매력으로 가사의 설득력을 더하는 도재명의 보컬까지. 도재명의 송라이팅이 추구하는 차분한 기조 속 극적 전환이나 웅장한 서사가 담긴 채, 한편으로 이전과 확실히 다른 접근으로 각기 다른 전통의 멋을 아우르고 한편으로 이를 소박하게 압축해낸 노래의 표현 덕에 음악의 토대 위에서 노랫말이 더욱 힘을 받는다. ‘우리’라는 단어 속 ‘나’는 망각한 채 ‘너’와 ‘너희들’이라는 2인칭만을 부각해 때때로 부담스러운 청유나 권고가 되는 적지 않은 경우와 다르게, 1인칭의 ‘나’를 향한 소소한 다짐과 막연하지만 꼭 필요한 기도로부터 출발해 진정한 ‘우리’의 노래가 되는 「우리」의 가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각각의 기본을 지키는 음악의 조각들이, 서로 지극히 다르지만 그 와중에도 공감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으로부터 하나둘씩 발을 맞추어가고 공동의 메시지와 희망을 그려가는 “우리”에 가까워져가는 모습을 보는 장면과도 같다. ★★★☆

 

[차유정] 사람들은 항상 우울할 수 있고 심드렁할 수 있다. 습관적으로 밝은 것도 이상하지만 그냥 상처줄 수 있는 시간의 반복 속에서 죽어가는 감정과 도덕은 인간을 이상한 어둠의 세계로 이끈다. 이 싱글은 습관적 어둠의 세계에 대해 불현듯 의심을 유도한다. 무심결에 지나치는 말들, 그리고 사소한 공기들이 주는 무거움 자체가 어디서 오는 것이고 나에게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 생각해서 조금은 달라지는 척이라도 하자고 이끈다. 내면의 어둠을 긍정해야 밝음을 볼 수 있다고 믿었던 시대를 지나, 이제 우리가 품은 어둠의 성분이 과연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행동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이 곡은 예정된 시간의 입구에서 더없이 다정하게 울리는 서곡이라 하겠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우리
    도재명
    도재명
    도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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