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24-5] 허클베리핀 「누구인가」

허클베리핀 (Huckleberry Finn) 『Aurora People』
1,63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11
Volume 6
장르
레이블 샤레이블, 미러볼뮤직
유통사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거두절미하고 먼저 누구인지부터 묻는다. 자질구레한 말들을 도치(倒置)로 탁 잘라내고 우선 질문부터 던진다. 늘 이런 식이었다. 주위를 배회하는 기타 코드와 전자드럼의 질감에 닿는 드럼 사운드가 그런 감정의 깊이에 메마른 그늘을 부여한다. 질문은 살을 파고드는 칼날처럼 순식간에 깊이 들어간다. 곡은 초반의 어둑한 질문들을 후반부의 상승으로 천천히 이끌어나간다. 신디사이저나 키보드가 만들어내는 조화는 이런 상승에 적절한 빛을 부여한다. 그런데 어둠과 긴장의 숲을 미리 지나와서 그런 것일까. 상승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일견 불안이 깃들어있는 듯하다. 암순응으로 천천히 어둠을 보는 시야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아름다운 빛을 처음 바라보았을 때의 속도로 그들은 자신의 불안과 상승을 자연스레 겹쳐놓는다. 그렇게 곡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종결된다. '너'에 대해 기억하는 한, 네가 누구인지를 묻는 한, '한 치 앞도 볼 수없는 어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역설하는 듯 하다. 끝없는 절망이 때로는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곡은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은유'로 세심하게 짚어낸다. 그래서 더욱 와닿았다. 허클베리핀의 '현실'이 여타 다른 밴드들이 기계적으로 토로하는 현실과 다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함부로 약자들을 자처하지 않고, 그들의 슬픔에 일차원적으로 동정하지 않으며, 보다 깊이 가닿는 길을, 그들은 알고 있다. ★★★★

 

[김성환] 『까만타이거』(2011)로부터 7년만에 공개된 허클베리핀의 정규 6집 『오로라피플』의 전체적 분위기는 전작과 확연히 다르다. 전작이 전자음도 써가면서 기타의 톤을 강하게 올리는 공격적 방향을 견지했다면, 이번 음반은 그보다 매우 정적인, 일정 부분 포스트록적인 감성과도 맞닿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들이 언론과 가진 인터뷰들, 그리고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이기용이 '제주도'에서 자신을 스스로를 치유해가는 과정 속에서 다시 이소영과 새 멤버 성장규(기타)를 소환해 함께 만든 결과물들은 마치 넓은 대자연의 풍경처럼 확 트인 편안함을 선사한다. 일면 (이기용의 솔로 프로젝트) 스왈로우 때의 감성이 허클베리핀으로 건너온 느낌도 준다면 과한 표현일까. 특히 곡을 주도하는 베이스 라인의 반복적 흐름 속에서 이기용과 이소영의 보컬이 서로 교대하면서 곡의 중심을 꽉 채워가는 구성 때문에 더욱 곡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게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들의 초창기 음악들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조차도 이번에는 자연스레 빠져들만한,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허클베리핀을 만날 수 있는 신보의 좋은 도입부가 되어주는 곡이다. ★★★☆

 

[박병운] 제주도가 낳은 음악임에도 목소리의 주인공인 이소영과 이기용이 가진 마른 기운은 달라지지 않았고, 이런 스산함은 도시 속의 사람들의 뇌와 움직임을 황량하게 내다보던 그 허클베리핀의 음악 자체다. 이명박 정권 시절 제주행을 결심하고, 박근혜 정권을 지나 문재인 정권 시절부터 음악인들을 만나며 인터뷰를 청하며 이들의 생각을 짚어오던 이기용의 모색이 무엇을 낳을까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고독함은 여전하고, 밤하늘을 짚는 듯한 일렉기타의 영롱한 리프는 내가 주제넘게 헤아릴 수 없는 막막한 속내 주변을 맴돈다. 새로운 경지가 아닌 어떤 한결같은 자리매김이 이상한 안도와 감상의 작은 한숨을 낳는다. ★★★

 

[차유정] 담담하게 자신의 빈 곳을 바라보고 그대로 걸어가 여백을 조용히 사색하는 이 팀의 음악이 주는 고요함도 꽤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서서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내뿜는 기운은 사색이 아니라 그저 걷다쉬다를 반복하며 얻어진 조용한 생각의 알갱이들이라는 것을. 애써 생각을 말하기 힘든 시대이긴 하지만 작은 행동과 움직임을 통래서라도 이 묵직한 외침을 오래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둠을 말하는 것 또한 절제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노래.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누구인가
    이기용
    이기용
    허클베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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