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단 한 곡 발표한 앞선 싱글 「비몽」(2019)이 ‘꿈’을 다루었다면, 이번 곡은 비슷하지만 보다 물질적인 개념의 ‘잠’을 다룬다. 그래서인지 추상적인 감정과 감각을 핵심적으로 다루었던 전작과 다르게 ‘물’의 이미지를 구상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시종일관 또각거리는 사운드로 수면의 흔들리는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리버브 사운드로 깊이감을 자아내며, 드물게 등장하는 따스한 멜로디로 물의 모성과 나르시시즘을 부과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것의 복합은 자연히 다시 꿈으로 귀결된다. 『물과 꿈』(1943)을 통해 일찌감치 물의 물질성을 자신만의 몽상으로 발전시켰던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사상의 뿌리는 물질 자체의 직접적인 역동성이 아닌 그것이 자아내는 감상과 해석의 확장과 확대에 있었으리라. 어찌 보면 무척 전형적인 심상과 연결고리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수면」의 방식은, 감각의 조각을 극한 감정으로 승화시켰던 「비몽」과 또 다른 감상을 자아내며 ‘선한인간’과 앞으로 이어질 그의 다원예술을 더욱 궁금하게 한다. ★★★

[차유정] 몸을 눕히고 눈은 감고 있다. 잠들지 못한 누군가 어떤 신경적 파동을 맞이 하고 있는지, 비록 상상의 세계이긴 하지만 굵직하고 분명하게 묘사한다. 정확하지 않지만 한번쯤 발을 담그고 빠져보고 싶은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표현들, 온 신경을 파고드는 육체적 전환의 전초전들이 '소리'라는 수단을 통해 강렬하게 전해지는 느낌이다. 내재된 불안과 흔들림은 그 자체로 공포가 아니라 마주치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은근슬쩍 알려주는 수작이다. 우리는 또 다른 언어를 만날 기회를 얻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