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정선 아라리」에서 「해주 아리랑」으로 다시 「자진아리」를 차용해서 만드는 소리의 전통과 블루스 록에서 알앤비로 다시 휭크로 치닫는 세션의 메들리는 경기 민요 특유의 유연한 수용성을 통해 한껏 다른 세계로 나간다. 때로는 황홀하다시피한 첫 번째 메들리에서 추임새와 리듬 기타로 가득한 「자진아리」의 경박한 세계로 - 성(聖)에서 속(俗)으로 내려오는 - 유쾌하게 탈주한다. 이 곡은 바로 그 점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하려 애쓴다. 한껏 늘어질 수 있겠다 싶은 부분도 특유의 표현 방식 덕분에 쉬이 들을 수 있었다. 싱글 하나만으로도 앨범의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는 점이 기쁘다. ★★★★

[차유정] 여러 장르의 민요를 적절하게 넣어서 어울리는 포맷을 찾아내는 것은 이희문에게 주어진 일종의 과제처럼 느껴진다. 크로스오버의 개념이 아니라 장르 안에서 비춰지는 '민요'라는 큰 거울이 어떻게 들리는지를 알아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록의 기조를 끌고 가다가 Prince의 「Kiss」(1986)를 연상케 하는 후반부의 전환은 듣는 사람을 웃음짓게 한다. 형체가 보이지 않는 실험이지만 어울리는 틀을 찾는 과정으로 본다면 더없이 좋은 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