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07-4] 춤을추며씽얼롱 「꿈의 숲」

춤을추며씽얼롱 『대단한 환희의 오후』
86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07
Volume 1
레이블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박병운] 90년대 중반부터 장르의 유입과 재현에 있어 진원지와의 간격을 줄이는 것에 주력했던 한국 음악씬은 이제 태연자약하게 장르 이식의 결과 자체를 리바이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나오늘의 나른하고 새침한 보컬에서 브릿팝 아이콘들의 재현을 떠올리긴 아주 쉬운 일이다. 여기에 장막 한 겹의 차이 뒤편에 자리한 보컬 녹음의 톤, 이펙터로 여름의 습도를 먹어 일렁이는 기타음과 꿈속 공기를 알알이 표현하는 건반음 등은 90년대 이 씬의 최초 도전자들이 그토록 해보고자 했던 성취 자체다. 이 역사의 결과가 보여주듯, 한국어의 구조로 이 정서를 어떻게 구현하는 것 정도는 이젠 걸림돌도 아닌 모양. 이런 장르 리바이벌의 결과가 앞으로 어떤 국면을 더 보여줄지는 지켜봐야 할 듯. ★★★☆

 

[유성은] 얼핏 곡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나른함은 줄리아하트나 델리스파이스, 그리고 미선이의 원형이 떠오른다. 조악한 녹음상태도, 반짝 반짝 살아있는 멜로디도, 무기력하지만 젊음이 가득한 보컬의 퉁명스러움마저도, 소소한 일상의 상념들이 빼곡한 성의어린 가사들이, 우리가 부르던 '모던락'이라는 것이 춤을추며싱얼롱의 입을 빌려 귀환한 것만 같다. 너무도 뻔해서 다시 하지 않았던, 너무도 익숙해서 귀에서 놓고 싶지 않은 음악들의 향연이 『대단한 환희의 오후』라는 앨범 속에서 소용돌이 치듯 휘몰아쳐돈다. 어쩌면 뻔뻔하고, 어쩌면 로맨틱하고, 어쩌면 상투적인. 청춘이라 부를수 있는 모든 지점들을 이어서 쉽고 대중적인 접근법으로 2018년의 화자들을 20년전 클럽으로 이끈다. 각각의 트랙이 유기적으로 구성된 앨범의 서사 중에서도, 보다 몽환적이고 비밀스러운 「꿈의 숲」은 감정을 엔딩으로 몰아가는 독자의 구성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곡이다. ★★★★

 

[정병욱] 교과서와 수업에 충실하여 공부했다는 수험생의 호성적 비결이나 문제 속에 답이 있다는 힌트 마냥 「꿈의 숲」은 팀의 이름과 노래 제목 속에 노래가 지향하는 가치와 정념이 이미 충분하게 들어차 있다. 곧 ‘춤을 춘다’는 뜻을 실현하는 달콤한 흥과 ‘씽얼롱’을 실천하는 감성의 공감대, ‘꿈의 숲’을 이루는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무드가 이 모던록 밴드, 모던록 노래의 인상을 결정짓는다. 지난 감성에 안일하게 기대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철 지난 음악들이 있건만, 글로벌 스탠다드로서든 대한민국 특수로서든 유독 그만의 뚜렷한 영토 없이 불특정 다수의 취향만 남은 모던록을 이토록 원초적이고 충실하게 재현한다는 사실 자체가 춤을추며씽얼롱의 확고한 세계를 방증한다. 요즘 유행 마냥 무심하기보다는 나른함에 가까운 보컬과 간주와 같은 지속력의 사이키델릭한 후주, 섬세하고 로맨틱한 감성을 함축하는 시적인 가사 등이 지난 20년 인디 역사를 지나온 혹은 그 유산을 향유해온 이들의 소중한 쌈지 취향을 재발견하게 한다. 「꿈의 숲」의 감성이 2018년의 일상은 되기 어려울 테지만 현재든 미래든 언제고 모던록의 회광반조(回光返照)가 될 수 있을 법한 강렬한 노스탤지어의 힘을 갖춘 것은 맞다. 더욱이 스스로 높은 짜임새의 스토리텔링을 갖추었다는 앨범은, 개별 곡의 감성과 감상을 넘어서는 일관적인 열정과 에너지가 자부할 만치 담겨 있다. ★★★

 

[차유정] '끝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한 모두 함께 늘어져 보자'고 선동했던 시대는 결국 각자 혼자 버티기 위해 나른함을 선택했던 한 때였다. 이 밴드는 그 때 그 기분과 긴장을 그대로 끌고 온다. 현 시점에도 싸이키델릭과 나른함은 변함 없이 팔리는 상품이지만, 상품이 아닌 '지금의 기분'이라는 관점으로 존재하는 밴드 음악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 기쁘게 다가온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5
    꿈의 숲
    나오늘, 황예손, 하소영
    나오늘
    나오늘, 황예손, 하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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