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듣는 내내, 구심점 없이 복잡다단한 양상을 잘게 쪼갠 전작이 떠올랐다. 역량은 충분했지만 너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들어간 앨범이었다. 다행히도 이 곡은 전작의 싱글들보다 낫다. 밴드는 최대한 자신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만 집중하며, ‘견디는 사람'의 지구력을 구현하기 위해 전력투구를 감행한다. 다행스럽게도 이젠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아주 잘 들린다. 밴드도 곡도 제 역할을 다하며 제대로 돌아간다. 자칫 붕 뜰 수도 있었을 연주를 베이스 라인이 꾸준히 잡아주는 대목만 들어도 이 팀의 내공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으리라. 예술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라 하겠다. ★★★

[차유정] 무덤덤한 세련됨 안에서 까칠한 언어가 파도처럼 몰아친다. 시적 유희를 추구한다거나 자포자기의 감성이 아니라 스스로 롤러코스터를 세워놓고 거기에 맞는 단어를 찾아 쓰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불안의 극대화 역시 흔해져 버린 느낌이지만, 밴드는 '불안의 응시'가 가져다 주는 지루하지 않은 이상한 매력을 간파하고 있는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